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22일부터 하와이서 2차 협상… ‘1조원’ 심리적 마지노선 넘긴 文정부
금융관료 출신에 협상대표 맡겨… 수치 근거로 ‘합리적 수준’ 맞불 태세
22일(현지 시간)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미국 하와이에서 열리는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 2차 협의는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잇달아 48억 달러 청구서를 거론하는 상황에서 한국도 동맹의 가치를 내세워 ‘합리적 분담’을 하자고 맞불을 놓을 태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워싱턴에선 “48억 달러 요구를 트럼프 특유의 허풍으로만 인식하면 오산”이라는 기류도 감지된다.
이번 협의는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지낸 정은보 협상 수석대표의 데뷔전이다. 외교부 인사들이 주로 맡아왔던 분담금 협상 대표에 정통 금융 관료 출신을 앉힌 것 자체가 문재인 대통령의 대미 메시지라는 해석이 많다. 트럼프 행정부의 48억 달러 요구를 각종 수치와 데이터로 반박해 보겠다는 것이다. 이미 올해 분담금(1조389억 원)으로 ‘1조 원’이라는, 국민들이 거부감 없이 수용할 수 있는 심리적 마지노선을 넘은 만큼 정부로선 소수점 하나까지 따져서라도 협상의 승기를 쥐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여권도 미국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철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군사법원 국정감사에서 “미국 측이 제시한 방위비 분담금 요구안에 전략자산 전개비용과 연합훈련·연습비용뿐 아니라 주한미군 군속 및 가족 지원 비용 등 기존에 없던 항목들이 새로 추가됐다”며 “이러한 비용이 30억 달러에 달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트럼프 미 행정부는 48억 달러에서 물러설 기색을 보이지 않고 있다.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이달 초 동아일보 인터뷰에서 “미국의 5배의 요구가 지나치다고 하지만, 이를 뒤집어서 말하면 현재 한국이 전체 비용의 5분의 1만 감당하고 있다고 볼 수도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충분하지 않다”고 한 데 이어 국무부까지 18일(현지 시간) 방위비 협상 일정을 알리면서 이례적으로 공식 보도자료에서 증액 입장을 분명히 했다.
국무부는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한국이 보다 더 공정한 분담에 기여할 수 있고 기여해야만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다(Republic of Korea can and should contribute more of its fair share)” “미국의 국제적 군사주둔 비용 유지는 동맹과 파트너가 공정하게 분담해야 한다”고 밝혔다.
미 전직 고위 관료들은 미국이 방위비분담금 셈법 자체를 바꾸고 있다고 분석한다. 버나드 샴포 전 주한 미8군사령관은 19일 미국의소리(VOA)와의 통화에서 “한국 측이 미국이 요구하는 금액이 단순히 협상을 유리하게 하기 위한 전술로 간주하고 쉽게 비용을 깎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면 사안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리처드 존슨 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비확산담당 국장도 VOA에 “한국은 방위비분담금 협상을 단순히 북한 문제에 국한시킬 것이 아니라 인도태평양 역내 역할 확대와 연계해 협상에 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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