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적 한방 없는 청문회…“성찰하겠다” “불찰이다” 자세 낮춘 조국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6일 20시 29분


가까스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마지막 기한인 6일 열린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 인사청문회는 예상보단 결정적 한방이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조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민주당이 주최한 기자간담회에서 ‘예행 연습’을 이미 한 차례 치른데다 한국당의 질의가 예상보다 날카롭지 못한 것도 영향을 미친 듯 했다.

조 후보자는 청문회 초반엔 잔뜩 고개를 숙였다. 그는 인사말에서 “저와 제 가족의 일로 국민께 큰 실망감을 드렸다”면서 “무엇보다 새로운 기회를 위해 도전하고 있는 젊은 세대들에게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 말과 행동이 일치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말과 행동이 안됐던 점 등 논란의 정점에 선 것에 대해선 즉각 “성찰하겠다”, “불찰이다”, “반성하고 있다”, “죄송하다” 등 표현을 바꿔가며 자세를 낮췄다.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자신의 부인과 딸 등 가족에 대해선 “너무 가슴 아프다”는 말도 수차례 언급했다.

하지만 조 후보자는 자신을 향한 여러 의혹 대부분에 대해선 “전혀 그런 사실이 없다”며 반박했다. 조 후보자는 한국당 이은재 의원이 ‘부인의 압수수색 전 컴퓨터 반출 의혹에 대해 허위진술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자 “허위 진술을 하지 않고 있다”고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한국당의 질의가 조 후보자를 날카롭게 파고들지 못하자 회의를 주재한 여상규 법사위원장이 이레적으로 직접 질의에 나서기도 했다. 통상 위원장은 청문회를 진행하지 질문은 거의 하지 않는 게 관례다. 여 위원장은 “후보자가 언론에 밝히는 검찰개혁 내용 보면 전혀 새로울 것도 없다. 후보자가 (장관으로) 와서 무엇을 하겠다는 건인가”라고 되물었고 조 후보자는 “법률이 통과 전이라면 그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안에 맞게 수사·기소실무 규칙을 바꾼다던가 법무부령 작업을 해야 한다”고 했다. 여 위원장이 “그런 걸 가지고 후보자 아니면 안 된다고 하는 거냐”고 되묻자 조 후보자는 “꼭 저만 해야 한다고 말씀드리는 건 아니다”라고 답변했다.

조 후보자에 대한 질의보다는 여야 간 공방에 오히려 시간을 더 할애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왔다. 질의 시간을 두고 민주당 이철희 의원과 여 위원장은 설전을 벌였다. 여 위원장이 조 후보자의 답변 기회를 충분히 주지 않자 이 의원은 “미국에선 청문회를 ‘히어링’이라고 한다. 히어가 무슨 뜻인지 아냐”라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여 위원장은 “내가 초등학생이냐”라고 했고 이 의원은 “초등학생보다 못하다. 원칙을 지켜달라”고 했다. 민주당 표창원 의원은 한국당 의원들에게 “정신 차리라”고 고함을 치기도 했다.

핵심 증인들도 강제성이 없는 출석 요구 탓에 청문회에 출석하지 않았다. 증인 11명 중 조 후보자의 딸 논문 등재나 입시 의혹과 관련한 장영표 단국대 교수와 노환중 부산의료원장 등은 불참했고, 조 후보자와 배우자, 자녀들이 투자했던 사모펀드 특혜 의혹 관련 증인들도 모두 나오지 않았다. 증인 중 유일하게 참석한 웅동학원 김형갑 이사는 웅동학원 부실관리 의혹에 대해 “모른다”고 답변했다. 82세의 고령인 김 이사가 질의 내용과 동 떨어진 답변을 이어가자 한국당 의원들은 질문을 하다가도 “알겠습니다”하며 더 이상 밀어붙이지 못했다.

황형준기자 constant25@donga.com
강성휘기자 yol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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