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결 결과 찬성 53표, 반대 4표, 기권 6표로 본회의에 상정된 9개 항목의 독트린이 최종 합의되었음을 선포합니다.”
17일 오전 경기 양평 블룸비스타호텔 국제회의실. 한반도 문제를 소통하는 비영리 청년 단체인 한반도정책컨센서스 정우진 대표(서울대 정치학과 석사)가 이렇게 선언하자 장내에 모인 청년 80여 명이 큰 박수를 쏟아냈다. 14일부터 3박4일 동안의 릴레이 토론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4년째를 맞는 한정컨의 올해의 주제는 ‘2040, 청년이 그리는 한반도의 미래’였고, 합의된 독트린은 최근 외교안보 현안부터 정부의 대북정책까지 다양한 이슈를 다뤘다. 독트린의 내용은 ‘중립적이고 탈정파적인 회의’를 지향한다는 단체의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었다.
‘한일간 군사비밀보호협정(GSOMIA)을 지속시켜야 할 것인지에 대하여’라는 독트린 3항은 유지를 권고하는 가운데 독자적인 군사력 확보 방안 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미국의 중거리 미사일 배치 요구를 수용해야 하는가에 관하여’라는 제목의 독트린 4항은 ‘역내 안보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명확하게 밝혔다.
독트린의 내용은 ‘4단계 상향식 회의’의 결과물이다. 올해 4월 1차 본회의에서 시작된 논의와 토론이 4차 본회의까지 이어지며 독트린의 형태로 구체화 된 것. 4차 본회의에서도 소위원회와 분과위원회, 상임위원회, 총회를 거치며 발제와 표결이 이어졌다. 18건의 안건이 소위원회에서 발제됐지만 13건만 총회에 올라왔고, 총회에서도 4건이 기각됐다. 사실과 어긋난 주장을 거르기 위해 자체적으로 구성한 ‘팩트체커’들이 각 위원회에서 활동했다.
토론위원(총 62명)으로 참석한 송민석 씨(명지대 정외과 18학번)는 “이번 회의의 절차와 내용에 만족한다. 상향식 합의제도와 숙의방식이 철저하게 적용되었고 내용도 청년이 알아야 할 한반도 이슈 전반을 다루고 있어서 앞으로 진로결정에 큰 도움이 될 것같다”고 말했다. 특정 이슈에 주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참석자들도 자신의 의견을 지속적으로 개진할 수 있어서 결과에 승복하는 분위기였다. 총회에서 지소미아 유지 독트린에 반대표를 던진 한 참석자는 “한일간 역사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 북핵 저지를 이유로 한-미-일, 북-중-러 대결구도를 강화시키는 것은 일반 국민들의 생각과 맞지 않는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상향식으로 합의된 독트린’의 형태를 강조하는 것은 이름 그대로 1회성 토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정책 제안을 지향하기 때문이다. 합의된 독트린은 당장 시행할 수 있는 액션플랜으로 통일부를 비롯한 정부 기관에 제출될 예정이다. 한반도 문제에 대한 사회적 소통을 강조하고 있는 통일부도 큰 관심을 나타냈다. 14일 개막식에는 서호 통일부 차관이 직접 참석해 격려사를 했다. 서 차관은 정부의 지난해 이후 남북관계 개선 성과와 평화경제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청년들은 ‘정부가 경제를 낙관하는 근거’ ‘북한 인권 문제에 침묵하는 이유’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도발’ 등 현안에 대해 날카로운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정 대표는 “산업화 세대와 민주화 세대가 이룬 것들을 누리고 있고 감사해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압축적으로 해왔던 일들 때문에 놓쳐왔던 부분들을 청년들이 메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한반도 문제 담론과 소통에서 청년의 역할을 강조했다.
“지금까지 한반도 문제 담론을 ‘갈등과 대립’이 장악해 왔다고 생각합니다. 이념적으로 사상적으로 다뤄져 정쟁의 대상이 되었고 청년들은 이런 현상에 피로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청년들은 보다 분명한 수준의 결과물을 원하지요. 그래서 우리 청년들은 기성세대보다 합리적인 의사소통을 해보자, 할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더라도 합의 수렴의 정신을 견지해야 하는 논의구조를 발전시켜 가고 있습니다.”
행사에는 동아미디어그룹의 청년을 향한 한반도 플랫폼인 우아한(우리 아이들의 아름다운 한반도)에 참여하고 있는 청년들도 다수 참가했다. 부의장을 맡아 팩트체커로 활동한 이수빈 씨(서울대 경영학과 14학번)는 “미래 세대의 주역인 청소년들 또한 주가 되어 남북 교류를 진행해야 한다는 합의 하에, 접경 지역으로의 남북 청소년 캠프 추진, 남북 청소년 교류의 날 지정 등 다양하고 창의적인 방안들이 제시되었다”고 소개했다. 박기범 씨(서울대 정치외교학부 15학번)는 “다양한 소속의 다양한 청년들의 의견을 들어볼 수 있는 기회였다”며 “청년들이 생각하는 민족담론이 기성세대의 것과 다르다고 생각해 왔는데 어떻게 다른지, 민족담론을 넘어서는 국익 우선의 통일정책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을 기회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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