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일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관련한 첫 언급을 내놓으며 ‘입시제도 개편’ 카드를 꺼내든 것은 의학 논문 제1저자 등재 등 조 후보자 딸의 대입 특혜 의혹에 대한 심각성을 더는 묵과할 수 없다는 의미다. 특히 청와대가 청년소통정책관을 신설하는 등 각별한 신경을 쏟아온 2030세대의 분노가 심상치 않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의 정쟁화로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다”고 한 것은 사실상 조 후보자의 임명을 강행하겠다고 재확인한 것이다. 이에 따라 조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 ‘공정’ 가치 흔들리자 첫 언급 나선 文
문 대통령은 이날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르기 전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당정청 고위 관계자들과 만나 “그동안 입시제도에 대한 여러 개선 노력이 있기는 했지만, 여전히 그 입시제도가 공평하지 않고 공정하지도 않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많다”고 말했다. 이어 “공정의 가치는 경제 영역에 한하는 것이 아니고 다른 사회 영역, 특히 교육 분야에서도 최우선의 과제가 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문 대통령이 조 후보자와 관련한 숱한 의혹 가운데 대입 제도를 콕 찍어 언급한 것은 이 문제가 2030세대가 가장 분노하는 지점이고, 문재인 정부가 핵심 가치로 내세우고 있는 ‘공정’ ‘정의’를 건드릴 수 있다고 봤기 때문이다. 리얼미터가 지난달 28일 발표한 조 후보자 임명 찬반 여론조사에서 가장 반대 여론이 높았던 연령층은 20대(62.1%)였다. 여권 관계자는 “이들의 마음을 다잡지 못하면 당장 내년 총선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물론 현 정권의 지지 기반과 핵심 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고 본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교육부는 2일 차관 주재 회의를 열어 관련 내용을 논의할 예정이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통령 발언은) 당초 생각했던 범위를 벗어난 것이어서 더 큰 차원의 제도 개선이 필요하게 됐다”며 “문 대통령을 수행 중인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복귀하면 개편 방향을 지휘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 조국 임명은 강행할 듯
이날 문 대통령의 언급과 별개로 조 후보자의 임명은 강행될 것으로 보인다. 문 대통령은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위해서 인사청문회 제도가 도입됐는데, 이게 정쟁화돼 버리면 좋은 사람을 발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입 제도 개선과 조 후보자 인사청문회를 둘러싼 여야 다툼은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문 대통령이 대입 제도를 언급한 것 역시 조 후보자 딸을 둘러싼 특혜 논란이 조 후보자 가족의 잘못이 아니라 10년 전 입학사정관제 도입 등 제도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규정한 셈이다.
문 대통령은 3일 조 후보자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를 국회에 요청하며 조 후보자 임명 강행을 본격화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는 자유한국당의 청문회 연기 주장에 대해 “특별한 사정의 변경이 생겼다고 보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야당은 문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물타기’라며 반발했다. 한국당 전희경 대변인은 “위선정권의 실체가 다 드러났음에도 혼자만 정의의 사도인 양하는 대통령의 모습은 민심 이반”이라고 비판했다. 바른미래당 이종철 대변인은 “달나라에 가 있는 대통령의 상황 인식이 기가 막힐 뿐”이라고 했다. 반면 민주당 이재정 대변인은 논평에서 “국회는 지금이라도 공교육 정상화 등을 통해 교육의 황금 사다리를 걷어내고 보다 평등하고 공정한 기회를 보장할 수 있는 입시 제도 마련을 위해 진지한 논의에 나서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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