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美와 실무협상 직전 SLBM 초강수…‘안전 보장’ 몸값 올리기

  • 뉴시스
  • 입력 2019년 10월 2일 13시 33분


北 발사 SLBM, 7월 공개 신형 잠수함용 북극성-3형
실무협상서 '안보 문제' 다루겠다는 분명한 메시지
"SLBM 협상 카드로…美 전략자산 철수 요구 가능성"

북한이 미국과의 실무협상 재개 확정 발표 한나절 만인 2일 오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무력시위를 감행했다. SLBM은 전략무기로 분류된다. 미국과의 실무협상 재개 직전에 무력시위 수위를 높여 몸값을 올리려는 의도가 깔렸다는 분석이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은 이날 오전 7시11분께 강원도 원산 북방 17㎞ 일대에서 북극성 계열로 추정되는 SLBM을 발사했다. 이 미사일은 북한이 지난 7월23일 김정은 국무위원장 시찰 보도를 통해 공개한 2000~3000t급 신형 잠수함에 탑재하기 위해 개발하고 있는 북극성-3형일 거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북한은 지난 1일 오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명의 담화를 통해 “조미(북미) 쌍방은 오는 10월4일 예비접촉에 이어 10월5일 실무협상을 진행하기로 합의하였다”고 밝혔다. 담화는 나아가 “이번 실무협상을 통해 조미관계의 긍정적인 발전이 가속되기를 기대한다”고 기대감을 드러내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북한은 불과 12시간여 만에, 미국 협상팀과의 만남을 사흘도 채 남겨두지 않은 시점에 동해상에서 SLBM을 쏘아 올렸다. 이는 실무협상에서 ‘포괄적 안전보장’ 문제를 핵심 의제화하기 위한 전략적 움직임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4월 최고인민회의 시정연설을 통해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한 이후 단거리 미사일 완성에 박차를 가했다. 5월부터 시작된 단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는 지난달까지 이어졌다. 북한은 이를 통해 신형 전술유도무기와 대구경조종방사포, 초대형방사포 등의 위력을 과시했다.

그러나 미국은 북한의 ‘신형 단거리 무기’를 문제 삼지 않았다. 신형 단거리 무기 시험발사는 자위적 국방력 강화 차원이라는 북한의 주장을 수용한 것이다.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의 이러한 움직임을 비핵화 협상과 연계해서 판단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내비침으로써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신형 무기 시험발사를 용인해줬기에 이를 내부 통치에 적절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지난해부터 비핵화 협상이 본격화하면서 소외됐던 군부를 달래는 동시에 안보 대비 태세를 선전하며 하노이 노딜 이후 커졌던 내부 불안감을 잠재웠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신형무기 시험발사를 용인했다는 것은 향후 협상에서 ‘변수’가 될 수 없다는 이야기도 된다. 북한이 협상 카드로 활용할 가치를 상실했다는 말이다. 때문에 북한으로서는 미국과의 실무협상에서 사용할 또 다른 카드가 필요했고, 이것이 SLBM이라는 관측이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이번 SLBM 시험발사는 북미 실무협상을 염두에 두고 전략적으로 행동했다고 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실무협상의 핵심인 비핵화 범주 설정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한 차원”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SLBM은 기동성과 은밀성이 특징이기 때문에 가장 위협적이고 억지력이 강한, 전략적 가치가 높은 무기다. 이것을 북한이 보유하겠다고 주장한다면 미국은 받아들일 수 없을 것”이라며 “그렇기 때문에 북한은 협상에서 SLBM을 보유하겠다고 고집하기보다는 협상 카드로 사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 실장은 “북한이 실무협상 직전에 SLBM을 보여준 것은 이번 협상에서 안보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겠다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낸 것”이라며 “실무협상 재개 직전에 포괄적 안전보장 문제를 다룰 때 사용할 수 있는 카드의 가치를 한껏 높여 협상에서 우위를 선점하려는 것이다. 미국이 SLBM 폐기를 요구할 경우 북한은 한반도 내 미 전략자산 철수 또는 한미 연합훈련 중단 등 안보에 관한 자신들의 요구를 관철하려 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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