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핵심 인사들이 한국에 유화적인 태도를 나타낸 것은 8월 한국인 관광객 급감, 수출 규제에 대한 한국의 예상보다 거센 반발, 양국 갈등 봉합을 원하는 미국 등을 의식한 태도로 풀이된다.
28일 도쿄 히비야공원에서 열린 양국 문화교류 행사 ‘한일축제한마당 2019 인 도쿄’에 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내각의 핵심 관료 및 집권 자민당 의원이 대거 참가했다. 특히 산하에 관광청을 두고 있어 한국인 관광객 감소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아카바 가즈요시(赤羽一嘉) 신임 국토교통상이 장관으로는 유일하게 참석했다. 2015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외상 이후 현직 장관이 이 행사를 찾은 것은 4년 만에 처음이다.
이 자리에서 아카바 국토교통상이 한국에 대해 ‘일본에 문화를 전해 준 은인의 나라’라고 언급한 것은 최근 강경 일변도인 일본의 공식 태도와는 다른 움직임이어서 주목된다. 그가 관광 문제를 담당하고 있다는 특수성이 있으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위기감도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최근 국토교통성 산하 관광청은 8월 일본을 찾은 한국인 관광객 수가 지난해 같은 달보다 48% 급감했다고 밝혔다. 한국인 관광객 감소가 이어지면 내년 7월 도쿄 올림픽을 맞아 아베 내각이 내세웠던 연간 해외 관광객 4000만 명 돌파 달성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반영한 행보로 풀이된다.
가와무라 다케오(河村建夫) 한일(일한) 의원연맹 일본 측 간사장은 이날 “정치 외교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지만 양국의 민간 교류는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관표 주일 한국대사는 한일 관계 악화에 대해 “이런 관계를 지속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개선해야 할 관계라면 하루라도 빨리 개선하는 것이 양국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남 대사는 개회식이 끝난 후 한국 특파원단을 만나 “양국 정부가 함께 조속한 갈등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도 움직이고 있다.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26일(현지 시간) 한일 갈등 해소를 위한 미국의 역할에 대해 “눈에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무관심한 게 아니다”라며 물밑에서 모종의 역할을 하고 있음을 강조했다.
한미일 3국의 이런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한일 관계가 가시적으로 개선되려면 아직은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외교부 고위 당국자는 27일 “징용 문제 등은 단기간에 해법을 찾기 쉽지 않다.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했다.
한편 올해 11회째를 맞은 한일축제한마당 행사에는 발달장애인으로 구성된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도 처음 참가했다. 이들은 개회식 무대에서 3개월간 연습한 한국 민요 아리랑과 일본 동요 ‘고추잠자리’를 연주해 큰 박수를 받았다. 트럼펫 연주자 이한결 씨(25)는 “한일 관계가 좋지 않다지만 음악을 대하는 시선은 양 국민이 똑같다. 우리의 연주로 양국 관계가 조금이나마 좋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하트하트 오케스트라는 29일 도쿄 요도바시교회에서도 공연했다. 김희은 하트하트재단 본부장은 “양국 관계 악화로 도쿄 공연을 망설였지만 막상 공연을 하고 나니 오기를 잘했다고 느낀다. 음악으로 양국이 하나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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