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에 분노한 여야…“지소미아 파기” vs “외교적 해법” 온도차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일 14시 46분


與지도부, 지소미아 재검토 시사…"일본 믿을 수 있나"
지소미아 폐기 부정적인 한국·바른미래…"외교 해법 포기 안돼"
범여권 평화·정의당은 지소미아 폐기에 힘 싣기

여야는 2일 일본 정부가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우리나라를 수출 관리 우대 대상국인 ‘화이트리스트(백색국가)’에서 제외키로 한 데 대해 일제히 분노 썪인 반응을 쏟아냈다.

그러나 구체적 대응 방안과 관련해서는 온도차를 보였다. 더불어민주당을 비롯한 범여권이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폐기 검토 카드를 꺼내든 반면 보수 야당은 외교적 해법을 강조했다.

일본 정부가 이날 오전 10시3분부터 각의(국무회의)를 열어 화이트리스트에서 한국을 배제하도록 정령을 개정키로 결정하자 각 당은 비상대책회의를 열거나 긴급 메시지를 내며 분주한 모습이었다.

집권여당인 민주당은 이날 오전 예정돼 있던 현장최고위원회를 취소하고 ‘일본경제침략 관련 비상대책 연석회의’를 열어 기획재정부와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부처로부터 정부의 대응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

특히 민주당은 당 일각에서 폐기론이 제기돼 왔던 지소미아와 관련해 지도부가 공개적으로 재검토 가능성을 시사했다.
이해찬 대표는 모두발언에서 “일본 정부가 기어코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를 강행하면서 마치 우리의 수출품목이 전략물자로 유출 된 것 같은 표현을 했다. 그런 표현까지 한 것은 기어코 경제전쟁을 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며 강력한 유감을 표했다.

이 대표는 이어 “일본이 한국을 믿을 수 없는 이웃나라로 규정한 이상 우리도 일본을 믿을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며 “이런 신뢰 없는 관계를 갖고서 과연 군사정보보호협정이 의미가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저도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하겠다”고 재검토 의사를 내비쳤다.

이인영 원내대표도 “경제 한일전에서 반드시 승리하도록 모든 역량과 수단방법을 총동원해 대처할 것”이라면서 “지소미아의 실천적 유의미성에 대해서도 우리 당도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는 점을 분명히 경고한다”며 재검토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소미아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해 한일 간 2급 이하 군사비밀을 미국을 거치지 않고 공유토록 한 협정이다. 1945년 광복 이후 한일 양국이 맺은 첫 군사협정으로 박근혜 정부가 북핵 위협이 고조되던 2016년 11월23일 체결했다.

양국은 매년 8월을 기한으로 협상을 통해 갱신 여부를 결정한다. 만약 어느 한쪽이 파기를 원하면 만기 90일 전에 상대에게 통보해야 하는데 올해는 8월24일이 만기다.

반면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일본수출규제대책특위 긴급회의를 소집해 일본 정부를 엄중히 규탄하면서도 외교적 해법에 무게를 뒀다. 한국당은 한미동맹과 한미일 안보 공조 유지 차원에서 지소미아를 폐기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황교안 대표는 “한일관계를 과거로 퇴행시키는 명백히 잘못된 결정이다. 양국 경제에 모두 심각한 피해를 끼치는 것은 물론 동북아와 국제사회의 가치사슬을 손상시켜 글로벌 경제에도 상당한 손상을 입히게 될 것이다”며 일본 정부를 비난했다.

황 대표는 “일단 일본의 조치가 현실로 다가온 만큼 우리의 대응도 지금까지와는 달라질 수밖에 없다. 화이트리스트 개정안 시행까지 약 3주의 기간이 있다. 외교적 해법을 끝까지 포기해서는 안 된다”며 “현실적으로 당장 문제를 풀어나갈 길이 없다면 우리 기업과 국민의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모든 대응책에 초점이 맞춰져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나경원 원내대표도 “이번 일본의 결정은 대한민국을 사실상 우방국으로 보지 않겠다는 일본 정부의 심각한 외교적 패착이자 실책”이라며 “참담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다. 강력히 규탄하며 유감을 표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나 원내대표는 “그동안 정부의 태도를 보면 매우 안타까운 부분이 있다. 정부와 집권당의 태도는 국익보다는 총선이나 당파적 이익을 앞세우고 있다”며 “외교적 해법으로 더 이상 우리의 갈등이 확대되지 않도록 이것을 동결할 수 있는 우리의 분쟁조정 협정 등을 검토해볼 수 있지 않냐”고 했다.

바른미래당도 외교적 해법을 강조하며 한국당과 보폭을 맞췄다. 바른미래당은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이 내려지자 손학규 대표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오후에는 긴급원내대책회의를 소집했다.

손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일본정부의 무모한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번 사태의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면서도 “일본 정부는 대화 거부의 일변도 자세를 버리고 한국과 외교적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노력해야 한다. 그것이 동북아를 넘어 전세계의 평화와 상호 번영을 도모하는 길”이라고 촉구했다.

범여권인 민주평화당과 정의당은 지소미아 파기론에 힘을 보태고 있다.

평화당 박주현 수석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안보 신뢰가 깨진 상태에서 정보보호협정을 재연장하는 것은 그 자체로서 어폐가 있다. 우리 정부는 한일정보보호협정의 재연장을 거부해야 마땅하다”고 했고 천정배 의원은 성명을 통해 “정부는 일본에 대해 지소미아 즉각 파기로부터 시작해 강력한 보복조치를 단행하라”고 요구했다.

평화당은 또 긴급 의원총회를 열어 “일본의 경제 전쟁 도발에 맞서는 최대의 무기는 국론 단합이다”(정동영 대표), “일본 정부는 이번 결정에 따르는 책임을 분명히 져야 할 것이다. 일부러 걸어오는 싸움을 언제까지 피할 수는 없다”(유성엽 원내대표), “한일 관계가 동북아의 공동 번영을 추구하기 위한 동맹국임을 포기한 것”(장병완 의원) 등의 규탄 발언을 쏟아냈다.

비상 상무위원회의를 소집한 정의당은 정부에 지소미아 파기 및 한일 안보협력 전반 재검토 등을 제안했다.

심상정 대표는 “아베 정권의 도발은 단지 수출규제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과거사와 경제·안보 모든 면에 걸쳐 치밀하게 준비된 전략적 도발”이라며 “한일 과거사를 ‘65년 협정’에 묶어두기 위한 의도이자 4차 산업혁명 기술전쟁에서 한국의 추격을 따돌리기 위한 의도다. 나아가 동북아 안보틀을 흔들고 한국을 일본의 하위 파트너로 밀어내겠다는 발칙한 의도”라고 비판했다.

윤소하 원내대표는 “일본은 발표당사자 스스로 제대로 그 근거조차 설명하지 못하며 우리나라를 ‘화이트리스트’에서 배제하는 망나니짓을 저질렀다”면서 “지소미아를 즉각 파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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