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10월 5일 실무협상 개최를 발표한 이튿날 올해 11번째 탄도 미사일을 발사하며 대미 압박 수위를 최고조로 올렸다.
미국이 북한과 달리 실무협상 날짜를 구체적으로 특정하지 않은 가운데 비핵화 상응조치로서 미국의 안전보장 로드맵의 필요성을 환기시킴과 동시에 향후 협상에서 강경 자세를 예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2일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 11분께 강원도 원산 북동쪽 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인 ‘북극성 계열’로 추정되는 발사체 1발을 발사했다.
최대 비행고도는 910여km, 거리는 약 450km로 탐지됐는데, 지난 5월부터 10차례 이어진 미사일 발사들이 최대 사거리 690km에 고도는 25~97km 였던 것과 비교된다.
북한판 이스칸데르급 미사일로 불리는 지난 7월 25일 올해 3번째 미사일 경우, 원산 북쪽에서 발사돼 50km 고도로 약 690km를 비행한 것으로 파악된 바 있다.
고각(高角) 발사로 사거리를 줄인 것으로 보이는데 이번주 실무협상을 앞두고 사실상 미국 본토 타격이 가능한 SLBM 전력을 보유하고 있음을 과시, 협상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보인다.
북한은 지난 2016년 8월 SLBM ‘북극성-1형’ 시험 발사에 성공했으며, 이후 성능을 개량한 ‘북극성-3형’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그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10차례 단거리 미사일 발사를 용인해 온 가운데 미국의 대북 적대시 정책에 대한 자위적 차원의 국방력 강화 조치로서 미사일 발사는 비핵화 범주가 아니라는 것에 대한 ‘쐐기 박기’임과 동시에 미국에 안전보장 상응조치로서 전향적인 플러스알파(+α)의 필요성을 상기시키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는 북한이 지난달 9일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실무협상 재개 의사를 밝힌 이후 권정근 미국국장 담화(9월16일), 김명길 실무협상 대표 담화(9월20일), 김계관 외무성 고문 담화(9월27일)에 이어 지난주 김성 유엔주재 대사의 유엔총회 연설에서 “우리는 미국이 우리와 공유할 수 있는 계산법을 찾기 위한 충분한 시간을 가졌으리라 본다”며 또 한번 미국에 공을 돌린 것과 궤를 같이 한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은 최선희 담화 이후 미국에 약 한 달간의 시간이 있었던만큼 이번 실무협상에 상당한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하노이에서 제시했던 일부 대북제재 결의안의 해제 이상으로 대북 적대시 정책 철회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요구할 것으로 보여 미국 입장에서 상당히 곤혹스럽고 험난한 협상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북한이 하노이 2차 북미정상회담 전 실무협상 대표로 우리로 치면 국장급 정도인 김혁철을 내세웠던 데 비해 이번에는 1980년대부터 대미협상에 관여해온 관록의 김명길 전 베트남 대사를 협상대표로 해 ‘급’을 높인 것에서도 드러난다.
아울러 북미가 실무협상 재개에 합의했음에도 장소는 함구 한 채 일정 발표 방식에서 서로 다른 태도를 보인 점과 실무협상 하루 전 10월 4일 이례적으로 예비 접촉을 갖기로 한 점 등도 앞으로 협상이 순탄치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
최선희 제1부상은 전날 오후 발표한 담화에서 “조미(북미) 쌍방은 오는 10월 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 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약 세시간 뒤 낸 입장문에서 더 이상 공유할만한 추가적인 정보는 없다는 것을 못박으면서 “나는 미국과 북한 당국자들이 일주일 이내에 만날 계획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는 데 그쳤다.
협상 일정과 장소 공개에 신중한 미국의 태도에서 협상 결과에 대한 부담감이 엿보인다. 예비 접촉 결과에 따라 5일 실무협상이 개최되지 않을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는 해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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