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 사건을 수사한 경찰의 수사 기록을 살펴본 검찰에선 요즘 이런 말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철저한 수사를 지시한 사건의 기록치곤 허술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 검찰은 이 배경에 경찰의 ‘의도적 부실수사’가 있었던 정황을 포착하고 ‘조국 민정수석 체제’의 입김이 작용했는지를 가리는 수사에 착수했다. ○ “버닝썬 사건, 조국 민정수석실 입김 수사”
경찰은 올 1월 버닝썬 의혹과 관련한 대규모 전담수사팀을 꾸려 수사에 나섰지만 내놓은 결론은 초라했다. 아이돌 그룹 빅뱅의 전 멤버 승리(본명 이승현·29)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 총경(대기 발령 중)은 뇌물죄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빠지고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혐의만 적용됐다.
150여 명이 투입된 경찰의 버닝썬 수사는 사실 승리의 동업자 유모 씨(34)와 윤 총경의 유착 관계를 밝히는 게 핵심이었다. 윤 총경은 청와대 파견 근무 기간에 승리, 유 씨와 골프를 치고 식사를 했다. 서울 강남경찰서 생활안전과장으로 일할 땐 유 씨가 운영하던 클럽 ‘몽키뮤지엄’의 식품안전법 위반 사건을 알아본 뒤 유 씨 측에 알려준 혐의도 있다.
그런데 검찰이 수사 기록을 검토해 보니 압수수색이나 관련자 소환이 필요한 대목에서 경찰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단서가 여럿 포착됐다. 특히 윤 총경 등을 상대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선 핵심 증거가 나올 개연성이 높은 장소조차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윤 총경은 조국 법무부 장관(54)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청와대 민정수석실에서 파견근무를 했다.
이 때문에 “경찰이 살아있는 권력의 눈치를 본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왔다. 현 정부 출범 후 국가정보원의 국내파트 폐지·축소와 함께 민정수석실 내에서 부쩍 힘이 세진 경찰의 입김이 수사팀에 외압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얘기다. 경찰 부실수사의 배경으로 민정수석실 관계자의 입김이 작용했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수사를 하고 있는 이유다.
동시에 검찰은 버닝썬 수사의 또 다른 축인 정모 전 큐브스(현 녹원씨엔아이) 대표(46) 수사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정 전 대표는 유 씨와 윤 총경을 연결해준 인물로 알려졌다. 윤 총경은 2015년 말 대출을 끼고 큐브스의 주식을 사들이기도 했다. 큐브스는 조 장관 일가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의 관계사와 돈 거래를 한 곳이기도 하다. 야당에선 조 장관과 윤 총경이 서울 종로구 소재 음식점에서 찍힌 사진의 촬영자가 정 전 대표라는 의혹까지 제기한 상태다. 정 전 대표는 업무상 횡령 혐의로 19일 구속 수감됐다.
○ “유재수 감찰 무마, 정권 수뇌 건드릴 폭발력”
서울동부지검 형사6부(부장검사 이정섭)가 수사 중인 유재수 부산시 경제부시장에 대한 청와대 특별감찰반의 2017년 하반기 감찰 중단 의혹 사건도 ‘조국 민정수석 체제’를 겨냥할 폭발력을 잠재하고 있다. 해당 의혹은 김태우 전 수사관이 2월 “유 부시장이 미국에서 찍은 휴대전화 사진을 통해 벤츠 승용차 두 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는 등 공무원 급여로 누리기 힘든 환경이 다수 포착됐다”고 고발하면서 불거졌다.
검찰은 당시 특감반원으로 근무했다가 검찰로 복귀했던 수사관들을 조사했지만 이들은 구체적 진술을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정권의 향배에 따라 이들이 입을 열기 시작할 경우 걷잡을 수 없는 사건으로 치달을 거라는 게 정치권과 법조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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