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의 독특한 색채 디자인을 관광사업에 활용하려면…[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9월 15일 09시 07분



Q. 사회주의 사상에 입각한 북한의 독특한 디자인은 강렬하면서도 조화를 이루는 색채, 그림체 등 여러 면에서 특유의 개성을 지니고 있다고 느꼈습니다. (통일 이전이나 이후에) 이를 관광산업에 활용할 수 있지 않을까요?

부산의 한 고등학생

학생의 말대로 북한은 외화벌이 수단으로 관광 사업에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세계인들이 북한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에 비해서 관광 상품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이어서 효과적으로 발전하지 못한 상태입니다.

색채 디자인적인 특성을 활용한 관광자원화는 매우 매력적인 관광 자원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의 디자인은 사회주의 초기의 선전화 전통을 거의 그대로 유지하고 있습니다. 강력한 색채 대비와 분명한 주제를 드러내는 방식은 세계인의 관심거리가 되고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의 그래픽을 이용한 관광자원화는 적절하고도 유용한 방안이라고 생각합니다. 북한 특유의 그래픽을 활용하여 개성적인 도시 정체성(CI)도 살리고, 예술로서 생명을 부여함으로써 새로운 관광자원으로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침체된 도시 지역을 살리는 방식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색채를 활용한 관광 자원화 사업은 도시의 기능을 새롭게 하면서 도시를 살리는 도시 재생 사업과도 통하는 면이 있습니다. 유럽에서 석탄과 철강으로 번성하였던 도시들이 급속히 쇠퇴하면서 죽어가던 도시들을 예술을 매개로하여 다시 살린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우리 나라도 폐광지역이었던 정선을 예술로 살리려는 노력이 시도되고 있기도 하구요.

다만 색채를 활용한 디자인 산업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려면 색채와 관련한 기술과 표준이 잘 정비되어야 할 것입니다. 색채라는 것이 생각보다 선진화된 기술을 필요로 합니다. 인쇄기술만 해도 국가별로 기술적인 차이가 많이 납니다. 첨단 전자산업도 색채표준이 만들어지고, 그것을 재현할 수 있는 기술력이 뒷받침되어야 할 것입니다.

학생이 이야기 한 그래픽디자인을 활용한 관광 자원화와 함께 고려할 수 있는 것이 있어서 아이디어를 보태고자 합니다.

하나는 선전화적 기법을 이용한 캐릭터 상품 개발입니다. 이미 국내에서도 북한의 포스터를 활용한 굿즈를 개발하여 상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일종의 키치로 북한의 포스터를 활용하는 방식인 것이죠. 북한에서는 포스터가 강력한 정치적 수단이자 교양물이기 때문에 이상하게 사용하는 것에 대해 좋아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통일이 된다면 이 역시 중요한 캐릭터 상품이 되지 않을 까 싶습니다.

베를린 신호등의 암펠만 ⓒ 전영선
베를린 신호등의 암펠만 ⓒ 전영선
베를린 신호등의 암펠만 ⓒ 전영선
베를린 신호등의 암펠만 ⓒ 전영선
다른 예로는 독일의 ‘암펠만(Ampelmann)’이 있습니다. 암펠만은 디자이너 칼 페글라우가 디자인한 동독의 신호등 속에 있는 인물 캐릭터인데요, 독일어로 신호등을 의미하는 암펠(Ampel)과 사람이라는 만(mann)의 합성어입니다.

동독의 신호등 캐릭터에서 통일독일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된 암펠만 상점 ⓒ 전영선
동독의 신호등 캐릭터에서 통일독일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된 암펠만 상점 ⓒ 전영선
동독의 신호등 캐릭터에서 통일독일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된 암펠만 상점 ⓒ 전영선
동독의 신호등 캐릭터에서 통일독일을 상징하는 캐릭터가 된 암펠만 상점 ⓒ 전영선
구 동독의 신호등 캐릭터였던 암펠만이 통일의 상징이 된 것은 동독 주민의 노력 때문이었습니다. 1989년 동서독 분단의 상징이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고 독일이 통일되었고, 신호등 역시 서독 스타일로 바뀌었는데, 암펠만이 없어지자 익숙한 캐릭터를 살리려는 동독 주민들의 ‘암펠만 살리기 캠페인’이 시작되었고, 베를린에 다시 등장하게 되었습니다. 중절모를 쓰고 걸어가는 모습의 암펠만은 베를린의 상징으로 자리잡았고, 지금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는 캐릭터가 되었습니다.

더하여 세계인들이 주목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조각입니다. 북한의 최대 미술 창작 집단인 만수대창작사에서는 아프리카 지역의 대형 조각을 수주 받아 완성하였던 사례가 있습니다. 중국의 도문이나 단둥을 비롯한 접경지의 거리 조각 중에서는 북한에서 제작한 것도 있습니다.

전영선 건국대 통일인문학연구단 HK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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