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4주년 광복절 경축사에서 ‘평화경제’를 재차 강조한 것은 비핵화→평화경제→통일로 이어지는 프로세스로 극일(克日) 역량을 확보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것이다. 동시에 집권 중반기 이후에도 남북 관계 개선에 국정 동력을 집중하겠다는 뜻도 명확히 했다. 7800여 자의 이날 경축사에서 가장 많이 쓰인 단어는 ‘경제’(39번)였고, ‘평화’(27번)가 그 뒤를 이었다. ‘대화’(13번), ‘북한’(9번), ‘통일’(7번), ‘남북’(5번) 등의 단어도 자주 언급됐다. ○ ‘통일 한반도’ 세계 경제 6위권, 2050년 국민소득 7만∼8만 달러
문 대통령은 이날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는 아직 이루지 못했다”며 “아직도 우리가 충분히 강하지 않기 때문이며, 아직도 우리가 분단돼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힘으로 분단을 이기고 평화와 통일로 가는 길이 책임 있는 경제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경제 강국 일본을 넘어서는 것은 물론 안보에서도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서는 북한과의 경제협력이 사실상 유일한 해법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이날 문 대통령이 ‘아무도 흔들 수 없는 나라’를 내걸며 제시한 세 가지 과제 가운데 책임 있는 경제 강국 건설을 제외한 교량국가와 평화경제 구축은 모두 북한과의 협력을 전제로 한 구상이다. 경제 극일을 주제로 한 이날 광복절 메시지의 대부분을 평화경제의 필요성을 강조하는데 할애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다양한 수치를 인용해 평화경제의 필요성을 설득하는 데 주력했다. 문 대통령은 “평화와 통일로 인한 경제적 이익이 매우 클 것”이라며 “통일이 된다면 세계 경제 6위권이 될 것(영국 컨설팅 회사 CEBR)이라고 전망하는 곳도 있고, 2050년경 국민소득 7만∼8만 달러 시대(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가 가능하다는 국내외 연구 결과도 발표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평화경제는) 북한을 일방적으로 돕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서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면서 남북 상호 간 이익이 되도록 하자는 것이며, 함께 잘살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구체적인 방안으로 대북제재로 막힌 남북 철도·도로 연결을 꼽았다. “남과 북 사이 끊긴 철길과 도로를 잇는 일은 동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선도하는 교량국가로 가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부산에서 원산과 나진, 선봉으로 이어지는 환(環)동해 경제는 블라디보스토크를 통한 대륙경제, 북극항로와 일본을 연결하는 해양경제로 뻗어나갈 것”이라며 “여수와 목포에서 해주와 남포, 신의주로 향한 환황해 경제는 중국, 아세안, 인도를 향한 웅대한 경제 전략을 완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 文 “2045년 통일…임기 내 비핵화 이룰 것”
문 대통령은 이날 “2045년 광복 100주년에는 평화와 통일로 하나 된 나라(One Korea)로 세계 속에 우뚝 설 수 있도록 그 기반을 단단히 다지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임기 내 비핵화와 2032년 서울-평양 공동올림픽 개최 구상도 내놨다 평화경제를 위한 3단계 비전을 제시한 셈이다.
그러면서도 “평화경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위에 북한이 핵이 아닌 경제와 번영을 선택할 수 있도록 대화와 협력을 계속해 나가는 데서 시작한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북-미 간의 실무협상이 모색되고 있다”며 “가장 중대한 고비가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고비를 넘어서면 한반도 비핵화가 성큼 다가올 것이며 남북관계도 큰 진전을 이룰 것”이라고 했다. 이르면 올 연말로 예상되는 3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비핵화 합의가 이뤄질 것이라는 기대를 내놓은 셈이다.
당초 문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북-미, 남북문제 해결 구상을 담은 실질적인 제안을 검토했지만 대내외적 상황을 고려해 이를 넣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대신 문 대통령은 연설에서 “남북미 모두 북-미 간 실무협상 조기 개최에 집중해야 할 때”라고만 말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