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표창장 위조’ 혐의와 관련한 재판에서 정 교수 측과 검찰 측은 사건기록 열람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정 교수 측은 방어권 행사를 위해 수사기록을 봐야 한다는 입장을, 검찰은 관련 수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어 보여줄 수가 없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새롭거나 특별한 사유가 없다면 정 교수 측의 요청대로 수사기록 열람·등사를 허용하기로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29부(부장판사 강성수)는 18일 오전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된 정 교수의 1회 공판준비기일을 열었다. 공판준비기일은 피고인의 출석의무가 없어 정 교수는 법정에 나오지 않았다.
앞서 정 교수 측은 물론 검찰도 이날로 잡힌 재판을 늦춰달라고 요청했지만 법원은 예정대로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와 관련 재판부는 “재판의 대략적인 일정을 논의하고, 무엇보다 정 교수 측이 수사기록 열람 신청을 해서 신문을 해야했기에 재판을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설명한 뒤 “수사기록 열람등사의 신청 취지가 뭐냐”고 물었다.
이에 정 교수 측은 “공판 준비를 위해서는 저희가 증거로 제출된 목록을 보고 검토 후에 증거인부를 밝혀야 하고, 저희가 필요로 하는 반대 증거에 대한 말할 기회를 가져야하는데 그걸 확인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현재도 사문서 위조 혐의와 관련된 종범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며 “서류의 열람등사가 관련 사건 수사에 중대한 장애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어 “재판이 신속하게 진행되고 방어권 행사에 장애가 없도록 최대한 노력하겠다”며 “밝힐 순 없지만 최대한 빠르게 수사를 마무리하겠다”고 말했다.
양측의 의견을 들은 재판부는 “수사기록 열람등사가 전혀 안 된다고 하니 피고인 입장을 놓고 보면 새로운 사유가 있지 않는 이상 열람 결정이 이뤄질 수 밖에 없다”며 “피고인 입장에서는 목록을 보고 재판준비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검찰에서 증거목록과 사건목록이라도 제대로 해서 정 교수 측에 줘야 한다”며 “거부를 하더라도 ‘이 증거는 이러이러해서 안 된다’라고 구체적으로 하는 게 맞고, 포괄적으로 거부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 측은 “재판을 준비하려면 향후 2주 안에 열람복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검찰은 “최대한 빨리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다음달 15일 2번째 공판준비기일을 열고 증거인부와 증인신청 여부 등을 논의하기로 했다.
재판이 끝난 후 정 교수측 변호인은 기자들과 만나 “정 교수는 공직자의 배우자이기 이전에 한 시민인데, 어떠한 사유로도 시민의 인권이 희생돼야 할 정당한 근거는 없다”며 “검찰에서는 법과 원칙에 따른다고 하는데, 여전히 인권의 감수성이 살아 숨쉬는 과정이었는지, 사람에 대한 배려가 충분히 있었는지 등을 재판 전 과정에서 꼼꼼히 검토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사건에서 공소장이 특정되고, 증거가 나오면 그걸 토대로 방어전략을 짜는데 증거목록을 알 수조차 없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고 부당하다”며 “진실을 규명해 억울함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취재진은 변호인단에게 ‘정 교수의 건강상태가 좋지 않은데 다음 기일에 출석이 가능한지’ ‘진단서를 추가로 제출할 의향이 있는지’ ‘증인으로 몇명을 부를건지’ 등을 물어봤지만 모두 대답하지 않았다.
정 교수는 2012년 9월 딸 조모씨(28)가 인턴 경험·상훈 등 외부활동을 주요 평가요소로 보는 특별전형을 통해 국내외 유명 대학원에 진학하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해 자신의 사무실에서 표창장을 만들고 총장 직인을 임의로 날인한 혐의를 받았다.
검찰은 조 전 장관의 국회 인사청문회가 열리던 지난 9월6일 밤 10시50분께 공소시효 만료를 1시간가량 앞두고 정 교수를 소환조사 없이 ‘사문서위조’ 혐의로 기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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