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코 “수출규제, 엄숙한 자세로 실행”… 아사히신문 “3번째 규제 거론돼”
아베 “앞으로 美와 확실히 연계”… 대북정보 공유 한국 배제 시사
日외무성, 한국 파기 사전감지 못해
고노, 강경화 문자메시지 받고 알아
한국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발표 이후 일본 각료들의 유감 표명이 이어지고 있다. 강경한 언급이 오가면서 한일 관계는 최악으로 치닫는 모습이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는 23일 총리관저에서 기자들을 만나 “한일 청구권 협정 위반 등 나라와 나라 간 신뢰 관계를 해치는 대응이 한국에서 유감스럽게 계속되고 있다”며 “우선은 한국이 약속을 지켜주었으면 하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수출 규제 조치의 이유로 든 ‘신뢰 문제’를 한 번 더 강조한 것이다. 그러면서 “앞으로 미국과 확실히 연계해 지역의 평화와 안정 및 일본의 안전에 대응하겠다”며 향후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과의 협력을 통해 북한 관련 정보를 얻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아베 총리는 기자회견 직전 고노 다로(河野太郞) 외상을 총리관저로 불러 1시간 가까이 향후 대응 방향을 협의했다.
아베 총리는 이날 프랑스에서 열리는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출국했다. 일본 언론들은 25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미일 정상회담이 예정돼 있어 협정 폐기와 관련된 논의를 이어가며 미일 양국이 더 밀착할 것으로 내다봤다.
28일 한국의 화이트리스트 제외 정령 개정안이 본격 시행되는 것과 별도로 이미 일본에서는 다음 응수에 대한 얘기도 나오고 있다. 아사히신문은 “3번째 규제에 대한 이야기도 거론되고 있다”며 “한국의 더 강한 반발이 예상된다”고 보도했다. 세코 히로시게(世耕弘成) 경제산업상은 이날 기자단에 “수출 규제 조치는 엄숙한 자세로 실행하겠다”며 추가적으로 한국에 대한 제재 조치가 있을 것임을 시사했다.
평소 ‘한미일 연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이와야 다케시(巖屋毅) 방위상은 “현재의 안보 환경을 잘못 판단한 대응으로 실망을 금치 못한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는 “(일본은) 협정 파기 발표를 사전에 감지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아사히신문은 외무성 관계자와의 인터뷰를 통해 “베이징에서 열린 한일 외교장관 회담 때까지만 해도 협정 연장에 대한 기대를 갖고 있었는데 22일 낮 이후부터 분위기가 바뀌어 관계자들이 ‘어쩔 수 없다’ 등의 말을 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특히 “고노 외상은 이날 하네다 공항에 도착한 뒤 강경화 한국 외교부 장관으로부터 ‘이제 (파기를) 발표할 것입니다’라는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받았다”고 전했다. 문자메시지로 먼저 알려주려고 한 것으로 보이나 외교적으로 이례적인 일이었다.
일본 정치권도 한국을 비판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니카이 도시히로(二階俊博) 자민당 간사장은 23일 “한미일 지역 안전 보장의 틀을 해친 것은 대단히 유감이다. 한국에 냉정한 대응을 원한다”는 내용의 담화를 발표했다. 다음 달 18, 19일 일본 도쿄에서 열릴 예정이던 한일의원연맹·일한의원연맹의 합동 총회도 11월 이후로 미뤄졌다.
일본 언론들의 우려도 이어졌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협정 파기는 한일이 더 이상 우방이 아님을 나타내는 상징적 조치”라고 보도했다. 마이니치신문은 8·15 광복절 기념사에서 유화적인 제스처를 취했던 문재인 대통령이 강경 노선을 보인 것에 대해 “기념사 이후 한일 외교장관 회담에서 일본의 태도에 변화가 없었고 협정 파기에 찬성하는 여론이 다수라는 점을 감안해 국민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쪽으로 결정한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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