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조치로 약 1200개(품목)의 수도꼭지가 한꺼번에 잠길 수 있다는 것은 명백한 오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5일 기자들과 만나 “(수출 규제에 따른 피해를) 너무 과장하지 말았으면 좋겠다. 마치 IMF와 같은 금융위기, 이것은 정말 가짜뉴스”라며 이 같이 말했다. 정부는 일본의 수출규제 목적이 국내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 못지않게 국내 시장과 기업, 국민의 불안감을 조장해 한국 경제의 불확실성을 높이는데 있다고 판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에 따르면 이번 조치로 영향을 받는 전략물자 품목은 총 1194개. 이 중 1120개는 반드시 일본 정부 허가를 받아야 하는 전략물자고, 74개는 캐치올(Catchall)에 해당하는 비(非)전략물자로 분류된다. 정부는 일본 정부가 캐치올 품목에 대해 현장 점검이나 추가 제출 서류 등을 요구하며 까다롭게 나올 수 있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동시에 정부는 일본이 일시에 모든 품목에 대한 수출 불허 결정을 내리며 경제 전쟁을 벌일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우리 기업뿐 아니라 일본 기업도 큰 피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골드만삭스가 2일 한일 무역분쟁과 관련해 작성한 보고서를 거론했다. 골드만삭스 보고서는 “일본이 한국을 화이트리스트 명단에서 제외해도 일본의 한국 수출이 크게 떨어질 가능성은 작다”고 진단했다. 권구훈 북방경제협력위원장과 일본, 미국의 이코노미스트가 작성한 이 보고서는 이어 한국이 일본 수출의 7%를 차지하고 있고, 백색국가 배제에 따른 통관 부담은 일본수출업자들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어서 양국 간 교역이 급작스레 붕괴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정부는 일본의 이번 조치에 대응하기 위해 기업과의 소통도 강화하며 대책 마련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일본 조치에 대응하기 위한 청와대 상황반장을 맡고 있는 김상조 대통령정책실장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조만간 5대 그룹 기업인들을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5대 그룹은 삼성, 현대차, SK, LG, 롯데를 말하며 김 실장은 각 그룹의 부회장급 인사를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회동 날짜로는 8일이 거론되고 있다. 김 실장은 “5대 그룹 부회장들과 이미 다 만났고 전화도 수시로 한다”며 “기업과 상시적으로 소통하고 있다”고 했다. 김 실장은 지난달 7일에도 주요 그룹 총수들을 만나 일본의 수출 보복 조치를 논의한 바 있다. 앞서 청와대에서는 5대 그룹 측에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배제 결정이 2일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며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점 등을 미리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정부는 일본 제품 수입업체 및 수요업체 현황을 기업별로 파악하고 지원책을 준비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산업통상자원부를 중심으로 규제 품목을 수입하는 업체를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산업은행, 기업은행 등이 신고센터를 만들어 중소기업들의 일대일 컨설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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