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간 지소미아 파기되면 누가 손해일까?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8일 14시 00분



Q. 비록 북한의 비핵화 협상은 한미공조 위주로 이뤄지고 있지만 한미일은 지소미아를 통해 북핵문제와 관련해 안보협력을 해왔습니다. 만약 한일간 지소미아가 파기된다면 북한 비핵화 과정에 미치는 영향이 있을지, 동북아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합니다.

정유진 숙명여대 경영학부 17학번

A. 한일간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GSOMIA: General Security of Military Information Agreement)의 파기 여부가 북한 비핵화 및 동북아 안보에 미치는 영향에 앞서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지소미아)에 대한 일반적 이해가 필요합니다. 지소미아를 체결하는 목적, 지소미아 현황, 지소미아 내용 구성 등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한일 지소미아의 평가와 의미를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먼저 왜 각 국가들은 지소미아를 체결하는가의 목적부터 짚어보아야 합니다.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해 볼 수 있는데 하나는 군사교류 및 협력의 목적이고, 다른 하나는 정보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 수집의 목적입니다. 그런데 정보 수집을 위한 정보교류를 위해서는 상대 국가와의 군사교류 및 협력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할 때 가능합니다. 이런 측면에서, 지소미아는 군사교류 및 군사협력의 일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 국가가 2019년 8월 현재까지 체결한 지소미아 현황을 보면, 우리의 군사외교가 확대됨에 따라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지소미아도 진행되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2019년 8월 현재기준으로 우리는 미국, 캐나다,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스페인, 호주, 영국, 스웨덴, 폴란드, 불가리아, 우즈베키스탄, 뉴질랜드, 그리스, 인도, 루마니아, 필리핀, 헝가리, 요르단, 일본,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 22개국과 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을 맺고 있고, 독일, 이탈리아, 네덜란드, 말레이시아, 이스라엘, 파키스탄, 노르웨이, NATO, UAE, 덴마크, 콜롬비아, 벨기에, 베트남 12개국과 나토와는 군사비밀정보보호약정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총 34개국 및 나토와 군사정보보호협정을 체결하고 있습니다.

가장 최근에 지소미아를 맺은 국가는 2017년 9월 사우디아라비아인데, 2013년 한국-사우디간 국방분야 협력에 관한 협정에서 정보보호 부분을 떼어내서 지소미아를 맺은 것입니다. 2016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페루, 몽골, 터키, 태국, 체코 등과도 지소미아를 추진한다고 되어 있듯이, 군사외교 확대에 따른 국방 분야의 교류와 협력 증대가 지소미아 증대로 이어지고 있는 셈입니다.

지소미아 내용을 보면, 한일간 지소미아 내용이 2016년 11월 이전에 맺은 지소미아 국가들이나 이후에 맺은 인도네시아, 사우디아라비아의 지소미아 내용과 거의 차이가 없다는 점입니다. 지소미아는 국가 상호간 정보를 교환하는 방법과 교환된 정보 보호, 관리 방법을 정하는 것으로, 협정에는 군사비밀정보를 교환하는 경로, 교환된 정보를 취급하는 관계관의 자격, 교환된 정보의 용도, 보호 의무, 관리 방법 및 파기절차, 협정 해석 및 이행 관련 분쟁해결, 개정, 종료 등의 순서로 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단, 연장과 관련해 차이가 있는데, 미국, 영국, 뉴질랜드는 어느 한 쪽 당사자가 6개월 전 서면통보 전 까지는 협정이 지속된다고 되어 있고, 대부분은 5년간 유효하고 이후 자동 5년씩 연장 혹은 자동 1년씩 연장으로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일본과는 1년 유효하고, 90일전 외교경로를 통한 서면통보를 제외하고는 자동적으로 1년씩 연장된다고 되어 있습니다.

지소미아가 갖는 위의 세 가지 측면을 고려해 볼 때, 한일간의 지소미아에 대해서는 과대평가, 과소평가, 과민평가가 혼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과대평가와 관련해서는 지소미아 때문에 우리의 모든 정보가 상대방 국가에 주어지는 것이 아닌가 하는 우려입니다. 그러나 지소미아는 상호주의 원칙에 따라서 자국에게 부족한 정보를 사안별로 엄밀한 검토를 거쳐 상대방으로부터 받는 같은 수준의 비밀정보를 교환하는 것이기 때문에 제한된 분야의 제한된 내용만이 교환됩니다. 과소평가와 관련해서는 정보교환 건수가 적고 다른 국가를 통해서도 받을 수 있다고 평가하는 점입니다. 지소미아는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군사교류와 협력과 밀접히 관련된 사안으로 군사협력의 프레임 속에서 지소미아를 평가해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과 1987년 지소미아를 체결하고 1989년 일본에 지소미아를 제안했지만, 당시 한일은 협정 체결의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지 않았습니다. 이후 2006년과 2009년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 등 북한의 도발이 증대됨에 따라 일본이 지소미아를 제안했고 한일은 지소미아에 긍정적인 입장을 취하게 되었습니다. 2011년 양국 국방장관은 관련 협의를 진행하기로 합의해 2012년 6월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지만, 절차문제가 제기되면서 체결직전에 중단되었다가 2016년 북한의 핵실험을 포함한 SLBM을 포함한 미사일 발사가 증대되자 우리군의 정보능력 강화가 요구되면서 2016년 11월 23일 한일은 지소미아에 서명했습니다.

한일간 역사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지소미아를 맺게 된 배경은 이처럼 북한의 핵미사일 능력 고도화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비록 북한이 2017년 11월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2018년 대화의 장으로 나오며 남북 정상회담을 포함해 미국, 중국, 러시아와 정상회담을 하며 여러 차례 비핵화 의지를 밝혔지만, 비핵화를 위한 이행은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북한은 신형 단거리 탄도미사일과 신형 대구경 방사포 시험발사와 신형 잠수함 건조를 과시하며 자위력 강화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설상가상으로, 중국과 러시아는 해상, 공중 연합훈련을 확대하고 있으며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들의 우리 방공식별구역 진입 횟수는 매년 증대추세에 있습니다. 최근에는 중국과 러시아의 공중연합훈련 중 러시아 군용기가 독도 영공을 침범하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지난 8월 2일 일본은 화이트리스트에서 우리를 제외하는가 하면, 미국과 러시아는 INF 협정을 파기함으로써 동북아 지역 정세는 ‘지정학의 귀환’이라고 할 만큼 각 국가들은 노골적인 자국 이기주의를 보이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에 한일간 지소미아 파기가 누구한테 좋은 것인가 하는 것입니다. 냉전이 종식된 지 거의 30여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동북아시아는 여전히 ‘북중러 vs 한미일’의 삼각 구도가 작동되고 있습니다. 중러는 한일의 지소미아 파기를 한미일 안보협력 약화로 인식할 수 있으며, 한미일 중 최전선에 있는 한국을 향해 여러 유형의 압력과 도전을 통해 한미일 안보협력 수준을 테스트하며 한미일관계를 약화시키고자 할 것입니다. 러시아의 독도 상공 침범이나, 북한이 중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대신 연속적인 신형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와 신형 400mm 방사포 시험발사를 하는 것은 이에 해당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이러한 환경은 북한 비핵화에 집중해야 할 노력을 분산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기 때문에 영향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또한, 한일간 지소미아 파기는 동맹국인 미국에게도 잘못된 시그널을 줄 수 있습니다. 유럽과 달리, 미국은 양자동맹으로 맺어진 아태 지역 동맹 국가들을 서로 연계함으로써 중국의 아태지역으로의 세력 확장을 억제하고자 하는데, 미국의 주요 동맹인 ‘린치핀’ 한국과 ‘코너스톤’ 일본간 안보협력을 약화시키는 행보는 동맹국의 이익을 약화시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이는 한일간 지소미아가 안보협력의 상징적 의미와 기능이 그만큼 크기 때문입니다.

이호령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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