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6일 인사청문회 개최에 합의하면서 지난달 14일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에 인사청문요청서를 송부한 지 23일 만에 청문회가 열리게 됐다. 하지만 여야가 청문회 일정과 증인 채택을 놓고 기싸움을 벌이며 시간만 허비한 탓에 청문회는 증인, 시간, 자료 없는 ‘3무(無) 청문회’가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여야 원내 지도부 이해 맞아떨어지며 막판 합의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자유한국당 나경원 원내대표가 예상을 깨고 4일 조 후보자 청문회를 합의한 것은 두 사람의 이해가 서로 맞아떨어진 게 주효했다. 민주당으로선 아무리 문 대통령이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송부해 달라고 재요청하면서 임명 강행 의지를 밝혔지만 청문회라는 법적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임명하는 데 대한 부담이 적지 않았다. 한국당도 제1야당으로서 청문회도 치르지 못하고 조 후보자 임명을 막지 못했다는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던 상황이었다. 실제로 민주당 일각에선 조 후보자 임명을 강행했다가 내년 총선까지 후폭풍이 일 것이라는 우려도 나왔다.
한국당 내에선 전날 밤까지 청문회 개최를 놓고 격론이 오갔다. “청와대가 임명 강행을 예고한 상황에서 청문회를 여는 건 임명에 명분만 제공할 뿐”이라는 강경론과 함께 “조 후보자의 거짓말을 국회 속기록에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고 추후 검찰 수사 과정에서 결정타로 쓰이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나 원내대표는 “청문회라는 국회가 해야 할 고유 책무에 대해 많은 이견이 있었지만 책무를 이행하는 게 맞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두 원내대표가 청문회 개최를 합의하자 한국당에선 불만이 여전하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간사인 김도읍 의원은 나 원내대표를 향해 “왜 핵심 증인 채택 없는 하루짜리 청문회에 합의했느냐”고 불만을 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 함께 있었던 김진태 이은재 의원 등은 불만 표시 차원에서 이날 법사위 전체 회의에 들어가지 않았다. 장제원 의원은 페이스북에 “굴욕적, 백기투항식 청문회에 합의했다”고 했다.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는 페이스북에 “(나 원내대표는) 당의 내일을 위해 그만 사퇴하는 것이 옳다”고 했다.
바른미래당 법사위원인 오신환 원내대표는 이날 회견을 열고 “국회의 권위와 존엄을 실추시키는 정도가 아니라 땅속에 처박는 결정”이라며 청문회 보이콧을 선언했다. 다만 바른미래당 소속 다른 법사위원의 청문회 참석은 개별 판단하기로 해 채이배 의원은 청문회에 참석할 예정이다. ○ 조국, 청문회에서 위증하면 처벌될 수도
어렵게 합의했지만 청문회가 하루인 데다 증인 채택을 강제할 수 없는 만큼 맹탕 청문회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소관 상임위원회가 증인을 출석시키려면 청문회 5일 전에 출석요구서가 송달되도록 해야 한다. 국회 법사위가 5일 증인을 채택하더라도 강제성이 없어서 출석 여부는 물론 위증을 하더라도 처벌할 수 없다. 법사위에서 자료 제출 요구 안건이 처리되지 않으면서 제대로 된 자료가 제출될 가능성도 낮아졌다. 국회의원실에서 유관 기관을 상대로 자료를 요구할 수 있지만 정식으로 상임위 의결을 거친 경우에만 보내주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물론 조 후보자는 2일 기자간담회와 달리 6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선 위증을 하게 되면 국회증언감정법에 따라 처벌될 수 있다. 2016년 국정농단 사건 때 조윤선 당시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은 문화계 지원 배제 명단인 이른바 블랙리스트가 없다고 발언했다가 허위 증언죄로 고발당했다. 국회에서의 위증은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할 수 있다.
청문보고서 송부 마지막 기한인 6일 ‘조국 청문회’가 열리게 된 것은 여야가 청문회 일정과 증인 채택을 놓고 줄곧 평행선을 달린 탓이 크다. 조 후보자를 둘러싼 각종 의혹이 터져나오자 한국당은 지난달 23일 사흘짜리 청문회를 요구했고 민주당은 “국무총리 청문회도 이틀 한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사흘 뒤 여야가 이달 2, 3일 이틀간 청문회를 열기로 잠정 합의했지만 이번엔 조 후보자의 부인과 딸, 노모 등 가족 증인을 놓고 여야가 줄다리기 협상을 벌이면서 무산됐다. 민주당의 전례 없는 ‘11시간 기자간담회’가 열린 뒤 국회가 책무를 저버렸다는 여론이 거세지고 문 대통령이 경과보고서 송부 재요청으로 압박하자 결국 이날 합의가 이뤄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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