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 깊어지는 한일 갈등…아베 정권이 물러나면 상황 달라질까?[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2일 14시 00분



Q. 한국의 반도체 부품 국산화 추진처럼 일본도 지소미아를 대체할 어떤 조처를 하고, 이런 사태가 반복되어 양국의 골이 깊어진다면 정말 동북아시아의 새로운 판이 짜일 수도 있을까요? 과연 아베 내각이 한일갈등을 넘어 동북아시아 질서를 새롭게 그리려는 의도가 있다고 볼 수 있을까요? 한일관계에 있어 아베 총리 집권 이후에 생긴 갈등도 있지만 이전부터 있던 문제도 많았는데 특별히 아베 정권이 두드러지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김해인 연세대 철학·지구시스템과학 15학번

A. 일본의 대외전략의 기조는 미일동맹의 강화와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이 두 기조를 통해 일본은 적극적 평화주의를 표방하면서 외교역량을 강화하고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위상과 입지를 미국과 대등하게 하려고 합니다. 궁극적으로는 일본의 보통국가화를 노리고 있는데 이것이 갖는 의미는 2차 세계대전 전으로의 회귀, 즉 군대를 보유하고 일본 스스로가 만든 헌법을 갖는, 이른바 패전 이전의 일본으로 돌아가려는 목적이 있습니다. 이를 위해 아베 총리는 지구를 몇 바퀴 돌 수 있는 정도의 거리를 순방하면서 전 세계적으로 외교지평을 확대시키고 있습니다.

아베집권 초기, 일본의 외교청서나 국방백서에는 한국을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는 중요한 이웃국가’로 상정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2018년 외교청서에서는 이러한 문구가 사라지게 됩니다. 2017년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위안부합의 재검토와 화해 치유재단의 해산, 이어 2018년 10월 30일 대법원 강제징용 판결은 일본 정부의 대 한국 피로감을 높이게 되었습니다. 일본은 미중 전략경쟁과 북미 정상회담 등 급변하는 동아시아 정세에 대처하는데 있어서 한국이 모호한 입장(일본의 표현에 따르면 ‘중국경사론’과 ‘친북정책’)을 나타내고 있다고 보고 있으며 그 결과 한국과 전략적 이익을 공유하기에는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입니다.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원대연 기자 yeon72@donga.com
실제로 아베정부는 2018년부터 중일관계 회복을 위해 외교적으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안보적으로 중국과 협력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오랫동안 일본의 대중전략인 정경분리의 원칙이 되살아나고 있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즉 미국의 보호주의 하에서 중일 간 경제적 협력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중일 양국의 경제적 협력이 국익에 부합한다고 보는 것입니다. 이에 비하면 한국은 일본에 있어 경제적으로도 안보적으로도 모호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는 상황인 것입니다.

외교는 ‘국익’을 위한 것입니다. ‘의리’나 ‘자존심’만으로는 국익을 지킬 수 있는 시대는 이미 지난 것이지요. 그런 점에서 일본은 철저히 ‘국익’에 우선한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과거사 갈등은 아베정부 이전에도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관리’기능이 존재했고 과거사 갈등이 한일 외교의 전면에 등장하는 일은 드물었다고 할 수 있겠지요. 아베총리가 꿈꾸는 전쟁 이전의 일본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패전의 부산물들을 청산해야 하는데 한국은 계속해서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기 때문에 한국에 대한 정책이 온건할 수는 없겠지요.

아베총리이기 때문에 지금의 한일갈등이 있다고는 생각하기 어렵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우선주의, 시진핑 주석의 중국몽 등 강대국들이 자국의 이익을 극대화시키려고 하는 상황에서 국제적 흐름에 대응하는 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아베총리가 퇴임하더라도 다음 총리 역시 지금의 큰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을 펼치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김숙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대외전략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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