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檢, 윤석열 접대 진술 덮어”… 수사단장 “그런 내용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12일 03시 00분


‘윤중천 별장서 접대 의혹’ 보도 논란

윤석열 검찰총장이 건설업자 윤중천 씨(수감 중)로부터 별장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진술을 검찰이 확인하고도 덮었다는 의혹을 한겨레신문이 11일 보도하면서 검찰 안팎에서 논란이 일었다.

대검찰청은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 등) 중요 수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허위의 음해 기사가 보도되는 건 대단히 유감”이라고 밝혔다. 윤 총장은 이날 한겨레신문 기자를 명예훼손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고, 손해배상 청구와 정정보도 청구 등 민사상 책임도 끝까지 물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 면담보고서에 윤석열 한 번 등장


한겨레신문은 검찰과거사위원회 산하 진상조사단이 2013년 경찰이 확보한 윤 씨의 전화번호부와 명함, 다이어리 등을 재검토하는 과정에서 윤 총장의 이름을 확인했다고 보도했다. 또 강원 원주시 별장에서 윤 총장을 수차례 접대했다는 윤 씨의 진술을 받아내 이런 내용을 보고서로 작성해 올 3월 출범한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관련 수사단에 넘겼지만 검찰이 기초 사실 조사조차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기사를 작성한 한겨레신문 기자는 11일 오전 라디오방송에 두 차례 출연해 “윤 총장이 접대를 받았다는 것보다는 검찰이 묵인했다는 게 기사의 방점”이라는 취지로 주장했다. 다만 윤 총장이 성 접대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도 했다.

윤 씨는 2006∼2011년 김 전 차관에게 억대의 뇌물을 제공한 혐의로 올 5월 구속 수감됐다. 이는 과거사위가 김 전 차관에 대한 재수사를 검찰에 권고한 데 따른 것이었다. 앞서 2013년 이후 경찰 한 차례, 검찰 두 차례의 수사 기록을 넘겨받은 과거사위는 진상조사단의 수사팀을 통해 관련자 조사를 했다. 윤 씨의 전화번호부와 명함, 다이어리를 처음 입수한 경찰 수사팀 관계자는 “다른 검찰 간부들 이름이 나와 수사기록에 그 간부의 이름을 언급해 검찰에 넘겼다. 하지만 윤 총장의 이름은 나오지 않았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A 검사와 수사관 등 3명은 지난해 12월 26일 윤 씨를 검찰청사 밖 호텔의 카페에서 만난 뒤 면담조사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면담보고서는 과거사위에는 보고하지 않고, 수사단에 넘길 때 검찰 측에 넘어갔다. 당시 과거사위 관계자는 “조사단이 작성한 면담보고서가 과거사위 전체 회의에 구두로나 문서로 보고된 적이 없었다”고 밝혔다.


○ 검찰, “윤 씨 조사했지만 보고서 내용 부인”

수사단장을 지낸 여환섭 대구지검장은 11일 대구고검에서 열린 국정감사에 출석해 “윤 씨가 ‘윤 총장을 만났다는 말을 한 적이 없다’는 취지로 수사단에서 얘기했다”고 밝혔다. 기초 조사를 하지 않았다는 한겨레신문 보도 내용과는 다른 것이다.

또 여 지검장은 해당 내용이 담긴 보고서 작성 경위도 상세하게 설명했다. 윤 씨가 진상조사단에 파견된 A 검사와 비공식적으로 검찰청사 외부에서 만나 나눈 대화를 A 검사가 사후 기억에 의존해 만든 면담보고서로 그 내용이나 근거가 불확실하다는 뜻이다. 녹취록 형태나 검찰신문조서와 같은 문답형식이 아니라 자신이 들은 내용을 그대로 기록한 것이라고 한다. 여 지검장은 면담보고서 내용에 대해서도 “접대라는 말 자체가 없다. 아는지 여부에 관해서 본 적도 있는 것 같다는 아주 애매모호한 한 줄이 있다. 그 외에는 없다”고 답했다. 추가 조사를 진행하지 않은 경위에 대해 여 지검장은 “기존 수사 자료에 윤 총장과 관련된 내용이 없었고, 과거사위에서도 수사 의뢰를 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진상조사단에 참여한 박준영 변호사는 언론 인터뷰에서 “‘누구 소개로 알고 지냈는데, 원주의 별장에 온 적이 있는 것 같다’는 내용이 전부”라며 “윤 총장 이름이 기재된 보고서가 정말 의미 있는 진술이었다면 저를 포함한 조사단원들이 뭉갠 것”이라고 했다.


○ 조국 장관 “인사검증 때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

조 장관은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올 6월 윤 총장의 인사검증을 맡았다. 조 장관은 11일 퇴근길에 “민정수석실 차원에서 보도 내용에 대한 점검을 했지만 사실이 아니라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윤 총장은 민정수석실의 검증 당시 “윤 씨와는 면식조차 없고, 윤 씨를 소개해 준 사람도 없다”고 답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총장은 한겨레신문의 보도 이후 참모들에게 “전국 어디든 사업자 별장을 쫓아갈 만큼 한가하게 살지 않았다. 20∼30년간 원주에 한두 번 들른 것을 제외하고는 간 기억이 없고, 별장은 가본 적도 없다”고 했다.

검찰은 11일 오전 “완전한 허위사실”이라는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오후에는 “윤 총장이 한겨레신문 기자 등을 상대로 출판물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장을 서울서부지검에 발송했다”며 법적 대응에 나섰다. 윤 총장은 또 “검찰은 진행 중인 중요 수사 사건(조 장관 일가 사건 등)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검찰이) 조속히 규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면서 “총장은 이 사건을 보고받지 않고, 관여도 안 할 것”이라고 밝혔다.

황성호 hsh0330@donga.com / 대구=장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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