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를 공식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과 부인 김정숙 여사는 4일 오후(현지시간) 미얀마 옛 수도 양곤의 아웅산 묘역에 건립된 ‘대한민국 순국사절 추모비’를 찾아 참배했다.
2012년 이명박 전 대통령이 미얀마 순교자 묘역과 테러 현장을 참배한 적은 있지만, 2014년 건립된 순국사절 추모비를 방문한 것은 우리나라 대통령으로 처음이다.
1983년 10월 9일 북한 공작원의 폭탄 테러로 서석준 부총리 등 대통령 순방 외교사절과 기자 등 수십명이 사망하는 등 큰 피해가 발생했다.
전두환 전 대통령은 당시 참배 예정시간이었던 10시보다 30분 정도 늦게 도착했다. 그에 앞서 우리 정부측 수행원단이 행사 예행연습을 위해 먼저 도착했고, 애국가가 울리자 북한 공작원은 행사가 시작된 것으로 착각해 미리 설치한 폭탄을 터뜨렸다.
당시 수행원단이었던 서석준 부총리와 이범석 외무부 장관, 김동휘 상공부 장관과 이중현 동아일보 기자 등 한국인 17명과 미얀마인 7명이 사망, 현장에 있던 50명이 큰 부상을 당했다. 이에 우리 정부는 미얀마와 단교했으며 2007년 4월에서야 복교됐다.
희생된 순국 사절 17명 모두 국가사회발전특별공로희생자로 국가보훈처에 국가유공자로 등록됐다. 순국 사절 추모비는 국가보훈처 현충시설로 지정되어 관리되고 있다.
대한민국 순국사절 추모비는 한반도 평화와 통일을 이루기 위한 대한민국 국민의 염원을 담아 2014년에 건립됐다. 2014년 추모비 제막식에는 윤병세 당시 외교부 장관이 참석했다.
추모비는 테러가 발생한 아웅산 국립묘지의 북문 입구 경비동 부지(258㎡)에 설치됐다. 가로 9m, 높이 1.5m, 두께 1m 크기의 이 추모비는 벽 모양의 형태로 추모비 사이의 틈을 통해 100m 정도 떨어진 테러 발생 현장이 보이도록 설계됐다.
추모비는 제주의 무덤 형식인 ‘산담’에서 착안해 ‘ㅁ’자로 만들어졌다. 같은 시각 한곳에서 순국한 만큼 각각의 비석이 아닌 하나의 큰 비석으로 설계됐다. 서로 다른 17개의 면으로 이뤄진 흰색 바닥은 17인의 순국자를 나타낸다.
추모비가 위치한 순교자의 묘역은 아웅산 장군 유해가 안장돼 있어 외국인 추모 시설 건립에 반대 목소리도 있었으나, 떼인 세인 당시 미얀마 대통령의 방한을 계기로 미얀마측이 협조 의사를 밝혀 건립이 추진됐다. ‘대한민국 순국사절 추모비’는 미얀마 건국 이래 최초의 외국인 추모시설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얀마는 한국전 당시 약 5만 달러 상당의 쌀을 지원해 준 국가로 양국 간의 오래된 우호와 신뢰로 추모비가 건립됐다”라며 “이번 대통령 참배를 계기로 미얀마와 미래지향적 협력 관계를 지속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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