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기억엔 당시 다른 경쟁자 중에 논문을 제출한 학생은 없었습니다. 타 지원자보다 유일하게 돋보이는 건 제1저자 영어 논문뿐이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54)의 딸 조모 씨(28)가 2010년 고려대에 입학할 때 입학사정관이었던 A 교수는 16일 검찰에서 이같이 진술했다. 조 씨처럼 논문을 스펙으로 적어낸 학생은 없었고, 조 씨가 고교 시절 인턴 활동으로 대한병리학회지의 영어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사실이 합격을 가르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검찰은 A 교수의 진술을 바탕으로 조 씨의 부정입학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수사를 하고 있다.
○ “영어 성적은 나쁘지 않은 정도”
조 씨는 2010학년도 고려대 생명과학대 세계선도인재전형으로 합격했다. 이 전형은 어학능력 40%, 서류평가 60% 비율로 구성되는 1단계와 면접인 2단계로 진행된다. 조 씨는 1단계 서류평가에 논문, 수상, 인턴, 동아리 활동 등 12개 스펙을 적어냈다.
A 교수는 검찰 조사에서 “제출 서류 원본은 폐기됐지만 제출 서류 목록표는 남았다”며 원본을 제출한 적 없다는 조 장관의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제출 서류의 원본은 보존기간(5년)이 지나 폐기했지만 제출 서류의 목록표는 아직 남아 있었다는 것이다. 검찰도 이 목록표를 압수수색을 통해 확보했다.
A 교수는 검사에게 당시 상황을 상세히 설명했다. “세계선도인재전형에 지원하는 학생들은 누가 봐도 대단히 월등하고 대단한 어학점수를 지니고 있다”며 “그 기준에 비춰 봤을 때 조 씨의 영어 성적은 그냥 나쁘지 않은 정도”라는 취지로 말했다. 어렸을 적 해외 생활을 했던 조 씨의 어학능력이 다른 지원자에 비해 높지 않아 합격하는 덴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또 “나머지 60%를 차지하는 서류평가 부분에서 1단계 당락이 결정되는데 인턴 경력이나 포스터를 제출하는 건 대부분의 학생들이 하기 때문에 변별력이 전혀 없다”고 검찰에 말했다. “조 씨의 제1저자 논문은 확실히 눈에 띄고 점수를 많이 줄 수 있는 사항이었다. 제1저자 논문은 5개 평가 항목 중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과 ‘세계적 리더로서 소양’ 등 두 항목에 반영된 것으로 기억하는데 누구보다 돋보이는 것”이라고 했다.
A 교수는 조 씨 입학 당시뿐만 아니라 수년간 입학사정관으로 근무해 당시 입학 기준을 잘 알고 있다. ‘입학 전문가’인 A 교수는 “조 씨가 제1저자 논문이 없었다면 고려대에 합격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검찰에서 말한 것이다.
○ “입학 취소 여부, 검찰 수사 뒤 결정”
대한병리학회지는 5일 논문에 기여도가 높지 않은 조 씨를 제1저자로 표기한 것이 연구부정행위라며 해당 논문을 직권 취소했다.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의 인턴활동 증명서도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허위라고 결론 날 수 있다.
이처럼 수사 결과 조 씨가 대학 측에 제출한 논문과 인턴활동 증명서가 ‘가짜’라고 결론 나도 조 씨가 형사처벌을 받기는 힘들다. 조 씨가 대학에 입학한 시기는 2009년이라 사문서 위조나 업무방해 등의 공소시효(7년)가 이미 지났기 때문이다.
그러나 형사 처벌과는 별개로 조 씨의 고려대 입학이 취소될 수 있다. 민법상 입학취소는 별도로 기한 제한이 없고 사학의 학칙을 우선하게 된다. 그런데 고려대 학칙은 ‘입학사정을 위해 제출한 전형 자료에 중대한 하자가 발견된 경우 입학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고 규정하면서 입학 취소와 관련한 기간을 정하지 않고 있다. 이에 따라 입학 취소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20년 전 대학에 입학하고도 관련 서류가 가짜로 드러나 입학이 취소된 사례가 적지 않다. 다만 고려대는 일단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본 뒤 입학 취소 여부를 신중하게 결정할 계획이다.
만약 조 씨의 고려대 입학이 취소되면 서울대 환경대학원과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도 도마에 오를 수 있다. 조 씨가 학부 졸업생 신분으로 대학원에 진학한 것인데, 학부 입학 자체가 문제라면 대학원 입학도 문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학원생 신분이 박탈당하면 그동안 대학원생으로 받은 장학금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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