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장관 임명으로 檢개혁 정면돌파…2011년 북콘서트서 적임자 낙점
참여정부 실패 답습 않으려는 강한 의지…검찰 탈(脫)정치화 작업 가속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임명한 데는 미완의 과제인 권력기관 개혁 임무를 완수하라는 뜻이 담겨 있다.
법무부 장관 적임자를 두고 오랜 시간 고민해온 문 대통령은 자신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하고 있는 ‘페르소나’를 임명하는 것으로 지난 8년 간 그려왔던 검찰 개혁의 ‘마지막 퍼즐’을 완성했다.
다만 조 장관이 임기를 시작도 하기 전에 검찰이 자신의 아내를 기소하면서 장관으로서의 임무 수행에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된 것은 고민의 지점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조 전 민정수석을 신임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했다고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브리핑에서 밝혔다. 지난 8·9 개각 때 후보자로 지명한 이후 31일만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에 송부한 후 26일 만이다.
문 대통령의 이번 인사는 과거 노무현 전 대통령의 비극을 보며 다짐했던 검찰 개혁 과제를 완수하고, 정권과 끝까지 함께할 동행자를 택한 것이라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조 장관이 아니면 개혁의 핵심인 ‘검찰의 탈(脫) 정치화’를 이룰 수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초대 민정수석으로 곁에 두고 권력기관 개혁 작업의 설계 임무를 부여한 뒤, 이를 실행에 옮길 법무부 장관에 임명한 것은 검찰에 대한 인사권을 적극 행사하지 못했던 과거 참여정부의 실패 사례를 답습하지 않겠다는 뜻으로도 해석된다.
참여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이었던 강금실 장관은 문 대통령의 저서 ‘검찰을 생각한다’에서 “개혁을 하려면 조직의 실태를 잘 분석해 놔야하고, 언제 어떤 일을 할 것인가까지 나와 있어야 한다”며 “(장관으로) 가서 무작정 시작하는 것은 너무 늦다”고 술회한 바 있다.
노 전 대통령은 강금실 법무부 장관 카드로 검찰 개혁의 의지를 보였지만 이후 검찰의 조직적 저항에 밀려 인사권을 적극 행사하지 못했다. 당시 김대중 정부를 계승했다는 부담으로 ‘정치검찰’이라는 잘못된 행태를 적극 청산하지 못했다는 아쉬움은 8년 전 자신의 토크콘서트에서 직접 토로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1년 12월 검찰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한 ‘문재인, 김인회의 검찰을 생각한다’ 출간 기념으로 마련된 토크콘서트 형식의 출판기념 행사에서 참여정부 때 대통령의 검찰 인사권 행사가 잘 이뤄지지 못했던 배경을 전했다.
당시 문재인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사회를 봤던 조국 서울대 교수의 ‘참여정부에서 검찰 인사권을 갖고도 왜 행사가 잘 안됐고, 앞으로는 어떻게 했으면 좋은가’라는 질문에 “그 때는 정권교체가 아닌 국민의 정부로부터 정권이 계승된 상황이었다”며 “이전 정부에 있었던 여러가지 정치검찰의 행태에 대해서 참여정부가 청산하는 것이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었다”고 토로했다.
문 대통령은 검찰개혁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합한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조국 교수를 이미 마음에 두고 있다는 속내도 8년 전 당시 북콘서트에서 내비쳤었다. 대통령이 된다면 누구를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할 것인가를 물었던 조국 교수에 대한 답변 과정에서였다.
당시 조국 교수는 ‘문 이사장이 자의반 타의반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고 있는 상황에서 어떤 분이 법무부 장관이 되는지가 검찰 개혁의 핵심 중 하나인데 누구를 임명할 것인가’라고 물었다.
이에 문 대통령은 “여러분, 우리 조국 교수님 어떻습니까”라고 청중을 향해 되묻는 것으로 답변을 갈음했었다. 옆에 있던 조 교수는 머쓱하게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조 교수는 이후 ‘롯데 자이언츠 야구단 구단주 밖에는 자리 욕심이 없다’는 농담으로 곤란했던 당시 상황을 모면했었다.
8년 전 향후 자신들이 겪게 될 운명을 서로 모른 상황에서 나눈 얘기가 현실이 됐다. 당시 노무현재단 이사장이었던 문재인 변호사는 대통령으로, 조국 서울대 교수는 문재인정부 초대 민정수석을 거쳐 두 번째 법무부 장관이 됐다.
하지만 청와대 안팎에서는 조 장관이 임명되기도 전에 적지 않은 상처를 입게 되면서 검찰 개혁의 동력을 상실한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인사 검증 과정에서 제기된 여러 의혹과 관련해 전격 압수수색을 벌인 데 이어 인사청문회 도중 조 장관의 부인을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문 대통령은 검찰의 1차 압수수색을 보고받은 자리에서 ‘격노’(激怒) 했던 것도 조 장관을 통한 개혁 작업에 검찰 저항이 시작된 것으로 봤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여권 핵심관계자는 “문 대통령이 당시 압수수색 소식을 보고받고 불같이 화를 냈었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논두렁 시계’를 언급하며 검찰의 피의사실 공표를 강력 비판한 것도,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이 수사지휘권을 언급한 것도, 이낙연 국무총리의 “정치 검찰” 발언도 모두 비슷한 시점에서 나왔다.
여당 의원들은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조 장관과 관련한 검찰 수사를 ‘검찰 개혁에 대한 저항’, ‘검찰의 조국 낙마시키기’라 정의했다. 이철희 민주당 의원은 “참여정부가 검찰개혁을 시도한 결과가 노무현 대통령의 비극적인 죽음”이라며 “준비가 돼 있지 않으면 어떻게 되는지 노 전 대통령의 비극에서 충분히 확인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이 조 장관 임명을 강행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검찰의 본성을 확인한 만큼 역설적으로 조 장관을 통한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더욱 절실히 느낀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민정수석을 지내면서 검찰 조직 실태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고, 개혁 작업을 과감히 실행하기에 조 장관만한 적임자가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다는 게 청와대 안팎의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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