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이 ‘삭발 릴레이’에 대한 희화화를 우려해 삭발 자제령을 내렸다. 조국 법무부장관 파면을 관철하기 위해 ‘삭발투쟁’을 이어왔지만, 참가자만 20명에 달하면서 ‘공천용 삭발’이란 비판이 나오는 상황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박맹우 사무총장은 뉴스1과 통화에서 “이헌승 의원이 삭발한다는 얘긴 전혀 듣지 못했다”면서 “이젠 가능한 삭발을 자제하면 좋겠다고 말하고 있다. (황교안) 대표도 그렇게 말씀했다”고 밝혔다.
박 사무총장은 이어 “두 분 정도 더 (삭발 의사를) 전달해 왔다”면서도 “(삭발식의) 장단점이 다 있기 때문에 이젠 말리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한국당은 당 차원에서 삭발 신청을 받거나 일정을 조율하는 것은 아니라고 밝힌 바 있다. 삭발 릴레이를 둘러싼 희화화 시도가 이어지는 것을 경계해 삭발 다음 투쟁 단계로 넘어가야 한다는 의중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로 삭발에도 한계효용체감의 법칙이 적용되는 듯이 날이 갈수록 이슈화가 되지 않고 국민들의 관심도도 점점 떨어졌다.
한국당은 지난 16일 황 대표가 삭발 승부수를 던진 이후 중진의원은 물론 원외인사까지 너도나도 가세하면서 삭발 릴레이가 이어졌다. 20일까지 삭발한 인사만 18명에 이른다. 20일 저녁 부산집회에서도 이헌승 의원이 삭발할 예정이지만, 많이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당 안팎에서는 삭발 릴레이를 필두로 한 한국당의 결사항전이 지지층 결집 및 무당층 잡기에 일정 성과를 냈다는 평가다. ‘조국 청문회 정국’에서 리더십 위기론까지 제기됐지만, 검찰 수사에 이은 삭발 결기로 당내 잡음을 잡았고, 나아가 당 지지율 상승도 견인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9일 발표한 9월 3주차 주간집계에 따르면, 한국당은 32.1%로 추석 연휴 전인 2주자 주간 집계보다 2.0%포인트(p) 오른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38.2%로 1.3%p 하락했다.
중도층 지지율에서 민주당(36.3%)과 한국당(32.0%)의 격차가 4.3%p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당층의 경우도 민주당(33.3%)과 한국당(30.4%)의 격차가 2.9%p로 줄었다. 삭발 릴레이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면서 부동층과 무당층의 민심이 이동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황 대표의 경우 옆머리부터 삭발하는 과정에서 뜻밖의 외모를 연출해 젊은 세대들이 주로 이용하는 인터넷커뮤니티 등에서 ‘김치 올드만(개리 올드만 패러디)’ 등으로 불리며 회자됐다. 민경욱 의원은 황 대표의 합성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며 “이 멋진 사진에 어울리는 댓글 놀이나 한 번 해볼까요”라고 하기도 했다.
그러나 삭발 동참자가 늘어날수록 희화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함께 제기됐다. 여성 의원이자 한국당 원내대표인 나경원 원내대표가 계속 언급되고 있단 점도 희화화하려는 의도가 있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전 대표는 전날 급변한 상황에 “황 대표가 망가지려고 삭발했나. 지금 당대표의 엄중한 결기를 패러디나 할 때냐”라고 지적했다. 홍 전 대표는 황 대표가 삭발한 당일엔 ”제1야당 대표 결기 계속 보여달라“ 등으로 지지의사를 표했었다.
박지원 의원도 전날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국회가 아니라 국회 조계사가 되게 생겼다“고 비꼬았다.
전문가는 삭발 릴레이 직후 여론조사에서 당지지율이 올랐고, 정치권 인사 개인 입장선 인지도를 올릴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에 삭발투쟁이 조금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친정부 세력은 한국당이 무엇을 해도 희화화하기 때문에 그걸 두려워할 필요는 없다“면서 ”(삭발투쟁이 다음주까지) 이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의원 모두가 머리 깎을 순 없지 않겠냐. 충분히 보여줬기 때문에 이젠 그만해도 된다“고 덧붙였다.
인용된 여론조사는 tbs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 16일부터 18일까지 전국 19세 이상 유권자 2007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결과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2%, 응답률은 5.1%다.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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