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체제보장에 주파수 맞춘 한미…연합훈련 중단 카드 급부상 하나

  • 뉴시스
  • 입력 2019년 9월 24일 12시 30분


北, 체제불안에 연합훈련 예민…단발성 아닌 영구 중단 요구해
한미, '싱가포르 정신' 유효 재확인…북미관계 수립 초점 시사
靑 "한미, 北 적대관계 종식…美, 무력행사 않겠단 뜻 재확인"

한미 정상이 비핵화 협상의 접근 방식으로 제재 완화가 아닌 북한에 대한 체제안전 보장 방안에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지속적인 중단이 새로운 카드로 제시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북한은 2018년 3월 한미 연합훈련 중단을 계기로 미국과 비핵화 협상 테이블에 처음 앉았다는 점에서 여전히 유효한 카드로 평가된다.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 오후 5시30분(현지시각·한국시각 24일 오전 6시30분)부터 65분 간 미국 뉴욕에서 한미 정상회담을 갖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등 역내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고민정 대변인은 뉴욕 현지 브리핑에서 “두 정상은 한미동맹이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및 안보에 핵심축으로써 추호의 흔들림도 없다는 점을 재확인했다”며 “한미 간 경제 협력을 포함해 호혜적이고 포괄적인 방향으로 한미동맹을 지속·강화시켜 나가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두 정상은 북미 실무 협상에서 조기에 실질적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방안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한미 양국이 북한과의 관계를 전환해 70년 가까이 지속된 적대관계를 종식하고 한반도의 항구적인 평화 체제를 구축할 의지를 재확인했다”고 설명했다.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북미 비핵화 실무협상의 재개가 임박한 가운데 열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그리고 있는 비핵화 협상 방안에 대한 공유가 이뤄질 것으로 기대감이 형성됐다. 이런 가운데 한미 정상이 북한과의 적대관계 종식에 대한 의지를 재확인했다는 것은 많은 시사점을 안겨준다.

북한이 ‘하노이 노딜’ 이후 제재완화에서 체제안전 보장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선회했다는 점과 맞물려 미국이 새 계산법을 요구하는 북한의 주장을 일부분 수용할 의사가 있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제3차 북미 정상회담 의제를 다룰 비핵화 실무협상을 앞두고 협상 문턱을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두 정상은 작년 6월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 합의 정신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점을 재확인하면서 실무 협상이 제3차 북미 정상회담으로 이어지도록 실질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방안에 대해 심도 있게 논의했다”고 전했다.

북미 간 실무협상이 지난 2월에 합의 없이 무산된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의 연장선상에서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그보다 앞선 ‘싱가포르 1차 정상회담’ 기준에서 출발한다는 것이다. 당시 북미 정상은 ▲새로운 북미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노력 ▲미군 유해 송환을 골자로 하는 ‘센토사 합의’에 서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시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북한에 대한 안전 보장을 제공하기로 약속했다. 이를 토대로 작성된 것이 바로 센토사 합의문 1조(새로운 북미관계 수립)다.

한미 정상이 이러한 싱가포르 정신으로 돌아가겠다는 것은 북미 정상회담이 성공적으로 끝났던 지점에서부터 제3차 북미 정상회담을 위한 논의를 시작하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선(先) 비핵화, 후(後) 보상’을 요구하면서 결렬된 ‘하노이 노딜’ 경험을 답습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회의(NSC) 보좌관을 경질하면서 그가 주장한 ‘리비아식 비핵화 모델(선 비핵화, 후 보상)’이 잘못됐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볼턴 전 보좌관은 당시 2차 북미 정상회담에서 ‘영변 핵폐기+ α’를 주장하며 협상 결렬을 주도했었다.

그에 따라 싱가포르 회담에 이어 하노이 회담 당시 북한의 체제안전 보장 카드로 북미 간 어느 정도 논의에 진척을 보였던 ‘평양 연락사무소 개설’ 마저 무산됐었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하노이 노딜 후 “북미 간 연락사무소 개설 논의에 상당한 진전이 있었던 것은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었다.

한미 정상이 다시 싱가포르 정신으로 돌아가겠다는 뜻을 밝힌 것은 센토사 합의문 1조(새로운 북미관계 수립)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미국이 북한을 무력으로 선제공격하지 않는 것을 담보로 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이날 “한미 두 정상은 북한에 대해 무력을 행사하지 않고 비핵화 시 밝은 미래를 제공한다는 기존의 공약을 재확인했다”며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합의를 기초로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자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북한에 대한 무력행사를 하지 않겠다는 것은 넓게 봤을 때 한미연합 군사훈련과도 연계된다. 북한은 미국과 적대관계 해소가 완전히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연합군사훈련에 극도로 반발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연합훈련에 민감해 하는 근본적 배경에 선제공격에 대한 불안이 깔려있다고 보고있다.

실제로 문 대통령은 지난해 평창동계올림픽의 북한 참가와 나아가 비핵화 대화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한미연합 군사훈련 중단을 이끌어 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12월19일 한국고속철도(KTX) 열차 안에서 이뤄진 미국 NBC와의 인터뷰에서 “평창동계올림픽 기간에 합동군사훈련을 축소하거나 연기하는 문제를 검토할 수 있다”며 “미국 측에 그런 제안을 했고, 미국 측에서도 지금 검토하고 있다”고 깜짝 공개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문 대통령의 제안을 받아들여 군사훈련 잠정 중단을 결정했고 이후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두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 성사로 이어졌다. 하지만 올해 8월 한미가 중단했던 연합군사훈련을 재개하자 북한은 맹비난 했었다. 일시적 중단이 아닌 영구중단을 해야한다는 게 북한의 요구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러한 분위기를 감안해 북한과의 이번 실무협상을 앞두고 한미 연합훈련의 장기 중단을 협상 카드로 제시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이날 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체제안전 보장 조치의 일환으로 한미 연합훈련의 장기 중단을 먼저 언급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뉴시스와 통화에서 “미국이 체제보장 카드로 종전선언을 내밀기에는 복잡한 측면이 있어 쉽지 않다”면서도 “다만 한미연합 군사훈련의 지속적 중단과 연락사무소 개설 정도는 이번 문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언급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뉴욕·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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