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한국, 특권 대물림 논란 휩싸여”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2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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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들, 조국 의혹에 격분’ 보도
“文대통령, 공정사회 약속했지만… 조국 딸 의혹, 정유라 연상 시켜”
노동시장 경직성 문제점도 지적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10일(현지 시간) ‘한 국가, 두 체제: 대통령은 능력주의(meritocracy)를 약속했다. 그래서 법무장관 의혹에 한국인들이 격분하고 있다’는 기사에서 조국 법무부 장관을 둘러싼 족벌주의(nepotism) 논란을 조명했다. 기사는 빈부격차를 소재로 올해 한국 최초로 칸 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의 영화 ‘기생충’도 언급했다. 이어 “가난한 남매가 연줄을 활용해 재학증명서를 위조한 후 과외를 얻는 영화 속 장면은 ‘제대로 된 사람을 알면 시험 결과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수 있다’는 한국 사회의 또 다른 측면을 보여 준다”고 비유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문재인 대통령이 전임 박근혜 정권을 겨냥해 ‘더 공정한 사회를 만들겠다’고 공언했지만 지난 몇 달간 조 장관은 자녀 스캔들에 휩싸여 있다”고 지적했다. 조 장관의 딸은 의과대학원 시험에서 두 번이나 낙제했음에도 장학금을 받았고 고등학생 때도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됐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이것이 친구의 딸(정유라)을 위해 대학 입학 기준을 바꾸도록 압력을 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연상시킨다”고 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우리는 이런 특권이 대물림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스캔들을 계속 접하고 있다”며 입시 개혁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종배 씨의 말도 소개했다. 현재 30세 미만의 한국인 중 약 3분의 2가 ‘사회 계층 이동이 어렵다’고 답했다. 6년 전만 해도 이런 응답이 절반에도 못 미쳤다.

이러한 염세주의가 만연한 원인으로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부모의 경제력과 자녀의 사회적 지위가 가장 긴밀하게 연관돼 있음을 꼽았다. 지난해 서울의 상위권 대학에서 학자금 지원을 받는 학생의 비율이 전체의 절반도 안 된다는 교육부 통계는 명문대 진학생 대다수가 가정형편이 넉넉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한국에서 이 같은 문제가 유독 사회적 공분을 낳는 바탕에 노동시장의 경직성이 있다고도 분석했다. 고액 임금 근로자의 해고가 쉽지 않은 구조로 청년이 양질의 일자리를 얻을 기회가 부족하다는 뜻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상반기 한국의 청년 실업률은 10.4%지만 구직을 단념한 사람까지 포함하면 실제 실업률은 25%에 달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이코노미스트#조국 법무부 장관#공정사회#특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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