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화 되는 美中 무역갈등…한국경제 대응책은? [청년이 묻고 우아한이 답하다]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0일 14시 00분



Q. 미중 간 무역 다툼이 장기전으로 흘러가는 양상을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때 한국이 받을 영향에는 무엇이 있을지 궁금합니다. 이러한 미중 사이에서 한국이 어떤 입장을 취해야 하는지도 알고 싶습니다.

송종혁 성균관대 신문방송학과 13학번 (아산서원 16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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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미중 무역 갈등이 장기화 되면서, 세계 경제에 긴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습니다. 세계은행(WB)·국제통화기금(IMF) 연차총회와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 참석하려 미국 워싱턴DC을 방문한 구로다 하루히코(黑田東彦) 일본은행 총재도 미중 무역 갈등이 확산되면서 세계경제의 성장률 회복이 지연될 가능성이 높다고 언급하였습니다.

이에 앞서 미중 무역 협상이 고위급 협상을 거치면서 중국이 미국 농산물 수입을 확대하고 미국은 이번 달 15일로 예정하고 있었던 추가 관세 인상을 보류하는 데 합의하여 이른바 ‘스몰딜(small deal)’이 성사되었다는 뉴스가 있었습니다. 하지만 미국 트럼프 대통령은 내달 칠레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중국의 시진핑 국가주석과 만나기 전에는 중국과의 무역 합의에 서명하지 않겠다고 하고 있습니다. 협상이 장기화되고 있는 가운데, 결국 세상의 이목은 다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에 어떠한 합의가 도출될 수 있을지에 쏠리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미중 무역 갈등이 세계정치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실로 매우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보다 거시적인 관점에서 이하 몇 가지 위험성(risk)을 강조하고 그로부터 우리 경제에 함의하는 바에 대해 생각해 보도록 합니다.

첫째, 얽히고설킨 글로벌 공급망(supply chain)으로 상호의존적이었던 국가들의 경제가 동시다발적으로 침체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위험성입니다. 미중이 서로에게 관세를 인상하며 치르고 있는 현재 ‘무역 전쟁’은 ‘미국산’, ‘중국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닙니다. 글로벌 시대에 우리가 일상적으로 소비하는 상품들, 특히 컴퓨터나 전자제품 같은 기술집약적인 상품들은 여러 나라들의 기술과 제품들이 글로벌 공급망을 통해 모여져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미국과 중국이 자국생산품을 보호하겠다는 명분 하에 서로에 대해 관세를 올리는 행동이 장기화되면 될수록 공급망에 맞물려 있는 나라들의 경제도 타격을 받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둘째, 이른바 ‘스트롱맨(strongmen)’ 리더십 하에 각국이 각자도생의 길로 갈 수 있다는 위험성입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 중국의 시진핑 주석, 러시아의 푸틴 대통령은 물론이거니와, 터키의 에르도안 대통령이나 헝가리의 오르반 총리에 이르기까지, 지금 세계 주요각국은 스트롱맨들이 주도하는 형국입니다. 이런 리더십에는 세계정치경제의 질서를 국제공조/국제협력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이끄는 요소 보다는, 근린궁핍화 정책(beggar-thy-neighbor policy) 마저 불사할 수 있는 자국이익 최우선 전략의 경쟁 속으로 내몰 위험 요소가 내재되어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셋째, 미중 패권 다툼의 양상이 어떤 결말을 가져오느냐에 따라 세계질서가 신냉전구도로 일컬어지는 양극질서로 재편될 수 있다는 위험성입니다. 지금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단지 무역 분야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와 이른바 ‘진주목걸이’ 전략으로 일컬어지는 해양안보 전략은 미국의 ‘인도-태평양 전략’으로 일컬어지는 대(對)중국 봉쇄망과 점점 더 정면충돌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버드 대학의 그레이엄 앨리슨 교수는 저서 ‘예정된 전쟁(Destined for War)’을 통해 미중 간에 전쟁마저 있을 수 있음을 경고한 바 있습니다.

이와 같이 미중 무역 갈등은 단순히 양국 갈등을 넘어서서 세계정치경제의 재편을 예고하고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러한 중대한 국면에 처해 있는 한국으로서는 무엇보다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어야 합니다. 우리 무역의 구조를 보면 수출·수입 모두 20% 이상 중국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대중무역의존도가 이렇게까지 높은 것은 우리 경제에 심각한 리스크 중 하나라고 하지 않을 수 없겠습니다. 중국과 우호적인 관계를 지속하고 앞으로도 활발하게 무역을 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한 나라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습니다. 교역국의 다변화는 물론이거니와 주요 수출품을 다변화하는 노력이 절실한 때라고 하겠습니다.

아울러 미국, 중국은 물론이거니와 아시아 주변국과 타 지역 신흥국가들과도 우호적인 관계를 돈독히 함으로써, 국제관계에서 올 수 있는 리스크를 최소화해야 합니다. 한일관계의 악화는 결국 일본이 한국을 이른바 ‘수출심사 우대국(white list)’에서 제외하는 결과를 가져오게 했습니다. 주변국과의 관계를 관리하지 않으면, 복잡한 공급망에 다각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가 언제고 다시 위험에 내몰릴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국내경제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지역균형발전의 노력을 계속해 나가야 합니다. 세계 각국이 각자도생의 길로 나아갈 기로에 서인 지금이야말로 우리 스스로 내실을 다지고, 국내 투자 및 소비 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함으로써 외재적 변수에 대비해야 할 것입니다.

임은정 국립공주대학교 국제학부 부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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