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54)는 검찰의 동시다발 압수수색이 진행된 27일 평소 출근시간이 한참 지나서도 서울 종로구에 있는 인사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오전 9시경 서울 서초구 자택을 나선 조 후보자는 출근길에 친인척들의 집에 검사와 수사관들이 들이닥친 사실을 전해 듣고 행선지를 바꿔 모처에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통상 오전 9시 반 사무실 로비에서 기자간담회를 가졌던 조 후보자는 약 5시간 뒤인 오후 2시가 넘어 로비에 나타났다. 평소 손수 운전하던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을 탔던 것과 달리 운전기사가 모는 검은색 그랜저 차량에서 내리는 모습이었다.
조 후보자는 여러 번 파란색 펜으로 수정한 흔적이 보이는 수첩을 든 채 덤덤한 목소리로 “검찰 수사를 통해 모든 의혹이 밝혀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조 후보자는 출근이 늦어진 이유에는 즉답을 피하며 “몸살기가 있었다”고 답했고 압수수색에 대해선 “검찰 판단에 대해 왈가왈부하지 않겠다”고 짧게 말했다.
조 후보자는 “다만 진실이 아닌 의혹만으로 법무 검찰 개혁의 큰길에 차질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끝까지 청문회 준비를 성실히 하도록 하겠다”고도 했다. 사퇴설에 대해서도 “제가 할 수 있는 제 일을 하도록 하겠다”고만 했다. 조 후보자는 9일 지명된 이후 법무 검찰 개혁 방안을 두 차례나 밝히는 등 검찰 개혁의 완수를 위해서라도 장관직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강하게 드러냈다. 조 후보자 측은 전날까지도 검찰의 압수수색 계획을 까마득하게 몰랐던 것으로 전해졌다. 압수수색을 집행한 서울중앙지검 측이 관련 계획을 수사 보안을 위해 대검찰청에만 미리 보고하고 청문회 준비단 검사들이 소속된 법무부에는 압수수색 직후에 알렸기 때문이다.
친지의 연락을 받은 조 후보자로부터 압수수색 소식을 전해 듣고서야 사태를 파악한 청문회 준비단 관계자들도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한 채 뒤늦게 대책 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예기치 못한 검찰의 강제 수사 돌입에 당초 국회 청문회에서 ‘가짜뉴스 전략’으로 의혹을 불식시키려던 조 후보자의 전략도 차질이 불가피해졌다. 조 후보자는 ‘검찰을 지휘하는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될 경우 자신에 대한 수사가 공정하게 이뤄질 것인지’를 묻는 질문에는 “법무부 장관은 검찰의 수사에 대해 구체적 지휘를 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하지만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 장관의 지휘권 범위에 대해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휘·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감독한다’고 되어 있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의혹이 검찰의 수사 대상이 되고, 조 후보자 주변인이 본격적으로 수사를 받게 되면 조 후보자가 장관으로 재직하면서 수사 보고를 받는 것이 적절하냐는 논란을 불러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조 후보자가 적절한 시점을 골라 장관 후보자 자리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재경 지검의 한 간부 검사는 “최근 법원은 압수수색 대상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을 정도로 증명돼야 발부해 주는 경향이 있다”면서 “고발인 조사도 제대로 못했는데 법원이 영장을 발부한 사실을 장관 후보자가 엄중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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