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부터 3박 5일 동안 진행되는 문재인 대통령의 뉴욕 방문과 관련해 청와대는 15일 이 같이 설명했다. 유엔 총회가 대표적인 다자(多者) 외교 무대지만 한일 관계 등 다른 현안보다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한 북한 비핵화 협상의 재가동에 방점을 두겠다는 의미다. ○ 고비마다 ‘원 포인트’ 방미 나선 文, 전격 뉴욕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을 종합하면 문 대통령의 뉴욕 방문은 이달 초 동남아시아 3개국 순방 직후 확정됐다. 그전까지는 방미 여부에 부정적이었다는 얘기다. 6일 동남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문 대통령은 전격적으로 유엔 총회 참석을 결정했고, 청와대는 9일부터 뉴욕 방문 실무 준비에 착수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뉴욕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개최하는 것을 두고 계속 백악관과 논의를 진행해 왔다”며 “여기에 북한이 비핵화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움직임이 감지되면서 정상회담 개최가 합의됐다”고 설명했다.
그동안 문 대통령은 비핵화 협상의 중대 국면마다 미국을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을 3주 앞둔 5월 22일 1박 4일 일정으로 워싱턴을 찾았다. 당시 문 대통령은 다른 외교·의전 일정은 모두 생략한 채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비핵화 방법에 대한 집중적인 대화를 나눴다. 올해 2월 하노이 북-미 정상회담이 빈손으로 끝난 뒤에도 문 대통령은 다시 한번 ‘원 포인트’ 방미에 나섰다. 문 대통령은 4월 1박 3일 일정으로 워싱턴을 방문해 ‘굿 이너프 딜’은 거절당했지만 “북한과 더 많이 대화할 것”이라는 트럼프 대통령의 의지는 재확인했다.
문 대통령의 이번 뉴욕 방문 역시 비핵화를 둘러싼 환경이 좋지 않았다가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북-미 실무 회담을 제안하는 등 기류가 변하면서 전격 결정됐다. 어떻게든 올해 하반기 비핵화 협상의 물레방아를 돌려보겠다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6월 판문점 남북미 정상 회동에도 불구하고 자칫 비핵화 논의의 성과 없이 올해를 넘길 수 있다는 판단을 문 대통령이 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뉴욕 총회를 계기로 남북미 실무나 고위급 회동이 성사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지만 한미 모두 아직은 신중한 반응이다.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12일(현지 시간) 유엔 총회를 계기로 북한과 만날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 “발표할 것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도 “여러 가능성은 언제나 열려 있다”고만 밝혔다. ○ 지소미아 파기 결정 후 첫 한미 정상회담
청와대는 문 대통령 취임 이후 9번째로 열리는 한미 정상회담과 관련해 “북핵 협상과 한미 동맹 재확인이라는 두 가지 목적이 있다”고 설명했다. 한미 동맹을 둘러싼 안팎의 우려를 정상회담을 통해 일단 누그러뜨려보겠다는 얘기다. 이를 위해 현재 한미 동맹의 가장 뜨거운 이슈인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파기,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도 어느 정도 논의 테이블에 오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워싱턴 외교가에서는 이번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만료 시한인 11월 22일 전까지 지소미아를 복원해달라고 요청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추석 연휴 기간 워싱턴을 방문해 백악관, 의회 관계자들을 만나고 온 윤상현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만난 모든 미국인들이 지소미아 파기 결정에 여전히, 생각 이상으로 부정적이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도 어떤 식으로든 거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스타일상 문 대통령에게 직접 분담금 인상의 필요성을 언급할 가능성도 있다. 분담금 협상은 이말 말부터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도 트럼프 대통령이 방위비 문제를 꺼내들 경우를 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일 관계가 이번 유엔 총회를 계기로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도 유엔 총회에 참석하는 만큼 트럼프 대통령의 중재로 2년여 만에 한미일 정상회담이 성사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그러나 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한미 정상회담 등) 선택된 일정에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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