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분 회담뒤 악수도 없었지만… 고노 “소통엔 공감” 대화 여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8월 22일 03시 00분


한일 외교장관 베이징서 회담
‘화이트리스트-지소미아’ 의식… 한일, 파국 막자는 분위기 흘러
강경화 “수출대화 재개돼야” 촉구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고노
 다로 일본 외상(왼쪽부터)이 회의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중일 3국의 풍경과 문화를 담은 사진첩 출간을 기념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한중 양국은 “역사를 직시하라”며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반성을 촉구했다. 베이징=AP 뉴시스
21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9차 한중일 외교장관회의’에서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 고노 다로 일본 외상(왼쪽부터)이 회의를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한중일 3국의 풍경과 문화를 담은 사진첩 출간을 기념하며 박수를 치고 있다. 이날 한중 양국은 “역사를 직시하라”며 과거사 문제에 대한 일본의 반성을 촉구했다. 베이징=AP 뉴시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외상은 21일 오후 중국 베이징 북부 관광지 구베이수이전(古北水鎭)의 한 호텔에서 35분간의 회담을 마친 뒤 악수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떠났다. 먼저 떠난 강 장관과 뒤에 나온 고노 외상 모두 말없이 굳은 표정이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강 장관의 표정이 엄중했던 회담 분위기를 말해준다”고 전했다.

다만 양국 장관이 대화를 이어나가면서 최악의 파국을 막아보겠다는 분위기도 감지됐다. 한국은 28일 한국에 대한 일본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시행 강행을 막으려고, 일본은 24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시한을 앞두고 한국 정부의 재연장을 촉구하기 위해 소통 채널을 유지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고노 외상이 이날 회담 직후 일본 언론에 “한일 외교 당국 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소통을 계속하자는 데 강 장관과 공감했다”고 밝힌 것도 이런 기류를 보여준다.

이날 강 장관은 일본 측에 수출 규제 철회를 거듭 강조했다. 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내용에선 별다른 진전이 없었지만 외교 당국 간 대화 복원 자체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일본 반응을 묻자 그는 “일본이 거부했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전했다. 다만 고노 외상이 강 장관에게 “조건이 돼야 경제산업성이 대화에 나선다”고 했다며 “수출 당국 간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한 것은 대화 재개의 전망을 어둡게 한다. 강 장관의 요구를 경산성에 수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외상인 자신의 소관이 아니라며 발을 뺀 것으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경산성은 지난달 12일 도쿄에서 열린 한일 실무회의 당시 한국이 합의되지 않은 내용을 먼저 공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를 시정해야 대화에 응할 수 있다는 조건도 내걸었다.

이날 회담 장소에 먼저 도착해 강 장관을 기다리던 고노 외상은 갑자기 한일 양국 취재진이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그는 일본 취재진의 카메라 기종을 보더니 “캐논? 이것은 니콘? 캐논이 두 명이네”라고 말했다. 이에 한국 취재진에선 “묻지도 않았는데 일본 카메라 브랜드를 언급한 것은 한국 내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을 의식한 발언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실제 이날 고노 외상은 불매 운동에 대한 우려도 표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노 외상은 한미일 3국 군사협력의 중요성을 거론하며 강 장관에게 GSOMIA 재연장을 강하게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강 장관은 재연장 여부가 최종 결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전했다. 한국 정부가 24일 전까지 연장 거부 의사를 밝히지 않으면 협정은 자동으로 1년 연장된다. 한국이 GSOMIA 재연장을 허용하는 분위기로 가고 일본이 화이트리스트 배제 문제에 대한 협의를 수용하면 양국 모두 최악의 상황을 피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한편 이날 오전 열린 한중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자신의 오른쪽에 선 강 장관과 왼쪽에 선 고노 장관을 손으로 잡아당기며 두 사람의 거리를 좁히려는 모습이 포착됐다. 전날 약 2시간 동안 진행된 3국 장관 만찬에서 한일 장관은 한마디도 나누지 않았다.

베이징=윤완준 zeitung@donga.com / 도쿄=김범석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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