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나서) 무언가 할 수 있다면 굉장할 것이지만 할 수 없더라도 괜찮다(that’s fine).”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3일(현지 시간) 문재인 대통령과의 한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만남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그러면서 “어떤 결과가 나올지 보고 싶다”며 “우리는 정상회담이 열리기 전에 많은 것을 알 수 있다”고도 했다. 북한이 실무협상에서 비핵화에 대한 진전된 방안을 가져와야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성사될 수 있다는 뜻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여러분이 알다시피 지금까지 제재가 완화된 것은 없고, 계속 강화돼 왔을 뿐”이라며 먼저 대북 제재를 언급했다. 그러면서 “합의를 볼 수도 있고 못 할 수도 있다”며 네 차례나 “무슨 일이 이어날지 지켜보자(we will see)”고 말했다. “we will see”는 트럼프 대통령이 비핵화 등 핵심 이슈에 대해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을 때 사용하는 특유의 표현이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한미 정상회담 직전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선 북-미 정상회담 개최 가능성에 대해 “그것은 곧 일어날 수 있다(it could happen soon)”며 사뭇 다른 톤으로 말했었다. 회담에서 기자들과 홀로 17번의 문답을 주고받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잇단 단거리 미사일 발사에 대해 기자들이 문 대통령에게 던진 질문을 가로채며 “그에 대해 들여다보고 논의할 것”이라고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회담 후 트럼프 대통령이 최근 비핵화와 관련해 밝힌 ‘새로운 방법(new method)’과 관련해 “전혀 언급이 없었다”고 말한 뒤 “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언급은 나왔다”고 말했다. 이날 회담에선 북한이 요구해온 금강산관광, 개성공단 재개에 대한 논의도 이뤄지지 않았다.
이렇게 트럼프 대통령이 한때 “워싱턴이 미국식 단계적 비핵화로 평양을 설득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까지 낳았던 ‘새로운 방법’에 대한 언급을 일절 피하며 3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해 “서두르지 않겠다”고 한 것은 북한에 실질적이면서도 진전된 비핵화 조치를 압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한 외교 소식통은 “북-미 정상회담은 이미 두 차례 했다. 뭔가 실질적인 성과(substance)가 나와야 김정은을 만날 수 있다는 게 워싱턴 조야의 대체적인 생각”이라고 했다. 협상에 정통한 또 다른 소식통은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만 잘 구슬리면 제재 완화를 얻어낼 수 있다고 착각할 경우 ‘제2의 하노이 회담’이 돼 버릴 수도 있다”며 “트럼프 협상팀이 대북 제재를 고수하고 있는 것은 그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회담에서 북한에 무력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제재 완화 대신 종전선언 등 체제 안전 보장 카드를 중심으로 비핵화 테이블에 나설 뜻을 내비쳤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가 대통령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지금 북한과 전쟁을 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솔직히 김정은은 그의 약속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린다면 한반도 비핵화의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지는 세계사적 대전환, 업적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종전선언을 중심으로 북-미가 새로운 비핵화 합의를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 후 종전선언을 핵심 카드로 연내 3차 북-미 정상회담이 열릴 수 있다는 평가가 나왔다”고 전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번 회담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 문제의 실질적 진전을 이루고자 하는 의지가 매우 강하다는 점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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