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갈등에 중러 도발, 北 미사일까지…사면초가 한반도

  • 뉴시스
  • 입력 2019년 7월 25일 11시 46분


북미 대화 소강 국면 속 北 미사일 발사 감행
중·러 전략 폭격기 띄워 동해상서 합동 훈련
러 군용기 독도 영공 침범 초유의 군사 도발
한일 갈등 속 한미일 안보 협력 틈새 노린 듯

러시아 군용기의 독도 영공 침범이라는 군사적 위협에 이어 북한이 단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는 무력시위까지 감행하며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25일 합참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5시34분과 5시57분께 북한 강원도 원산 호도반도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약 430㎞의 단거리 미사일 2발을 발사했다. 지난 5월9일 단거리 미사일 발사 이후 77일 만에 미사일 도발을 했다.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중국과 러시아가 동해상에 전략폭격기를 전개해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을 넘나들며 합동 군사훈련을 펼친 지 불과 이틀 만이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해상에서 합류해 연합훈련을 펼친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다. 특히 이 과정에서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 1대는 독도 영공을 침범했다.

러시아 군용기는 전술 조치에 나선 한국군 전투기가 360여발의 경고사격을 가하는 상황에서도 두 차례나 영공을 들락거리는 등 의도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일본의 경제보복 조치로 인한 한일 갈등이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폐기 가능성까지 거론되는 등 안보분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는 상황에서 동북아 주변국의 이 같은 군사 도발은 안보 불안을 증폭시킨다.

한일 갈등으로 한미일 안보협력의 틈새가 보이자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 주도의 인도·태평양 전략을 견제하고, 북한 역시 북미 대화의 주도권을 쥐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러시아는 명백한 증거가 있음에도 독도 영공 침범을 부인하며 한국의 대응을 살피는 분위기다. 여기에 한일 간 민감한 독도 영공에 대한 도발로 양국 간 갈등을 더욱 유발하려는 의도로도 풀이된다.

러시아는 주한 러시아 대사관 차석무관을 통해 한국 측에 영공 침범이 기기 오작동으로 인한 의도치 않은 상황으로 유감을 표명했다는 청와대의 발표 이후 이를 뒤집는 공식 입장을 내놨다.

자국 군용기가 한국의 영공을 침범하지 않았고, 오히려 한국 조종사들이 자국 군용기의 비행항로를 방해했다면서 진실 공방에 불을 지폈다.

북한 역시 이 같은 분위기에 편승해 북미 대화 분위기를 유리하게 이끌어 가기 위한 군사적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판문점에서 깜짝 회동하며 북미 대화가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됐지만 한 달이 가까이 되도록 큰 진전을 이루지 못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지난 23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확충한 신형 잠수함을 참관하며 군사력을 과시했다. 이어 한미일은 물론 국제사회가 민감하게 생각하는 미사일을 발사하며 저강도의 군사적 도발을 이어가고 있다.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패권을 놓고 북중러와 한미일 간의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가운데 북중러가 동시다발적 군사 도발을 통해 최근 한일 갈등으로 인한 한미일 안보 협력 균열의 빈틈을 전략적으로 겨냥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가 동북아의 안보 지형을 흔드는 분위기에 편승해 자신들이 요구하는 바를 관철시키기 위한 선택을 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북한이 남한의 대북 식량 지원을 거부하고 군사 행보를 보이는 것도 이 같은 주변 정세를 면밀히 따져 대미 협상력을 높이겠다는 판단으로 해석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 불안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최현수 국방부 대변인은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와 관련해 “정부는 관련 동향을 예의 주시해 왔으며, 북한이 한반도에서 군사적 긴장 완화 노력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이러한 행위를 중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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