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의혹 파문]
경찰, 윤총경 압수수색도 안해… 檢, 민정실 개입 여부 수사 나서
3월 윤총경-靑민정실 관계자
‘검경 대결 구도’ 비밀대화 직후 김학의 사건 대대적 재수사 시작
올해 3월 13일 공개된 가수 승리(본명 이승현·29) 등의 카카오톡 단체 대화방에서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규근 총경(49)이 약 7개월 만인 10일 구속 수감됐다.
경찰이 150명에 가까운 수사팀을 투입하고도 윤 총경과 서울 강남 클럽 버닝썬의 유착 의혹을 규명하지 못했지만 올 6월 검찰이 경찰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으면서 반전이 일어난 것이다. 검찰은 경찰이 윤 총경의 자택이나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고 부실 수사를 한 배경을 본격적으로 수사하기 시작했다.
○ 두 차례 텔레그램 뒤 ‘김학의 사건’ 수면 위로
주목할 점은 2014년 검찰의 불기소 처분 이후 5년째 묵혀 있던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별장 성접대 사건이 재수사 선상에 오른 시점이다.
올 3월 14일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실 관계자 A 씨는 보안성이 높은 텔레그램 메신저로 옛 민정수석실 동료였던 윤 총경에게 “더 세게 했어야 했는데” “검찰과 (경찰이) 대립하는 구도를 진작에 만들었어야 했는데…”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윤 총경이 민갑룡 경찰청장이 국회에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의 성접대 의혹 사건이 검찰에서 무혐의 결론 난 것을 지적한 내용의 기사를 링크로 보내며 “이 정도면 됐나요?”라고 질문한 데 대한 답변이었다.
윤 총경은 사흘 전에는 A 씨에게 만나자고 제안해 실제로 만난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검경 대립에 관한 메시지 내용이 새로 드러난 데다 김 전 차관 사건이 다시 부각되기 전에 접촉한 뒤 민감한 메시지를 주고받은 것도 의심을 살 만한 대목이다. “윤 총경과 A 씨 사이의 단순한 사담에 불과하다”고 했던 청와대의 기존 해명에도 의구심이 든다.
공교롭게도 윤 총경과 A 씨가 뒤늦게 점화된 ‘검경 대결 구도’에 관해 비밀 대화를 나눈 지 4일 만에 문재인 대통령은 “각각 검경 조직의 명운을 걸고 책임져야 할 일”이라며 버닝썬 수사와 김 전 차관 사건을 함께 거론했다. 올 3월 25일 검찰과거사위원회는 김 전 차관 사건에 대한 재수사를 검찰에 권고했다. 이로부터 열흘 전 윤 총경은 경찰에 버닝썬 사건 참고인으로 처음 출석해 조사를 받았고, 사흘 만에 피의자로 전환됐다. 윤 총경은 버닝썬 수사 과정에서 경찰과 유흥업소 간 유착 의혹의 핵심으로 지목됐지만 5년 만에 검찰 재수사가 시작된 김 전 차관 사건에 스포트라이트가 분산됐다.
○ 검찰, 경찰 부실 수사 배후로 민정수석실 의심
버닝썬 사건과 김 전 차관의 별장 성접대 의혹 사건. 겉보기엔 아무 관련이 없을 것 같은 두 개의 사건엔 공통점이 하나 있다. 각각 경찰과 검찰 고위 간부가 얽혀 있고, 모두 부실 수사라는 비판을 받았다는 점이다.
지난해 12월 이른바 버닝썬 폭행 사건 이후 경찰 유착 의혹이 일자 경찰은 대규모 전담수사팀을 꾸렸지만 수사 결과는 초라했다. 승리와 동업자들에게 ‘경찰총장’으로 불린 윤 총경을 뇌물죄 및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는 제외한 채 직권남용 혐의만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그런데 수사 기록을 검토한 검찰은 압수수색이나 관련자 소환이 필요한 대목에서 경찰이 소극적인 자세를 보인 단서를 여럿 포착했다.
특히 윤 총경의 혐의 증거를 확보할 가장 기본이 되는 장소인 자택과 사무실 등에 대한 압수수색조차 하지 않은 사실이 밝혀졌다. 윤 총경은 조국 법무부 장관이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할 당시 1년 동안 민정수석실에서 함께 근무했다.
검찰은 윤 총경이 코스닥 상장사 대표의 경찰 수사 무마에 관여한 대가로 수천만 원어치의 비상장 주식 1만 주를 공짜로 받은 혐의(알선수재) 등을 추가로 밝혀냈다. 검찰은 윤 총경이 버닝썬 사건을 덮기 위해 민정수석실 관계자와 함께 김 전 차관 관련 사건을 고의적으로 띄웠을 가능성에 대해서도 조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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