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의혹 파문]檢내부, 文대통령 발언 반발 목소리
신임 검사장과 만찬 가진 윤석열, 이번엔 아무런 공식반응 안 내놔
“열심히 수사만 한 결과가 불신(不信)이라니, 날이 갈수록 힘이 빠진다.”
한 검찰 관계자는 30일 힘없는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으로부터 첫 업무보고를 받은 뒤 “검찰총장이 검찰 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신뢰받는 권력기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제시해주길 바란다”고 지시한 직후였다.
청와대 고민정 대변인을 통해 “검찰이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경고성 발언을 한 지 3일 만에 문 대통령이 다시 검찰 개혁을 강조하자 검찰 내부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검찰이 아무런 간섭 없이 엄정하게 수사하는데도 검찰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현실을 성찰해야 한다”는 고 대변인의 발언에 대해 한 문장짜리 짧은 입장을 밝혔던 윤석열 검찰총장은 이날은 아무런 공식적인 반응을 내놓지 않았다. 윤 총장은 이날 신임 검사장과 만찬을 했지만 대검은 “윤 총장이 특별한 말씀을 하시지 않았다”고만 했다.
하지만 검찰 내부에서는 문 대통령 발언에 강하게 반발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문 대통령의 국정 제1과제인 적폐청산 드라이브의 최선전에 검찰이 있을 때는 공정검찰이라고 치켜세웠던 정부가 권력의 핵심을 겨냥하자 곧바로 ‘토사구팽’에 나섰다는 것이다.
한 부장검사는 “조 장관과 그 가족을 약자로, 검찰을 공룡이라 비판하며 검찰 개혁을 부르짖을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개혁을 개혁하지 않는다. 현 정권이 범하고 있는 ‘허수아비 때리기’의 오류”라며 반발했다. 한 재경지검 검사는 “한 달에 200건이 넘는 사건을 처리하는 장삼이사(張三李四) 검사의 입장에서도 조 장관 이슈를 결부시키며 검찰을 적으로 몰아붙이는 정권의 모습을 보면 한숨만 나온다”고 말했다.
피의자 신분인 조 장관과의 관계를 고려했을 때도 문 대통령의 발언이 적절치 않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한 검사는 “피의자와 마주 앉은 대통령이 할 말인지도 모르겠다”며 “조 장관이 재판을 받으면서도 검찰 개혁만 완수하면 된다는 생각이냐”며 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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