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법무부 장관은 8일 오후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브리핑에서 ‘지금 개혁 내용을 발표하는 것이 일가 수사에 영향을 미친다는 우려가 있다’는 질문을 받자 이같이 답했다. 취임 약 한 달 만에 처음 검찰 개혁 계획을 발표하면서도 수사와 개혁은 별개라 상관이 없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조 장관은 “다음은 없다는 각오로 임하고 있다. 제가 감당해야 할 것을 감당하겠다”고 했다.
그러나 같은 시각 조 장관의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는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의 특수2부 검사실에서 3차 조사를 받았다. 동생 조모 씨는 영장실질심사를 거부하다 부산에서 서울중앙지법까지 강제 구인되고 있었다. 검찰 내부에선 가족에 대한 수사 상황이 급히 돌아가는 날에 맞춰 검찰 개혁을 발표한 배경과 급조된 개혁안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 특수부 46년 만에 ‘반부패수사부’로
조 장관은 대통령령인 ‘검찰청 사무기구에 관한 규정’을 이달 중으로 개정해 서울중앙지검 등 3개 거점 청에만 특수부를 남기기로 했다. 특수부 이름도 반부패수사부로 바꾸기로 했다. 국무회의에서 개정 규정이 통과되면 1973년 대검찰청에 처음 설치된 특수부는 46년 만에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된다.
그러나 검찰 안팎에선 서울중앙지검 특수부가 조 장관 일가를 수사하는 상황에서 이 안을 들고 나온 것은 오해의 소지가 높다는 비판부터 나온다. 수사 대상인 피고인이 수사 주체의 규모를 줄이라고 지시한 격이라는 것이다. 검찰 개혁의 방향은 정권의 핵심 등 권력형 비리를 수사하는 부패 대응 부서를 약화시키는 게 아니라 검찰의 중립성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 장관은 브리핑에서 특수부 축소에 대한 비판적 질문을 받자 “특수 수사, 반부패 수사의 역량은 보전돼야 한다. (특수부 검사들이) 시골에 귀양 간다는 것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조 장관이 검찰의 영장 청구 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한 배경에도 의문이 나온다. 검찰이 그동안 반복적이고 광범위하게 영장을 청구해 사건 관계인의 권리를 침해했다는 것인데, 부인의 영장 청구를 앞두고 이 같은 개혁을 주장한 것은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대검의 한 간부는 “(수사팀보고) 정 교수의 영장이 기각되면 재청구하지 말라는 거냐. 이해충돌이 있는 부분은 얘길 하면 안 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 ‘부당 별건 수사’ 범위도 못 정해
법무부의 감찰 범위를 확대하려는 행보에도 검찰은 의구심을 갖고 있다. “법무부 장관은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 감독한다”고 법무부 장관의 지휘 감독 범위를 정해 놓았는데, 조 장관이 하위 법령을 바꿔 수사 검사에 대한 지휘 감독권을 행사하려 한다는 것이다. 조 장관이 추진하는 개혁에 반발하는 검사가 있다면 법무부의 직접 감찰로 검사를 통제하겠다는 의도라는 분석도 있다.
조 장관이 금지하겠다고 한 ‘부당한 별건 수사’ 범위가 추상적이라는 것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특정 범죄 혐의를 밝혀내는 과정에서 수집된 증거나 정황 등을 이용해 다른 범죄 행위를 밝혀내는 별건 수사는 그동안 법조계에서 계속 논의가 됐었다. 다만 별건 수사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 구체적으로 정해야 실효성을 높일 수 있는데, 이날 발표에선 포괄적인 선언만 담겼다는 것이다.
또 △직접수사 부서 축소 △검사 파견 최소화 △심야 조사 금지는 문재인 대통령이 검찰의 자체 개혁을 지시한 이후 윤석열 검찰총장이 그동안 개혁안으로 내놓은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검찰 내부에서 “조 장관의 개혁안이 대검 개혁안과 뭐가 다른지 모르겠다”, “대검 개혁안을 따라 하는 것 아니냐”는 혹평이 나오는 이유다.
대통령령과 법무부령 등 법률의 하위 법령을 이달 안에 바꾸겠다고 한 것도 조 장관의 한계를 보여준 것이라는 지적이 있다. 지난달 30일 스스로 “누구도 함부로 되돌릴 수 없는 검찰 개혁 방안”을 마련한다고 했지만, 국회에서 통과된 법률이 아니면 정권이 바뀔 경우 얼마든지 되돌릴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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