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한판 이스칸데르(KN-23)’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도발을 또다시 감행한 6일, 관심을 끈 건 발사 장소였다. 북한은 이날 황해남도 과일군에서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이 지역에서의 미사일 도발은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군 소식통은 “과일군은 북한이 미사일 도발을 한 지역 중 가장 서쪽이자 가장 남쪽 지역으로 안다”고 했다. 북한은 ‘북한판 이스칸데르’를 내륙을 가로질러 발사해도 중간에 이를 추락시키지 않을 정도로 기술적 신뢰성을 확보했다는 자신감을 과시하기 위해 서쪽 끝을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 평양 인근 상공 통과시키며 기술력 과시
특히 이번 미사일은 이례적으로 평양 남쪽 상공을 통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정은 국무위원장 집무실 등 지휘부 시설이 있는 평양 인근 상공으로 과감히 날려 보낸 것은 실전 사용이 가능할 정도로 미사일이 비행 안정성을 확보했다는 점을 선전한 것이다. 또 한국과 가까운 지역을 택한 건 대남 위협을 극대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합동참모본부는 해당 미사일을 KN-23으로 평가했다. 한미의 요격망을 무력화할 목적으로 수평비행을 하다 급상승하는 ‘풀업(pull-up)’ 등 회피 기동도 다시 보여준 것으로 알려졌다. 정점고도는 지난달 25일 같은 미사일 발사 당시 50여 km였던 것에 비해 낮아진 37km였다. 고도가 더 낮아지면 레이더 등 탐지 자산으로 포착하는 데 시간이 더 걸린다. 반면 요격을 준비할 ‘전투준비 시간’은 짧아진다.
군 당국은 6일 현재까지 북한이 지난달 25일 발사한 미사일은 물론이고 지난달 31일 및 이달 2일 발사한 발사체 역시 ‘북한판 이스칸데르’ 탄도미사일로 평가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달 31일과 이달 2일 발사한 건 ‘신형 대구경 조종 방사포’라며 군 당국과 엇갈린 발표를 했다.
일부 전문가는 이번에도 북한이 신형 대구경 방사포라고 발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선임분석관은 “6일 비행 사거리가 450여 km인 것으로 볼 때 북한이 최대 사거리가 400km가 넘는 신형 방사포를 개발한 뒤 최대 사거리까지 비행시험을 해봤을 수도 있다”고 했다.
군 당국은 북한이 탄도미사일을 쏴놓고 방사포를 발사했다고 발표하는 식으로 한미 정보당국이 북한이 발사한 무기의 실체조차 모르고 있다는 불안감을 확산시키는 심리전에 나설 가능성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20일 끝나는 한미 연합훈련까지 추가 도발 우려
군 당국은 북한이 당분간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전시작전계획을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실행하는 이번 한미 연합연습은 20일까지 이어진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여러 지역에서 동시에 미사일을 쏘는 등 불안감을 극대화하는 방법으로 연습 기간 내내 도발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했다.
북한은 6일 미사일 발사 직후 공개한 외무성 대변인 담화에서 한미 연합연습을 비난하며 “국가 안전의 위협을 제거하기 위한 대응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북한은 한미 훈련 중단을 강조하면서 “뒤돌아 앉아서는 우리를 해칠 칼을 가는 것이 미국과 남조선 당국이 떠들어대는 창발적인 해결책이고 상식을 뛰어넘는 상상력이라면 우리 역시 이미 천명한 대로 새로운 길을 모색하지 않을 수 없게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위협했다.
그러나 군 안팎에선 북한이 미국을 직접 겨냥하는 중장거리 미사일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김정은이 4월 미국과의 협상 시한을 연말로 못 박은 만큼 당분간 미국을 직접 자극할 도발은 하지 않는 것으로 선을 그어 두었을 것”이라며 “담화는 한미 연합연습을 위축시켜 보려는 압박용”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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