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정철-백원우 불출마로 운 띄워… TK 전략공천설 김수현도 뜻 접어
신인에 가점 주는 공천룰 확정, 현역 의원 하위 20%는 감점
공공기관장 자리로 무마 가능성
조국사태로 물갈이 폭 커질수도… 일각 “국면 전환용 물타기 아니냐”
“내년 총선은 집권 후반기의 레임덕을 사전에 차단하고 더 나아가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 승리의 교두보가 되어야 한다.”
내년 4월 21대 총선을 7개월 앞두고 인적 쇄신과 세대교체론의 운을 뗀 더불어민주당 핵심 관계자의 말이다. 양정철 민주연구원장과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 등 문재인 대통령 측근들이 불출마 깃발을 들며 용퇴 촉구에 나선 것도 바로 이것 때문이라는 얘기다. 민주당은 채찍과 당근을 통해 현역 의원 30명 안팎의 물갈이를 이뤄내고 이를 바탕으로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는 전략이다. ○ 역대급 물갈이 불가피할 듯
민주당은 7월 정치 신인과 여성에 대한 가산 비중을 높이고 현역에는 상대적으로 엄격한 총선 공천 규칙을 확정했다. 컷오프나 전략공천 등을 동원한 ‘인위적 공천 학살’이 아니라 시스템을 통한 쇄신 공천에 나서겠다는 의지를 담은 것.
민주당의 이번 공천룰은 현역, 특히 다선 의원들에겐 역대 선거 중 가장 불리한 규칙이라는 말이 나온다. 당내 경선에 참여한 적 없는 정치 신인에게는 20%(여성, 청년, 장애인은 최대 25%)의 가산점을 주고 당 자체 평가에서 하위 20%에 속하는 현역 의원은 20%를 감점한다. 만약 같은 지역구에서 20%의 가점을 받는 신인과 20%의 감점을 받는 현역이 부딪칠 경우 그 어떤 현역도 공천장을 거머쥔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선만으로도 20명 안팎의 세대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해찬 대표가 18일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경선) 컷오프도 거의 (필요) 없을 것”이라고 자신한 이유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지역구를 정하지 못하고 출마를 포기하는 비례대표 의원들까지 합치면 30명 안팎의 물갈이가 가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국 사태’를 거치면서 물갈이 폭이 더 확산돼 정치적 ‘세대교체’ 수준의 공천 혁명이 필요할 것이라는 말도 나오고 있다. 60대 이상 기성 정치권은 물론이고 조국 법무부 장관이 속한 586(50대 1980년대 학번 60년대생)들이 그동안 진보 진영에서 20여 년간 누릴 건 다 누리면서 사회 변화를 위해 무엇을 했느냐는 유권자들의 질문이 총선이 다가올수록 거세질 수밖에 없다는 것. 이날 이 대표가 창당 64주년 기념식에서 “정권을 뺏기고 나서 우리가 만들었던 정책과 노선이 산산이 부서지는 것을 보고 ‘정권을 뺏기면 절대 안 되겠구나’라고 새삼 각오했다”며 총선 승리 필요성을 거듭 강조한 것도 조국 사태 이후 여권의 위기감을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물갈이 끌어내기 위한 당근 아이디어도
여권에선 실질적인 물갈이를 이뤄내기 위해 다선 중진들을 유인할 수단도 궁리하고 있다. 배지 대신 공공기관장이라는 ‘당근’을 제시하는 게 대표적이다. 한 여권 관계자는 “수자원공사 등 임기가 곧 끝나는 기관장 자리에 새 인사가 나지 않고 있다. 불출마를 결심하는 중진 의원들을 위한 포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선거구 개편 시 75명으로 늘어나는 비례대표 의원직에서 당선권이 가능한 순번을 부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회의적인 시각도 있다. 김형준 명지대 교수(정치학)는 “중진 의원들은 대부분 오래 해당 지역을 관리했고, 청와대 출신 신인들도 조국 사태 이후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해 여론전에서 불리한 만큼 물갈이 폭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했다.
민주당은 양정철 원장의 불출마 선언 이후 물갈이 조짐이 잇따르자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날 한 매체가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이 불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보도한 뒤 당에선 공식 반박했지만 안팎에선 빨라진 ‘물갈이론’을 두고 설왕설래가 이어졌다. 한 중진 의원은 “‘조국 정국’을 돌파하기 위해 ‘총선 정국’으로 넘어가 물타기 하려는 전략”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이 대표는 이날 오후 정기국회 대비 국회의원 워크숍에 참석해 “(인위적 물갈이와 관련해 잇따라) 이상한 뉴스가 있는데 흔들리지 말라”며 진화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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