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금강산 경협’ 비난한 김정은

  • 동아일보
  • 입력 2019년 10월 24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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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임자들 南 의존 정책 매우 잘못… 너절한 남측 시설들 싹 들어내라”
文대통령 “평화경제” 발언 다음날 자력갱생 강조하며 南 압박 강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지구를 시찰하면서 “(한국에)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득을 보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며 “보기만 해도 기분이 나빠지는 너절한 남측 시설들을 싹 들어내라”고 지시했다고 노동신문이 23일 보도했다. 전날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연설에서 평화경제에 대한 북한의 호응을 촉구한 지 하루 만이다. 특히 ‘김정일 시대’ 대남사업을 공개 질타하는 등 전례 없는 행보로 한반도 긴장이 다시 고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북한 노동신문은 김 위원장이 “북남(남북) 관계가 발전하지 않으면 금강산관광도 하지 못하는 것으로 돼 있는데 이것은 분명히 잘못된 일이고 잘못된 인식”이라고 말했다고 이날 보도했다. “국력이 여릴(약할)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 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당 관계자들을 질책한 뒤 “(한국이 금강산관광시설을) 무슨 피해 지역의 가설막이나 격리병동처럼 들여앉혀 놓았다. 우리 식으로 새로 건설해야 한다”고 했다.

김 위원장의 ‘남측 시설 철거’ 지시는 16일 백두산 백마(白馬) 등정으로 ‘중대 결단’을 예고한 뒤 나온 첫 메시지다. 금기시된 선대의 ‘유훈사업’을 비판하면서까지 남북 경협에 적극적이지 않은 문재인 정부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며 남북 사업을 전면 재검토할 수 있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이에 따라 김 위원장이 지난해 9월 문 대통령과 우선 재개하기로 합의한 개성공단 내 공장 등 남측 시설의 철거 같은 추가 도발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연구기획본부장은 “김정은은 개성공단에 대해서도 남측 시설물의 철거를 요구하고 독자적 개발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김 위원장의 11월 한국 답방도 사실상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청와대는 김 위원장 메시지에 대해 “그것은 북한만이 알고 있다”고만 했을 뿐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다만 김 위원장이 “(시설 철거를) 남측 관계 부문과 합의하라”고 한 것을 두고 남북 대화 재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 섞인 반응이 나오기도 했다.

한편 문 대통령은 23일 방한한 펠리페 6세 스페인 국왕과 정상회담을 갖고 “비무장지대(DMZ)가 스페인의 ‘산티아고 길’처럼 평화의 길이 되어 세계인이 함께 걷게 되길 기대한다”며 “이 평화의 여정에 함께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신나리 journari@donga.com·박효목 기자
#김정은#북한#대남사업#금강산관광#납북 경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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