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경원 ‘유승민과 통합’ 언급에…바른미래 당권파 “잠꼬대 같은 말”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바른미래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손학규 대표가 발언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바른미래당 당권파가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의 통합을 언급한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인터뷰에 대해 “잠꼬대 같은 말”, “시대착오적 망언” 등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나 원내대표는 지난 5일 중앙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유승민 의원과 통합) 안 하면 우리 당은 미래가 없다. (총선 승리에) 보수 통합이 엄청나게 중요하다”며 “유 의원이 서울에 (한국당으로) 출마하면 얼마나 좋겠나”라고 말했다.

또 통합 시점에 대해서는 “바른미래당이 정리가 돼야 한다. 손학규 대표가 (바른미래당을) 나가야 정리될 것”이라며 바른정당계 의원들과 안철수 전 의원의 통합까지 언급했다.

나 원내대표의 이 같은 발언에 손학규 대표는 7일 최고위원회의 종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유 의원 내지 유승민계, 나 원내대표 내지 한국당이 (통합에 대해) 구체적인 얘기가 많이 진행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며 “그렇지 않고서야 원내대표가 어떻게 그렇게 얘기를 했겠느냐”고 말했다.

앞서 이날 바른미래당 최고위에서는 나 원내대표의 ‘보수 통합’ 발언에 대한 격앙된 반응이 이어졌다.

임재훈 사무총장은 “시대착오적 망언”이라고 지적하며 “제가 손 대표는 아니지만 당을 총괄하는 입장에서 명확하게 말씀드린다. 손 대표는 어떤 일이 있어도 바른미래당을 사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임 사무총장은 “나 원내대표 표현대로 정리가 되면 (우리 당은) 대대적인 혁신과 모든 것을 다 바꾸는 혁명적이고 창조적인 파괴로 국민적 신뢰를 획득하겠다는 것을 엄숙히 표명한다”며 “나 원내대표는 죄송한 표현이나 잠꼬대 같은 말씀 하지 마시고 한국당이나 잘 추스르길 경고한다”고 했다.

이어 문병호 최고위원은 “나 원내대표가 안철수·유승민에게 총선을 같이 하자며 우리 당을 스토킹했다”며 ”나 원내대표께서 바른미래당을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스토커 노릇을 계속 한다면 한국당을 상대로 접근금지 신청을 낼 것임을 다시 말씀드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우리 당은 국민의 깊은 마음속에서 생성되고 있는 분노의 에너지를 모두 쓸어 담을 큰 그릇으로 변화해야 한다”며 “손학규의 감동적 헌신, 안철수의 진솔한 반성, 유승민의 새로운 결단이 변화의 요체다. 세 분이 앞장서서 바른미래당을 태풍의 눈으로 만들어 줄 것을 부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나 원내대표는 유 의원과의 통합을 언급한 자신의 인터뷰에 대해 이날 기자들에게 “평소 생각”이라며 “지금 특별한 시기적 배경이 있는 건 아니고, 우리가 가야 할 방향에 대해 말씀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 의원과 보수 통합을 사전에 논의했느냐는 질문에는 “구체적인 얘기를 한 적은 없다”며 “앞으로 저는 우파의 생각을 같이하는 많은 분과는 늘 열린 자세로 대화하려고 하고 있다”며 회동 가능성을 열어뒀다.

유 의원은 이날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 원내대표의 언론 인터뷰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나 원내대표를 비롯한 한국당 측과 접촉한 적이 없다고 밝혔다.

김혜란 동아닷컴 기자 lastleas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