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지 7시간여 만에 평안남도 개천에서 쏜 단거리발사체의 ‘정체’와 발사 방식을 놓고 다시 한 번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북한이 내륙을 가로질러 발사체를 쏜 것은 지난달 6일 KN-23 신형 단거리탄도미사일(SRBM) 발사 이후 처음. 당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참관한 가운데 황해남도 과일에서 발사된 KN-23 2발은 평양 등 북한 수도권 상공을 가로질러 약 450km를 날아가 함경북도 무수단리 앞바다의 알섬에 떨어졌다. 이번에도 2발은 50∼60km 정점고도로 내륙을 관통해 1발은 약 330km를 날아가 알섬에, 다른 1발은 200여 km를 비행한 뒤 내륙에 각각 낙하했다. 군 당국자는 “내륙을 관통해 쏜 것은 전력화의 막바지 단계라는 의미”라며 “4차례나 발사해 실전검증이 끝난 KN-23보다 1, 2회 발사에 그친 KN-25와 북한판 에이태킴스를 김 위원장의 지휘하에 쐈을 가능성이 더 크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은 새 기종일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 5월 4일 KN-23의 첫 발사를 시작으로 불과 3개월여 만에 ‘신형 대남 단거리 타격전력 4종’을 속속 공개한 북한이 숨겨뒀던 또 다른 신형무기의 존재를 과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일본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을 통해 북한 발사체의 관련 정보를 우리 정부에 요청하지 않았다. 군 관계자는 “미국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아 한국에서 추가로 받을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난달 24일 초대형 방사포 발사를 포함해 북한 도발 때마다 정보 공유를 요청한 일본이 ‘침묵’한 배경이 석연치 않다. 지소미아 파기를 결정한 한국에 ‘더는 한국 정보가 필요하지 않다’는 메시지를 주려했던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군은 이전 도발과는 달리 이날 발사체와 최대 고도, 속도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번까지 총 10차례의 신형 단거리무기의 도발을 통해 북한은 동서 해안과 내륙지역 등 어디서든 한국 전역을 기습타격할 수 있는 능력을 입증했다. 고체엔진을 장착해 사전 발사 징후를 포착하기 힘들고, 음속의 6배 이상으로 저고도로 비행하면서 요격 회피 능력까지 갖춘 신형무기들을 북한 전역에 촘촘히 배치해 개전 초 동시다발적 대량 타격으로 한미 연합군에 ‘치명타’를 줄 수 있는 채비를 거의 완성했다는 것이다.
일각에선 북한이 ‘대남 타격용 신형무기 4종’을 북-미 비핵화 협상의 ‘압박카드’로 활용할 거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들 신형무기를 전술 핵무기로 전용할 것이라고 위협하면서 핵우산과 미 전략자산 등 대한(對韓) 확장억제의 영구 제거, 주한미군 철수와 맞바꾸는 제안을 협상 테이블에 올려놓을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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