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대외전략 변화 뚜렷…핵해결 갈수록 어려울 듯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25일 11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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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러시아 업고 미국과 군사적 맞대결 태세
한국 철저히 소외시키며 한미동맹 해체 겨냥
북중러 이해 일치 따른 전략구도에 대비할 때

북한이 한국과 미국을 향한 군사적 압박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탄도미사일 탑재가 가능한 잠수함 건조현장을 시찰한데 이어 25일엔 동해상을 향해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북한의 행보는 미국을 향한 직접적인 경고를 의도하고 있다.

탄도미사일 탑재 잠수함이 완공되면 한국과 일본에 주둔한 미군기지는 물론 태평양상 미국 영토를 겨냥한 핵공격 능력을 갖추게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특히 잠수함에서 발사하는 미사일은 사전 탐지가 어려워 미사일 방어 시스템으로 방어하기가 매우 어려운 것으로 평가된다.

25일 원산에서 발사한 단거리 미사일은 지난 5월 발사한 미사일과 동일한 러시아 이스칸데르 미사일과 같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미사일 역시 일반적인 탄도미사일과 달리 정상적 궤도비행을 하지 않는 등의 기술적 특성 때문에 패트리어트나 사드 등 다단계 미사일 방어시스템을 사용한 요격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처럼 북한의 군사적 압박 행보는 미국에 대해 북한의 핵미사일 방어가 어려울 것임을 강조하는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북한은 또 한미합동군사훈련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북한 외무성은 지난 16일 8월로 예정된 ‘동맹 19-2’ 훈련 중단을 요구하며 북미간 핵협상이 무산될 수 있음을 경고했다. 판문점에서 트럼프 미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이 만나 합의한 핵실무협상 개최 시한이 임박한 시점이었다.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분명치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김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의 반응을 오해했거나 의도적으로 왜곡하고 있다는 평가마저 나온다.

북한이 이처럼 무리수를 두면서까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걸어 핵협상 무산을 경고하는 의도는 핵협상에서 북한에 대한 군사적 안전 보장을 핵심 요구로 내세우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직후 리용호 북한 외무상은 “북한이 비핵화 조치를 취해나가는 데서 보다 중요한 문제는 안전담보 문제지만 미국이 아직은 군사 분야 조치를 취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것이라 보고 부분적 제재 해제를 상응 조치로 제안한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또 김정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에서 “적대 세력들의 제재해제 문제 따위에는 이제 더는 집착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었다.

이 발언들은 이미 북한이 미국에 대해 제재 완화 대신 군사적 안전보장을 직접적으로 요구하기로 전략전술을 바꾸었음을 뒷받침한다.

리용호 외무상 말처럼 북한이 보기에도 ‘미국이 부담스러울 조치’가 무엇인가. 북한의 최근 행보는 한미동맹의 해체를 직접적으로 겨냥하고 있다.

우선 김위원장은 4월 시정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에 대해 “오지랖 넓은 ‘중재자’ ‘촉진자’ 행세를 할 것이 아니라 (중략) 제정신을 가지고 제가 할 소리는 당당히 하면서 민족의 이익을 옹호하는 당사자가 되어야 한다”고 내뱉었다. 국가 수반의 시정연설에 사용할 수 없는 경박스러운 어투로 문대통령을 모욕한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북한은 모든 남북간 접촉을 차단했다. 최근에는 국제식량계획(WFP)을 통해 지원하려는 쌀 5만t조차 거부했다. 동시에 모든 매체를 동원해 ‘제 할 바를 다하라’고(미국이 주도하는 대북 제재를 뚫고 개성공단과 금강산 관광을 시작하라고) 우리 정부에 요구하면서 온갖 저속한 조롱을 퍼붓고 있다.

북한의 대남 비난에는 전에 없이 외무성마저 가담하고 있다. 지난달 27일 권정근 외무성 미국국장은 “지금 남조선당국자들은 저들도 한판 끼여 무엇인가 크게 하고 있는 듯한 냄새를 피우면서 제 설자리를 찾아보려고 북남사이에도 여전히 다양한 경로로 그 무슨 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듯한 여론을 내돌리고 있다. (중략) 남조선당국자들이 지금 북남사이에도 그 무슨 다양한 교류와 물밑대화가 진행되고 있는 것처럼 광고하고 있는데 그런 것은 하나도 없다”면서 “남조선당국은 제 집의 일이나 똑바로 챙기는 것이 좋을 것”이라고 비꼬았다.

북한의 대남 비난은 특히 우리의 군사 부문에 집중돼 있다. 지난 5월의 북한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두고 국방부가 긴장고조행위 중단을 촉구하자 온갖 저속한 용어를 사용하면서 비난한 것이 대표적이다. 또 F-35 비행기 도입 등 조그마한 계기라도 빼놓지 않고 시비를 걸고 있다. 심지어는 최근 평택 미군기지에서 열린 ‘한미동맹 상징 조형물 제막식’에 대해 “남조선당국이 또 하나의 눈뜨고 보지 못할 광대극을 펼쳐 놓았다”고 비난했다.

이처럼 지난 4월 김위원장 시정연설 이후 북한의 모든 행보는 한미동맹의 이완과 해체를 겨냥하고 있다. 한국에 대해선 미국주도의 대북 제재를 파기하도록 압박하고 미국에 대해선 한미합동 군사훈련 중단을 직접적으로 요구하는 것이다.

심각한 것은 북한의 이같은 행보가 전술적이라기보다 전략적 차원일 가능성이 커보인다는 점이다.

지난 4월 시정연설 직후 김정은 위원장은 서둘러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났다. 이어 지난 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평양을 방문했다. 그런 뒤 중국과 러시아가 합동 군사훈련을 하면서 러시아 조기경보기가 우리 영공을 침범하는 사건이 벌어진 것이다.

갈수록 미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북한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는 은근히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은 최근 북한과 다양한 정부 부처 사이의 교류를 강화하는 한편 관광객을 대폭 늘리고 중국내 북한 노동자수를 늘려 경제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도 다양한 수준에서 북한과 정부간 교류를 확대하는 한편 유엔이 정한 북한 노동자추방을 회피해 대북제재의 실효성을 떨어트리고 있다.

이런 국면에서 갑작스럽게 중국과 러시아가 합동 군사훈련을 하면서 우리 영공을 침범함으로써 한미, 미일 동맹을 토대로 하는 미국의 동북아 군사 구도를 시험하고 나선 것이다.

이처럼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행보는 전략적 이해관계를 공유하면서 진행되고 있다. 이들의 전략적 행보가 이제 막 시작된데 불과하다는 점은 더욱 문제다.

조만간 북미 핵협상이 재개된다고 해도 북한과 중국, 러시아의 전략적 이해 일치가 본격적으로 작동한다면 핵협상 타결은 갈수록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며 그만큼 한반도 정세에서 우리의 입지도 갈수록 취약해질 우려가 커진다.

한반도와 동북아에서 우리의 전략적 입지와 대응 방안을 전면적으로 재정비해야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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