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전례 없이 짧은 주기의 릴레이 도발로 대남 타격용 ‘단거리 발사체 3종 세트’를 완성하는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다음 도발 카드는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이 될 것이란 관측이 군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군 당국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는 20일 전에 북한이 신형 잠수함이나 바지선을 띄워 SLBM 시험발사에 나서거나 항구에서 지상 사출시험을 하는 식으로 긴장 고조에 나설 가능성에 예의주시하고 있다.
13일 군 소식통은 “북한이 단거리 도발은 3개월 사이에 7번 한 만큼 이 카드는 또 꺼내봐야 무력시위 효과가 예전 같지 않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말했다. ‘대남 깜짝쇼’ 효과가 떨어진 단거리 발사체 대신 대미, 대남 기습 타격 전력이자 ‘게임 체인저’인 SLBM으로 카드를 바꿔 공포 효과를 높여 국제사회의 관심을 집중시키려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지난달 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시찰했다며 3000t급 추정 신형 잠수함을 공개한 것도 이 같은 관측에 힘을 싣고 있다. 당시 북한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잠수함은 동해작전수역에서 임무를 수행하게 되며 작전배치를 앞두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잠수함 건조가 끝난 만큼 잠수함에 탑재할 전략무기인 SLBM 시험발사에도 곧 나설 것임을 시사하는 것으로도 해석됐다.
신형 잠수함에는 SLBM이 3, 4기가량 탑재될 수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기엔 북한이 고체연료 미사일로 개발 중인 것으로 알려진 ‘북극성-3형’ 신형 SLBM이 탑재될 가능성이 높다. 북극성-3형은 2017년 8월 김 위원장이 국방과학원 화학재료연구소를 시찰할 당시 ‘수중전략탄도탄 북극성-3’이라고 적힌 설명판이 노출되면서 그 실체가 공개됐다. 같은 해 12월엔 북한이 시제품 5개를 이미 완성했다는 외신 보도도 나왔다. 북극성-3형은 2016년 8월 시험발사에 성공한 최대 사거리 2500km의 북극성-1형보다 사거리가 길 것으로 추정된다. 잠수함전대장 출신인 문근식 한국국방안보포럼 대외협력국장은 “북한은 북극성-3형을 지난해 이미 완성한 것으로 안다”며 “북한은 대미, 대남 기습타격 전력인 신형 SLBM을 양산 중인 사실을 어떤 식으로든 알리려 할 것”이라고 했다.
특히 김 위원장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최근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이후 북-미 실무협상이 재개되길 희망한다”는 내용의 친서를 보낸 것도 역설적으로 훈련 전 SLBM 도발 가능성을 높이는 대목이다.
북한이 북-미 실무협상 직전 대미 기습 타격 전력인 SLBM 시험발사로 협상력을 높이는 등 몸값 올리기에 나설 수 있다는 것. 미국이 대북제재의 일괄 완화 등 북한의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언제라도 SLBM에 손대는 것을 넘어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협상 성과로 자랑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시험발사 중단도 뒤엎을 수 있다고 위협할 것이란 분석까지 나온다. 전성훈 전 통일연구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단거리 도발은 묵인한 만큼 북한이 중거리 이상 전력인 SLBM 시험발사를 통해 미국이 이 역시 용인할 것인지, 레드라인을 가늠하는 모험에 나설 수 있다”고 했다.
다만 북한이 SLBM을 시험발사하더라도 500km 안팎으로 사거리를 줄여 날리는 방법으로 미국을 직접 타격할 목적이 아니라는 점을 강조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조절할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북극성-1형을 시험발사했던 2016년 8월에도 연료량을 줄이고 고각 발사하는 방법으로 500km만 비행하게 한 뒤 일본방공식별구역(JADIZ) 내 해상에 낙하시킨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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