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미로운 것은 2년 전에도 북한이 하루가 멀다 하고 미사일을 쏘아올린 적이 있다는 사실입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에도 도발을 멈추지 않았던 북한은 그해 5월부터 11월까지 무려 11차례 탄도미사일을 쏘아 올렸습니다.
지금과 달랐던 점은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이나 문 대통령 모두 사안을 ‘매우’ 심각하게 봤다는 점입니다. 발사 당일 양 정상은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통화를 했고, 대통령이 주재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즉각 개최됐습니다.
북한이 7차례나 단거리 발사체를 쏘아 올리는 동안 단 한 차례도 열리지 않았던 그 NSC 상임위원회가 즉각 열렸던 겁니다.
미국이 신속하게 움직인 것 다 이유가 있습니다. 당시 북한이 고각으로 쏘아올린 신형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화성 15형’은 1만3000km를 날아갈 수 있어 미국 전역을 사정권으로 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북한의 단거리 발사체에 대해 ‘작은 것(smaller thing)’ 이라며 주권국가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반적인 것이라고 평가절하 했던 것과 달리 당시 미국 정부와 언론은 미국 안보에 대한 직접적 위협으로 간주했었습니다.
하지만 북한은 2017년 11월을 기점으로 더 이상 ICBM 시험발사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계기로 대화공세로 나온 탓도 있지만 진짜 이유는 이미 ‘국가 핵무력’ 완성을 선언한 탓에 더 이상 시험발사를 할 필요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시험발사가 이뤄진 직후 북한의 리춘희 아나운서는 특유의 흥분된 어조로 이렇게 밝혔습니다.
“김정은 동지는 새 형의 대륙간탄도로켓 ‘화성-15’형의 성공적 발사를 지켜보시면서 오늘 비로소 국가핵무력 완성의 역사적 대업, 로켓 강국 위업이 실현 되었다고 긍지 높이 선포하시었다.”
2017년의 경험에 비춰볼 때 북한은 신형유도탄이 전술적 완성단계를 거쳐 실천배치 수준에 올라설 때 까지 단거리 발사체 도발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그런 면에서 11일 북한관영매체를 통해 공개된 김정은 위원장의 발언은 의미심장합니다. 시험사격을 ‘현지지도’ 한 김 위원장은 “우리나라의 지형 조건과 주체전법의 요구에 맞게 개발된 새 무기가 기존의 무기체계들과는 또 다른 우월한 전술적 특성을 가진 무기체계”라고 평가했다고 북한 매체들은 전하고 있습니다.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공개한 ‘김정은 친서’는 북-미 협상과 남북과계의 앞길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트럼트 대통령의 트윗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한미연합 군사훈련이 종료되는 대로 협상재개를 희망하고 있으며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면 미사일 발사도 멈출 것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저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한미연합훈련이 끝나는 시점까지 신형 KN-23을 포함한 단거리 전술무기의 시험을 마무리 지은 뒤 다시 한 번 대화공세에 나설 것으로 보입니다. 대화가 지지부진한 동안 북한식 자위력 보강이 한 단계 높은 단계로 나아갔으니 다시 한 번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과 ‘핵 담판’에 나서겠다는 것입니다.
불행히도 이 단계에서 한국과 문재인 대통령이 할 수 있는 역할은 그리 많지 않아 보입니다. 일본과의 ‘경제전쟁’ 와중에도 “남북간의 경제협력으로 평화경제가 실현된다면 ‘단숨에’ 일본경제의 우위를 따라 잡을 수 있다”고 한 문재인 정부에게는 뼈아픈 결과가 아닐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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