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한글날 공식 일정 없이 국내외 현안 점검
한글날 메시지 냈지만 '조국 퇴진' 집회엔 별도 언급 없어
靑, 갈등 증폭 없는 상황 관리 주력…경제 행보 매진 입장
文대통령, '역동적 경제', '기업 기살리기' 행보 이어갈 듯
野 '광장정치'와 차별성 부각…보수·중도 지지세 회복 시도
청와대는 한글날인 9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보수 단체의 ‘조국 퇴진’ 집회에 별도의 입장을 내지 않았다. 조국 법무부 장관에 대한 찬반 여론이 극명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갈등을 증폭시키기 않고 상황을 관리하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조 장관을 둘러싼 논란이 두 달 째 지속되고 있는데다 북미 비핵화 협상에도 제동이 걸리면서 문재인 대통령의 고심은 깊어지고 있다. 청와대는 대내외 악재가 쏟아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경제 행보를 통해 국정 운영의 동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공식 일정 없이 청와대 경내에 머무르며 국정 현안에 대해 보고를 받고 휴식을 취했다. 광화문에서 열린 ‘조국 퇴진’ 집회의 진행 상황도 보고됐을 것으로 관측된다. 문 대통령은 이날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한글날 메시지를 게시했지만 집회에 대한 입장을 내진 않았다. 집회에서는 ‘문재인 하야’, ‘문재인 탄핵’ 등의 거친 구호가 이어졌으나 청와대 차원의 별도 입장도 없었다.
문 대통령은 지난 7일 수석·보좌관회의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진행되고 있는 조국 찬반 집회와 관련해 “최근 표출된 국민들의 다양한 목소리를 엄중한 마음으로 들었다”며 “정치적 사안에 대해 국민의 의견이 나뉘는 것은 있을 수 있는 일이다. 이를 국론 분열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청와대는 광장에서 표출되는 비판 여론을 경청하되 불필요한 발언으로 사회 갈등을 증폭시키지 않겠다는 생각이다. 대신 착실하게 민생·경제 행보를 이어가면서 지지 여론을 회복하겠다는 입장이다.
문 대통령이 8일 국무회의에서 ‘역동적인 경제’를 만들겠다고 발언한 것도 같은 맥락에 있다.
문 대통령은 “세계 무역 갈등 심화와 세계 경기 하강이 우리 경제에 어려움을 주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그런 가운데 정부는 경제의 역동성을 높이는데 특별히 역점을 두고 신성장 동력 창출과 경제 활력 제고에 매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역동적인 경제로 가려면 무엇보다 민간에 활력이 생겨야 한다”며 “이를 위해 정부는 기업의 목소리를 경청하고 애로를 해소하는 노력을 보다 적극적으로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회의에서 주52시간제 확대 적용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에 대해 언급하며 탄력근로제 입법 등 보완책 마련을 지시했다. 또 데이터3법 등 규제 혁신에도 속도를 내야 한다고 당부했다. 지난 4일 주요 경제단체장과의 오찬 간담회에서 재계의 건의 사항을 경청한 이후 나흘만에 화답한 것이다.
청와대는 글로벌 경기 둔화가 본격화되고 있고 미중 무역전쟁 등 대외 불확실성 요인도 늘고 있는 상황인 만큼 모든 정책 수단을 동원해 경제 활성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서는 정부의 역할 뿐만 아니라 민간 부문의 활력이 필수적이라는 생각이다. 문 대통령이 적극적으로 ‘기업 기살리기’ 발언을 내놓기 시작한 이유다.
청와대는 앞으로도 ‘역동적 경제’를 위한 문 대통령의 행보와 발언들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 차원에서도 기업 친화적인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이낙연 국무총리는 지난 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전자산업 60주년 기념행사’와 ‘한국전자산업대전(KES) 2019‘ 참석해 우리 기업들을 격려했다. 특히 이 총리는 삼성전자 부스를 방문해 갤럭시폴드를 직접 체험하고 219인치의 초대형 스크린인 ‘더 월(The Wall)’에 대해 호평을 내놓기도 했다.
이 같은 경제 행보는 ’광장 정치‘를 이어가고 있는 자유한국당 등 보수 정당과의 차별성을 부각하고 중도층·보수층의 지지세를 회복하기 위한 의도도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문 대통령은 8일 국무회의에서 주52시간제와 관련해 “탄력근로제 등 보완 입법의 국회 통과가 시급하다. 당정 협의와 대국회 설득 등을 통해 조속한 입법을 위해 최선을 다해달라. 입법이 안 될 경우도 생각해두지 않으면 안 된다. 국회의 입법 없이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들을 미리 모색해 달라”고 주문했다.
또 “데이터 3법 등 핵심 법안의 입법이 지연되고 있는 상황이 안타깝지만 법률 통과 이전이라도 하위 법령의 우선 정비, 적극적인 유권해석과 지침 개정 등을 통해 실질적 효과를 창출하는 방안을 강구해 줄 것을 특별히 당부한다”고 했다.
이는 정치권의 대립으로 기업들의 고충을 해소하고 규제를 완화하기 위한 법안 처리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오는 22일 국회에서 진행될 내년도 예산안에 대한 정부 시정연설에도 역동적 경제와 일본 수출규제 대응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내용이 비중 있게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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