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왕 즉위식]李총리 참석부터가 우호 메시지
친서에 ‘협력 강화’ 내용 담긴듯… 이수현碑 헌화 “인간애 국경 넘어”
“日 문화-역사의 무거움 느꼈다”… 日기자 질문에 일본어로 대답
문재인 대통령이 방일 중인 이낙연 국무총리를 통해 보낸 두 통의 친서가 한일 대화 재개의 변곡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 총리는 22일 외교 채널을 통해 나루히토(德仁) 일왕에게 친서를 전한 데 이어 24일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만나 역시 친서를 전할 예정이다. 아직까지 문 대통령의 친서 내용은 알려지지 않고 있다. 다만, 한일 정상 간 대화가 1년 1개월째 끊긴 상황에서 한일 협력의 중요성과 관계 개선 의지를 밝히는 내용이 담겼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고 있다.
이 총리는 이날 오후 일왕 즉위식에 남관표 주일대사와 함께 참석했다. 이 총리는 연미복(서양 예복) 차림이었다. 다만 즉위식은 각국 대표단이 나루히토 일왕 및 아베 총리에게 접근이 되지 않는 방식으로 진행돼 이 총리가 나루히토 일왕이나 아베 총리에게 인사할 기회는 별도로 없었다. 남 대사는 즉위식이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일본 정부에 한일 관계 개선의 의지가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 “(한일 양국이) 계속 대화를 하고 있다”며 “대화가 (이뤄지고) 있다는 것은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고 밝혔다. 남 대사는 또 “주일대사로서 (한일 관계가) 어려운 시기에 이 총리가 오셔서 고위급 만남을 하시고, 일본 국민들과의 접촉을 통해 좋은 여건을 만들어주신 것에 굉장히 감사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동시에 강제징용 배상 문제 등 양국 입장 차가 큰 상황에서 이번 방일에서 당장 성과를 얻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도 여전하다. 이 총리는 이날 오전 일본 출국을 위해 성남 서울공항에 환송을 나온 나가미네 야스마사(長嶺安政) 주한 일본대사에게 “이번 단 한 번의 방문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리라 기대하지 않지만 그래도 한 발짝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인철 외교부 대변인도 이날 브리핑에서 “이번 방일의 주요 목적은 이웃 국가로서 (일왕) 취임식에 참석해 축하를 전하는 것”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아베 총리와의 면담에서 특별히 기대하는 바가 있느냐는 질문에 김 대변인은 “기대보다는 만남의 결과가 중요하다. 결과를 지켜보시면 될 것 같다”고 답했다. 이와 관련해 외교당국자는 “단기간 내 (한일 갈등 사안에 대한) 양측 간의 합의를 이루기는 쉽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 총리는 이날 즉위식 참석 후 도쿄 신주쿠 신오쿠보역에 있는 고 이수현 씨 추모비를 찾아 국화꽃을 헌화했다. 검은색 정장에 검은색 타이 차림의 이 총리는 두 손을 모은 채 묵념한 뒤 10초가량 추모비를 물끄러미 봤다. 이 총리는 즉위식 후 가장 먼저 이곳을 찾은 데 대해 “인간애는 국경도 넘는다는 것을 (이수현 씨가) 실천해 보이셨다”며 “그러한 헌신의 마음을 추모하기 위해 왔다”고 밝혔다.
이어 이 총리는 일본 내 대표적인 한인타운인 신오쿠보역 거리에서 한국인 상인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격려했다. 이 총리는 도쿄 특파원 시절과 달라진 거리 등을 소재로 삼기도 했고, 화장품 가게 주인이 인기 상품에 대해 설명하자 “정말로 주름 개선 효과가 있는가요. 나도 한번 생각해볼까”라고 친근하게 반문하기도 했다.
이날 지일파 이 총리의 행보에 NHK, 교도통신 등 일본 현지 언론들의 관심이 쏠렸다. 한 일본인 기자가 이번 방문에 대해 한마디 일본어로 답해 달라고 하자 이 총리는 “일본의 전통 문화와 역사의 무거움을 느꼈다”고 일본어로 답하기도 했다.
이 총리는 이날 저녁 일왕이 주최한 궁중 연회에서 세계 각국 대표단과 만나며 소프트 외교도 이어갔다. 숙소에서는 몽골의 우흐나 후렐수흐 총리, 오만의 아사드 빈 타리끄 알 사이드 대외관계 부총리 등과도 조우해 반갑게 인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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