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초대형 방사포’ 카드 왜…“내부 결속 굳힌 뒤 북미 협상”

  • 뉴시스
  • 입력 2019년 8월 25일 13시 50분


전날 함경남도 선덕 일대서 단거리 발사체 2발 발사
北매체 "김정은, 24일 초대형 방사포 시험 사격 지도"
전문가 "대미·대남 비난 없고 내부 결속 메시지 중심"
"김정은 통치력 상당히 회복…29일 기점으로 변곡점"
최고인민회의 2차 회의 마친 뒤 실무협상 재개 관측
트럼프 "北약속 위반 아냐…김정은과 관계 매우 좋아"

북한이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된 지난 24일에도 무기 시험 발사를 진행한 것은 내부 결속을 다지는 차원의 의미가 크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국방력 강화 행보로 통치력을 공고히 한 다음 실무협상 재개에 나선다는 수순일 수 있어 주목된다.

조선중앙통신은 25일 “김정은 동지께서 8월24일 새로 연구개발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 사격을 지도하셨다”며 “시험 사격을 통해 초대형 방사포 무기 체계의 모든 전술기술적 특성들이 계획된 지표들에 정확히 도달했다는 것을 검증했다”고 전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전날 오전 함경남도 선덕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단거리 발사체 2발을 발사했다. 발사체의 최고 고도는 97㎞, 비행거리는 380여㎞, 최대 비행속도는 마하 6.5 이상으로 탐지됐다.

김 위원장은 시험 사격을 지도한 뒤 “국방공업이 지닌 중대한 사명은 국가방위력을 철벽으로 다져 당과 혁명, 조국과 인민을 보위하고 혁명의 최후승리를 담보하며 사회주의 강국 건설을 선도하고 적극 추동하는데 있다”며 “적대 세력들의 가증되는 군사적 위협과 압박공세를 단호히 제압분쇄할 우리 식의 전략전술무기 개발을 계속 힘있게 다그쳐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앞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김정은 위원장이 보낸 친서에서 한미 연합훈련이 끝나면 발사체 발사를 중단하겠다고 약속했다고 밝혔으나, 지난 20일 한미 연합훈련이 종료된 상황에서 또 다시 무기 시험 발사가 이뤄져 약속을 위반하고 실무협상 재개를 늦추려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었다.

그러나 북한 매체의 보도로 볼 때 새로운 무기체계 시험이 김 위원장의 비핵화 기조에 대해 북한 주민이 가질 수 있는 안보 우려를 해소하기 위한 국방력 강화에 초점을 맞춰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를 통해 대내적 결속을 도모하면서 실무협상에 나설 채비를 한다는 관측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어제 발사에 대한 북한의 보도를 군사무기 차원이 아닌, 좀 다른 관점에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며 “일단 제목부터 ‘경애하는 최고령도자 김정은 동지의 지도밑에 새로 연구개발한 초대형 방사포 시험 사격이 성공적으로 진행’이라고 하며 김정은을 부각시켰다”고 짚었다.

통신은 이날 무기체계 보도에서 김 위원장이 “우리 혁명의 최고 이익과 현대전의 특성, 조선반도 주변에서 극도로 첨예화되는 군사정치 정세의 요구에 맞게 나라의 국방공업을 세계최강의 수준에 올려세울데 대한 웅대한 구상을 펼쳤다”고 언급했다.

통신은 또 김 위원장이 “주체병기의 탄생을 위해 그토록 심혈과 노고를 다 바쳐 정력적으로 개발사업을 영도해주시고 첫 시험사격은 꼭 자신께서 지도해야만 한다고 하시며 모든 일을 미루시고 또 다시 이른 새벽 머나먼 날바다 길을 달려오셨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김 위원장이 “우리의 젊은 국방과학자들이 한번 본적도 없는 무기체계를 순전히 자기 머리로 착상하고 설계하여 단번에 성공시켰다”면서 “재능있는 국방과학자, 기술자들이 있기에 주체적 국방공업은 끊임없이 강화발전될 것이라고 긍지에 넘쳐 말씀하셨다”며 국방 과학자들을 격려한 점도 소개했다.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오늘 (북한) 보도 내용은 한미 연합훈련도 끝난 시점에서 대미나 대남 관련 비난이나 언급이 없고 대신 대내적으로 관련 국방과학자, 기술자들에 대한 격려와 내부 결속을 다지는 메시지가 주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간 신형미사일과 방사포 발사의 의도가 대외보다는 대내에 있었음을 보다 명확히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비핵화의 길과 경제에 매진하는 상황에서 과거와 같이 대규모 병력이나 재래식 무기가 아닌 임팩트 있는 저비용, 고효율 무기의 현대화로 억지력을 갖추려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무기 개발을 통해 하노이 회담 이후 김 위원장이 통치력을 상당히 복원한 것 같다”며 “29일 최고인민회의를 기점으로 이제 곧 변곡점이 올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이 오는 29일 최고인민회의 제14기 2차 회의에서 대외정책 정비를 마친 뒤 비핵화 실무협상을 시작할 것이란 관측이다.

미국도 조속한 실무협상 재개를 촉구하는 메시지를 내놓았다. 트럼프 대통령도 지난 23일(현지시간) G7(주요 7개국) 정상회의 참석 차 프랑스로 출국하는 길에 취재진과 만나 김 위원장의 추가 발사체 시험이 약속 위반인지에 대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며 “나는 우리가 매우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군사 전문가들은 이날 북한 매체가 공개한 시험 발사 현장 사진을 토대로 북한이 주장한 ‘초대형 방사포’는 지난 2일 발사된 ‘대구경 조종 방사포’를 고도화한 무기체계라는 분석을 내놓았다.

신종우 한국국방안보포럼 사무국장은 “궤도형 이동식 발사대에 4발을 탑재한 방식이 중국의 WS-2D와 비슷하고, 구경은 더 큰 것 같다”고 말했다. WS-2D는 400mm급 방사포로 사거리가 400km 이상으로 알려져 있다.

김 교수도 “지난번 7월31일과 8월2일 시험발사한 발사체 길이나 직경, 앞쪽 날개나 형태 등 전체적으로 모양이 유사하다”며 “일단 (무기) 이름도 ‘초대형’이라고 하고 사거리나 고도, 속도 등으로도 다른 것으로 보이나 사진상으로 발사체만 보면 업그레이드 버전일 가능성이 보다 높다”고 했다.

한 북한 전문가는 “신형 방사포의 경우 내부적으로 국방력을 강화하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는 데 도움이 되지, 군사적 효용성은 의문”이라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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