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들을 대상으로 검찰 개혁 법안에 영향을 미치기 위해 대면 등 일체의 로비나 물밑 접촉을 하지 마라.”
윤석열 검찰총장은 7월 25일 취임 직후부터 최근까지 대검찰청 간부들에게 이같이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29일 알려졌다. 검찰 개혁 반대를 위한 수사라는 프레임이 덧씌워지는 오해를 막기 위해 신신당부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윤 총장은 그동안 검찰 개혁에 반대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여러 차례 밝혀왔다. 7월 8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상정된 검찰 개혁 법안에 대해 “국회에서 거의 성안(成案)이 다 된 법을 저희가 틀린 거라는 식으로 폄훼하거나 저항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이후에도 검찰 개혁을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한 적이 없다.
조 장관에 대한 수사가 시작된 이후에도 윤 총장은 “헌법과 원칙에 따른 수사” “검찰은 원칙대로 수사한다”는 말을 자주 사용했다. 내부 회의에서 “난 검찰주의자가 아닌 헌법주의자다”, “정치적으로 편향된 검사는 부패한 것과 같다”며 중립적인 수사를 강조했다. 정쟁에 말려들 것을 우려해 조 장관 수사에 대해 적극적인 언급은 피하는 모양새였다.
그러나 최근 여권을 중심으로 ‘윤 총장이 검찰 개혁을 막기 위해 조 장관 수사를 진행하고 있다’는 논리로 공격하자 검찰은 적극적인 대응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이 27일 “검찰은 성찰해주기 바란다”고 공개 경고하자 대검은 곧바로 “개혁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28일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조 장관 수사를 반대하는 대규모 집회가 열리자 대검은 휴일인 29일 “검찰 개혁을 위한 국민의 뜻과 국회의 결정을 검찰은 충실히 받들고 그 실현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 내부에선 조 장관 일가 수사와 검찰 개혁 문제를 연관짓지 말라는 윤 총장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윤 총장이 검찰 개혁을 반대한 적이 없고, 수사를 통해 개혁에 저항하거나 반대하는 건 불가능하다는 원론적인 얘기를 다시 꺼냈다는 것이다.
검찰은 야권이 아닌 여권이 집회 등 수사 방해를 추진하는 것에 기존 집회와는 달리 더 충격을 받은 모습이다. 특별수사팀장을 맡았던 윤 총장이 2013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국정원 수사 초기부터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보다 외압이 심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검찰 관계자는 “역사상 정부 여당이 진행 중인 수사에 대해 이렇게까지 (반대)한 적이 없다. 옳고 그름이 무너지는 것을 보는 충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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