내년부터 적용될 차기 한미 방위비분담금협정(SMA) 협상 개시가 임박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방위비 증액 요구는 더욱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정의용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전날(24일) 회담 및 업무오찬을 갖고 “2020년 이후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동맹의 정신’을 기반으로 가장 합리적이고 공정한 방향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청와대는 밝혔다.
외교부도 전날 보도자료를 통해 강경화 장관과 볼턴 보좌관은 면담에서 “한미동맹이 공동의 가치와 신뢰를 바탕으로 다양한 도전들을 극복하고 방위비 분담금 문제를 포함, 당면 현안들을 합리적, 호혜적으로 해결하면서 공고하게 유지, 발전되어 왔음을 평가했다”고 밝혔다.
한미 양국은 지난 3월 제 10차 한미 방위비 분담 특별협정문에 공식 서명했다. 양국은 올해 주한미군 방위비 중 한국의 분담금을 전년 대비 8.2% 인상된 1조389억원에 합의했다. 유효기간은 5년에서 1년으로 단축돼 내년부터 적용될 협정문을 마련하기 위한 협상을 올해에 시작해야 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전세계 방위비 분담 정책을 재검토하는 작업을 진행해왔으며, 이 작업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보인다.
조이 야마모토 전 미 국무부 한국과장은 지난달 24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 행사에서 “트럼프 행정부는 전세계 방위비 분담 정책을 재검토하고 있다. 대통령은 동맹국들이 보다 공평한 분담금을 내길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재검토 작업이 끝나면, 조만간 한국과 차기 한미 방위비분담특별협정 협상을 다시 시작하길 희망한다. 우리는 주한미군 주둔에 한국의 보다 많은 기여를 요구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미국은 내년 11월 대선을 앞두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한 뒤 이를 지지층에 성과로 적극 내세우는 구상을 하고 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월 초 플로리다주 파나마시티 비치에서 열린 유세 연설에서 “어느 나라라고 얘기하진 않겠지만, 우리(미국)가 아주 위험한 영토를 지키기 위해 많은 돈을 지불하는 한 나라가 있다”면서 “방금 우리 쪽 사람들에게 ‘그들이 (미군 주둔 비용의) 나머지도 내도록 요구하라’고 얘기했다. 그들은 돈을 더 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연설에서 “돈을 더 많이 내게 될” 나라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미 양국이 지난 3월 8일 10차 SMA에 공식 서명한 사실을 염두에 둔 듯 “이제 2개월이 다 돼(Now the 2 months is up)”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마크 에스퍼 미국 신임 국방장관은 지난 16일 미 상원 군사위원회 인준 청문회에서 “우리 동맹과 파트너들이 공동의 안보에 좀 더 공평하게 기여하도록 압박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우리 협상팀이 다음 방위비 분담금 협정에 공정한 분담을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은 ‘부자 동맹들이 자국 내 미군 주둔과 자국 방어에 더 기여하길 기대한다’고 일관되게 밝혀왔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은 다음 달 초 한국·일본·호주 등 아시아 5개국 순방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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