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국무회의에서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은 튼튼하다”라고 강조한 것은 일본의 경제 보복으로 인한 불안감을 해소하겠다는 의미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수출 보복 조치가 우리 산업에 대한 직접적인 타격보다는 심리적 불안감을 조성하려는 의도가 크다고 보고 그런 불안감을 차단하겠다는 뜻이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산업 구조 개편에 대한 적극적인 의지를 다시 한번 드러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일본의 경제 보복 조치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의 기초가 튼튼하다고 재차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무디스에 이어 며칠 전 피치에서도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일본보다 두 단계 높은 ‘AA―’로 유지했고 안정적 전망으로 평가했다”고 말했다. 이어 “대외 경제의 불확실성 확대로 성장 모멘텀이 둔화되었으나 우리 경제의 근본적인 성장세는 건전하며, 낮은 국가부채 비율에 따른 재정건전성과 통화·금융까지를 모두 고려하여 한국 경제에 대한 신인도는 여전히 좋다고 평가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은 지난달 8일 수석·보좌관회의에서도 무디스의 평가와 외평채 발행 성공 사실 등을 근거로 “외국 투자자들로부터 우리 경제의 튼튼한 기초체력을 확인받은 결과”라고 말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이 자세하게 경제 상황에 문제가 없다고 설명한 것은 한일 갈등과 관련한 시장의 불안감을 막겠다는 의도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제는 심리’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대통령이 직접 나서 우리 경제에 대한 확신을 국민에게 전달하겠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동시에 문 대통령은 부품·소재 분야에 대한 산업구조 개편의 의지도 다시 한번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시간은 우리를 기다려주지 않는다”며 “기득권과 이해관계에 부딪혀 머뭇거린다면 글로벌 시장에서 우리 경제와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것이 그만큼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정부 부처들의 소극적 행정을 지적하며 부품·소재 국산화와 신산업 육성 등 경제 극일(克日)을 위한 신속한 대책 마련을 당부한 것이다.
그러나 이런 문 대통령의 인식에 대해 야권과 경제계 일각에서는 “민생 경제의 어려움과 동떨어진 인식”, “청와대가 보고 싶은 내용만 본다” 등의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무디스, 피치 등 글로벌 신용평가사들은 한국이 재정건전성과 대외건전성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하면서도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피치는 “글로벌 경제 둔화 및 미중 무역 긴장으로 한국의 성장 모멘텀이 상당히 둔화됐다”고 평가했다. 또 6월 올해 경제성장률을 2.0%로 하향 조정했던 피치는 9일에도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보다 0.3%포인트 낮춘 2.3%로 전망했다. 여기에 수출은 9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할 것이 확실시되는 상황이다.
이런 비판에 대해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은 “(문 대통령의 메시지는) ‘이렇게 좋은 것들만 많이 있다’는 것이 아니라 어려운 부분을 함께 헤쳐 나가자는 의미”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생활 SOC(사회간접자본) 투자에 더 큰 노력을 기울여주기 바란다”고 당부한 것도 민생 경제의 어려움을 의식한 발언이라는 것. 건설 경기 침체 등으로 국민의 체감 경기가 최악으로 치닫는 상황에서 지역 경제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할 수 있는 생활 SOC 투자에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나서 달라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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