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들에게는 나의 안보, 경제, 외교, 인사 옷이 보이지 않는 것이냐?!”
자유한국당이 대국민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만든 애니메이션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벌거벗은 임금님’으로 묘사해 여당이 즉각 반발했다.
한국당은 28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오른소리가족 제작발표회’를 진행했다. 이날 상영한 영상 중 ‘벌거벗은 임금님’편에서 문 대통령을 묘사한 ‘임금 캐릭터’는 간신들에게 속아 안보 자켓, 경제 바지, 인사 넥타이를 입은 줄 착각해 벌거벗은 모습으로 백성 앞에 선다.
해당 캐릭터는 백성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면서도 “갑작스러운 경제 부흥에 놀라 기쁨의 눈물을 흘리고 있구나”, “저기 저 북나라에서 나의 즉위를 축하하는 축포를 터뜨리고 있구나”라며 ‘착각’했다. 조국 전 법무장관을 묘사한 캐릭터가 수갑을 찬 모습을 보면서 “안 그래도 멋진 조 장관이 은팔찌를 차니 더 멋있구나”라고 말하는 모습도 나온다.
백성들은 속옷만 입은 임금이 등장하자 “어머 임금님이 벌거벗으셨어”, “즉위하자마자 안보, 경제, 외교, 인사 다 망치더니 결국 스스로 옷을 벗었구먼”, “신나게 나라 망치더니 드디어 미쳐버렸군”, “나라가 아무리 어려워도 옷도 입을 줄 모르는 멍청이를 임금으로 둘 수 없지. 차라리 부지런히 일하는 우리 집 소가 낫겠어”라고 조롱한다.
애니메이션은 할아버지가 손자에게 “이것이 바로 끊이지 않는 재앙! 문.재.앙! 이란다”라고 말하고 이에 손자와 손녀가 “저는 나중에 똑똑하고 훌륭한 대통령을 뽑을 거예요”, “저도 지혜롭고 욕심 없는 대통령을 뽑을래요”라고 답하면서 끝이 난다.
한국당은 ‘오른소리 가족’ 애니메이션에 등장한 할아버지, 할버니, 어머니, 아버지, 아들, 딸 등의 가족을 당의 공식 캐릭터로 삼고 캐릭터 상품부터 애니메이션까지 전방위로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황교안 대표는 애니메이션 상영이 끝난 뒤 “우리 당을 대표하는 캐릭터 오른소리가족이 드디어 탄생했다. 정당사에 당 차원의 가족 캐릭터를 만들어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려 하는 시도는 아마 최초일 것”이라며 “한국당이 좋은 정책을 잘 만들고도 딱딱하고 재미가 없어서 제대로 알리지 못한 측면이 있었다. 이제는 이런 정책이나 당의 입장 등을 오른소리가족을 통해 쉽고, 재밌고 부드럽게 전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발언했다.
이에 이해식 민주당 대변인은 “문 대통령에 대한 조롱과 비난이 인내력의 한계를 느끼게 한다”며 “그런 천인공노할 내용을 소재로 만화 동영상을 만들어 과연 누구에게 보여주겠다는 것인지 말문이 막힐 따름이다. 아동을 대상으로 한 교육용이라면 아동에 대한 인격 침해요, 국민을 대상으로 한 정치 교재라면 국민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김진하 동아닷컴 기자 jhjinh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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