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법조계에 따르면 조국 법무부장관의 취임 일성대로 검찰은 수사를 하고 법무부는 법무부의 일을 하고 있지만 두 권력 기관 사이의 긴장은 연일 고조되는 모양새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이끄는 검찰은 지난달 27일부터 본격적으로 조 장관 의혹 관련 수사를 시작했다. 당일 서울중앙지검 특수2부(부장검사 고형곤)는 조 장관의 부인과 딸이 받고 있는 의혹과 관련된 20여곳을 동시다발적으로 압수수색했다. 조 장관 일가족 관련 의혹에 대한 고발장이 접수된 지 10일도 지나지 않았을 때다.
조 장관 일가족이 고발된 사건은 고소·고발 사건을 담당하는 형사부에 배당됐다가 정재계 부정부패 수사를 담당하는 특별수사부으로 재배당됐다. 검찰의 강한 수사 의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다.
검찰의 강제수사 개시로 자유한국당 등 야당의 임명철회, 사퇴 요구 목소리는 높아졌다. 조 장관은 “검찰 수사로 모든 의혹이 밝혀지길 희망한다”면서도 “의혹만으로 법무·검찰 개혁의 큰길에 차질이 있어선 안 된다”고 물러서지 않았다.
검찰은 관련자 소환조사와 압수수색을 거쳐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동양대 총장상 조작 혐의가 인정된다고 보고 공소시효 만료일인 지난 6일 오후 10시50분 정 교수를 사문서위조 혐의로 불구속기소했다. 같은 시각 조 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장에서 자동 산회 1시간여를 앞두고 야당의 질문 공세를 받고 있었다.
국회 인사청문회가 끝난 뒤 문재인 대통령의 시간이 됐지만, 검찰의 정 교수 기소 여파로 국회의 시간은 이어졌다. 야당은 “법을 집행해야 할 장관으로 부적격”이라며 지명 철회 목소리를 더욱 크게 냈고,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검찰의 수사권 남용”이라고 조 장관을 지원사격했다. 문 대통령도 고민은 깊어졌다.
검찰은 9일 오전 9시쯤 ‘조국 가족펀드’ 의혹의 핵심 당사자인 이모 코링크프라이빗에쿼티(PE) 대표와 최모 웰스씨앤티 대표 등 2명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문 대통령이 당일 중 조 장관을 임명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던 시점이었다.
예상대로 문 대통령은 같은 날 오전 11시30분 인사청문회 3일 만에 조 장관을 임명했다. 문 대통령은 “저를 보좌해 저와 함께 권력기관 개혁을 위해 매진했고 성과를 보여준 조국 장관에게 그 마무리를 맡기고자 한다는 발탁 이유를 분명하게 밝힌 바 있다”며 “그 의지가 좌초되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힘을 실어줬다.
조 장관은 오후 열린 취임식에서 취임사를 통해 ‘개혁’이란 단어만 10번 쓰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강한 의지를 표명했다. 그는 “특정권력이 너무 많은 권한을 갖고, 그 권한에 대한 통제장치가 없다면 시민의 자유와 권리는 위험할 수밖에 없다”며 검찰 권한을 쪼개고 통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또 “적절한 인사권 행사, 검찰개혁의 법제화, 국민 인권보호를 위한 수사 통제 등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감독기능을 실질화해야 한다”며 검찰에 대한 법무부의 권한을 강조했다.
조 장관의 1호 지시는 국회 입법활동을 지원하고 검찰개혁을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검찰개혁 추진 지원단’ 구성 지시였다. 추진단장으로 검찰 근무 경험이 없는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 황희석 법무부 인권국장(53·사법연수원 31기)을 임명하며 인사권도 행사했다.
황 국장은 노무현 정부 때인 2006년 사법개혁추진위원회 산하 사법개혁연구회에서 활동하며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신설과 검·경 수사권 조정 등을 주장하는 등 조 장관과 검찰개혁 방향에 의견을 같이 하는 인물이다. 조 장관 의혹에 관한 검찰 수사 시작 이후에는 ‘피의사실 공표’ 논란과 관련해 검찰을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조 장관은 이어 11일 제2기 법무검찰개혁위원회 발족을 지시했다. 검찰개혁추진단은 법무부 감찰관실과 함께 법무검찰의 감찰제도 전반에 관한 개선방안을 마련한다.
이에 따라 현재 공석인 대검 감찰본부장 임명 절차도 신속히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개방직인 대검 감찰본부장에 검찰 출신 3명이 최종 후보로 올랐지만, 조 장관이 “검사 비리 및 위법사항에 대해서는 더 엄정한 기준을 적용해야만 지금까지의 관행과 구태를 혁파할 수 있다”고 강조한 만큼 비(非)검찰 출신 임명으로 선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특별수사부 규모를 줄이는 방향으로의 검찰개혁도 예상된다.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특별수사부 축소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현재 검찰의 대표적 ‘특수통’이 윤 총장이고, 검찰의 요직에 배치된 ‘윤석열 사단’도 대부분 ‘특수통’ 출신인 만큼 반발도 따를 것으로 보인다.
각자 일을 하던 검찰과 법무부 사이에서 조 장관 임명일인 9일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법무부 고위 간부 2명이 대검 고위 간부 2명에게 ‘윤 총장을 제외한 특별수사팀 구성’을 제안한 것이다. 대검 간부는 이 제안을 윤 총장에게 보고했고, 윤 총장은 수사 중립성 문제를 지적하며 ‘단호히’ 거절했다고 한다.
조 장관이 수사에 관해 보고받지 않겠다고 공언한 상황에서 검찰에 외압을 가했다는 논란으로 번질 것을 우려한 법무부는 “법무부와 대검 관계자가 통화하는 과정에서 아이디어 차원의 의견 교환이다. 장관에게 보고된 사실은 없다”고 진화에 나섰다. 조 장관도 “보도를 보고 알았다. 예민한 시기인 만큼 다들 언행에 조심해야 될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돌발 상황으로 검찰에 앙금이 남아있는 분위기다. 대검의 한 간부는 “윤 총장이 이해충돌이 있거나 사적 개입이 된 게 아닌데 단순히 윤 총장을 (수사 지휘라인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목적 외에 어떤 가치가 있느냐”고 날을 세웠다.
법무부가 박근혜 전 대통령을 오는 16일 외부병원에 입원시키고 어깨 수술을 하기로 한 결정을 두고서도 미묘한 기류가 흐른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이 질병 치료를 이유로 한 형집행정지 신청을 2차례 불허했다. 형 집행으로 현저히 건강을 해하거나 생명을 보전할 수 없는 상태‘ 또는 ’수형생활이 불가능한 상태‘로 보기 어렵다“는 게 이유다.
하지만 법무부는 검찰의 2번째 불허 결정이 난 지 불과 이틀 만에 ”형집행정지는 검찰의 고유 권한이므로 법무부가 관여할 사안은 아니다“라면서도 박 전 대통령의 외부 병원 입원을 결정하면서 검찰의 결정을 뒤집었다.
누구도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이라는 시대적 사명을 완수하겠다는 ’조국의 시간‘과 정치 중립을 확고히 하고 형사법 집행권을 갖고 있는 검찰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윤석열의 시간‘ 사이의 정면충돌 결과가 어떻게 귀결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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