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야흐로 인공지능 시대다. 개발자들이 끝없는 상상을 펼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함께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28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네이버 데뷰 2019’ 행사에 참석해 인공지능(AI)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 의지를 밝혔다.
취임 후 처음으로 정보기술(IT) 분야 개발자 행사에 사전 예고 없이 깜짝 등장한 문 대통령은 이날 행사장을 찾은 젊은 사업가와 개발자들에게 AI에 대한 국가적 인식과 정부 지원 방향 등을 공유하며 소통했다.
문 대통령은 “우리가 제조업, 반도체 등 많은 경험을 축적하고 경쟁력을 가진 분야를 중심으로 인공지능을 결합하면 우리는 가장 똑똑하면서도 인간다운 인공지능을 탄생시킬 수 있을 것”이라며 “우리 개발자들이 끝없는 상상을 펼치고 실현할 수 있도록 정부가 함께 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연내 ‘AI 국가전략’을 발표하고 AI를 기반으로 한 국가 차원의 혁신성장 전략을 수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AI 개발자와 스타트업을 위한 규제 개선과 정책자금 투입 등이 추진되고, 정부 역시 ‘AI 기반 디지털 정부’로 탈바꿈하는 시도가 이뤄진다.
◇세계 주요국 국가원수 직접 나서 ‘AI 전략’ 추진…발등에 불 떨어진 정부
이날 문 대통령이 직접 나서 AI 지원 의지를 표명한 건 4차 산업혁명의 핵심인 AI 분야에서 해외 선진국들에 비해 더 이상 뒤처져선 안된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의 ‘AI 이니셔티브 행정명령’, 중국의 ‘차세대 인공지능 발전규획’, 일본의 ‘AI 전략 2019’ 등 최근 세계 주요국들은 국가 원수가 직접나서 국가 차원의 AI 발전 전략을 마련해 AI에 대한 전폭적인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AI가 향후 경제·산업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미래 일자리 구조와 국가 안보, 사회 윤리 등에 큰 변화를 몰고 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비해 한국은 AI 관련 인재·기술·산업·데이터 등 각 분야의 육성 정책은 추진하고 있지만, 국가 차원에서 이를 아우르는 정책은 아직까지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중심으로 범부처 차원의 ‘AI 국가전략’을 마련해 연내 발표한다는 계획이다.
실제 이날 문 대통령은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의 문을 연 나라도 아니고 세계 최고 수준도 아니다”라고 현 상황을 진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인터넷 혁명을 이끈 경험이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과 세계 1위의 ICT 인프라, 전자정부의 풍부한 데이터가 있다”고 발전 가능성을 제시하며 “일자리 변화와 인공지능 윤리 문제도 각별하게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전 세계 AI 인재 확보 ‘전쟁’…민·관 함께 나서 AI 인재 양성
현재 국내 AI 경쟁력 확보를 위해 가장 시급한 분야로는 인재 양성이 꼽힌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국내에선 2022년까지 석박사급 AI 인재 7200명이 부족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실제 이날 행사장에선 참가업체의 전시 부스마다 AI 개발자들의 이목을 끌기 위해 경쟁적으로 자사 서비스를 홍보하며 ‘인재 확보 전쟁’의 분위기를 가늠케했다. 문 대통령이 처음 이런 개발자 행사를 찾은 이유도 이런 20~30대 젊은 개발자들에게 AI에 대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 의사를 전달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AI 인재 확보를 위한 무한경쟁은 비단 국내 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펼쳐지고 있다.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세계 인공지능 인재 수요는 100만명이 이르나 공급은 30만명에 불과한 상황이다. 세게적으로 AI 핵심인재만 추리면 2만2400명으로 추산된다.
연구소가 25개국의 인공지능 핵심인재 수준을 ‘AI 두뇌지수’로 측정해 비교한 결과, 한국의 AI 두뇌지수는 미국의 76% 수준인 것으로 측정됐다. 주요국 대비 AI 두뇌지수가 상대적으로 낮아 인재양성에 정책역량을 집중할 시점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부는 올해 AI 대학원을 도입하는 등 AI 인력양성 정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날 행사를 주최한 네이버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글로벌 AI 연구벨트’ 조성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글로벌 AI 연구벨트는 한국, 일본, 프랑스, 동남아시아 베트남을 거점으로 한 AI 기술 네트워크로, 세계 유수 연구자들의 교류와 AI 인재 양성을 목표로 한다.
석상옥 네이버랩스 대표는 “AI를 연구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기 때문에 첫째도 둘째도 셋째도 인재가 가장 중요하다”며 “이 벨트의 핵심은 ‘국경을 초월한 기술 교류’로 장기적으로 미래 AI 기술 인재까지 양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네이버, 국내 AI 선도기업 입지 확인
이날 문 대통령이 네이버가 주최한 행사를 찾아 ‘AI 국가’에 대한 비전을 밝힌 것을 두고 네이버가 국내 AI 산업에서 차지하고 있는 입지도 주목을 받고 있다.
네이버는 이번 행사에 AI 기반의 자율주행로봇과 검색기술, 동영상, 쇼핑, 지도 등의 서비스를 선보이며 기술력을 과시했다. 무인배달, 무인샵 등 다양한 목적으로 커스터마이징 가능한 도로 위 자율주행로봇 플랫폼 ‘ALT 프로젝트’와 실내 자율주행 로봇 플랫폼인 ‘어라운드’ 기반의 서비스 로봇 ‘어라운드C’ 등도 처음 선보였다.
이날 네이버는 현재 건축 중인 제 2사옥을 AI 자율주행 머신들로 촘촘히 연결된 ‘테크 컨버전스 빌딩’으로 구축한다는 계획도 발표했다. 제2 사옥을 통해 출입구에서 0.1초만에 얼굴을 인식하고 AI가 회의록을 작성하며 자율주행 로봇이 커피를 배달하는 등 AI로 변화한 공간의 모습을 직접 보여주겠다는 계획이다.
네이버는 AI 산업을 성장시킬 핵심자원인 ‘데이터’ 확보와 공유에도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네이버는 길거리를 돌아다니며 거리 데이터를 수집하는 ‘미니치타’ 로봇을 시연하기도 했다. 또 국내 자율주행차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사가 구축한 ‘고해상도지도(HD맵)’ 데이터를 무료로 배포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석 대표는 문 대통령에게 미니치타 로봇을 시연하며 “(사람 말을 알아듣는 것도) 5G(5세대) 이동통신과 클라우드를 통해 가능하다”며 “영화 ‘터미네이터’가 현실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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